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완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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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에서 웰다잉으로 - 웰빙문화의 그늘 2026-03-25 16: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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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에서 웰다잉으로 - 웰빙문화의 그늘

입력 2022.10.08 00:00 수정 2022.10.08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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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well-being)은 이제 하나의 사회적 현상을 넘어 시대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주변에서 웰빙이 붙지 않는 소재를 찾기가 더 어려울 지경이다. 식품부터 의류, 금융업, 여행, 미디어까지 어느 하나 웰빙을 내세우지 않는 곳이 없다. 음료 한 병, 껌 한 통 마저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문구가 없으면 허전하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웰빙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된 배경은 근대 이후 급속도로 발전한 산업화와 관련 깊다. 근대 이후 산업화는 인간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준 반면, 인간의 삶에서 정신적 여유와 안정을 앗아갔다. 사람들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희생했다.

웰빙은 이러한 현대 산업사회의 병폐를 인식하고,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삶의 문화 또는 그러한 양식을 말한다. 1980년대 중반 유럽에서 시작된 슬로푸드(slow food) 운동, 1990년대 초 느리게 살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등장한 슬로비족(slow but better working people), 부르주아의 물질적 실리와 보헤미안의 정신적 풍요를 동시에 추구하는 보보스(bobos) 등도 웰빙의 한 형태라 볼 수 있다.

웰빙 문화의 확산에는 TV매체가 큰 역할을 담당했다.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TV 예능 프로그램의 성격을 보면 맛집 소개, 맛집을 중심으로 한 여행정보, 몸에 좋은 음식 등 이른바 ‘미식(美食)’으로 대표되는 먹거리 소개가 주를 이룬다. '생생정보통', ‘식신로드’, ‘수요미식회’, ‘백종원의 3대천왕’, ‘삼시세끼’, ‘맛있는 녀석들’, ‘먹고자고먹고’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프로그램들이 웰빙문화에 편승하여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이들이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화려한 먹거리는 곧 웰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표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웰빙이란 결국 ‘잘 먹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조금 비약하자면 잘 먹는 것이 곧 잘 사는 삶이다. 본래 웰빙이 추구하던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라는 의미는 퇴색되고, 그 자리엔 상업자본주의와 결합된 또 하나의 긍정성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끝없는 쾌락 추구의 가능성과 더불어 무한한 건강에 대한 환상을 대중에게 심어준다.

하지만 홍수처럼 범람하는 웰빙 문화가 보여주는 행복한 모습이 무색하게도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는 형편없이 낮은 편이다. 2015년 8월, OECD가 내놓은 건강보고서(Health at a glance 2015)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29.1명(2013년 기준)이었다. 이는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한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 시작된 이래 한국은 ‘OECD 34개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13년 연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행복도 역시 낮았다. 유엔이 2015년 4월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한국은 전세계 158개 국가 중 47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웰빙의 필요성과 문화적 토대가 마련되지 않은 채 상업적으로 성장한 웰빙문화는 우리 사회의 그늘을 보여준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과학과 의료기술, 건강에 대한 쏟아지는 정보들은 우리에게 100세 시대를 넘어 영원한 삶,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 드리워진 낮은 행복지수,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은 우리에게 정작 ‘오늘, 왜 살아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남긴다.

웰빙이 그 용어가 담고 있는 내용처럼 ‘잘 사는 삶’의 방법 내지 기술이 되려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며,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 사유 내지 핵심적 통찰을 담고 있어야 한다. 이는 흔히 종교적 물음 내지 인문학적 사유로 연결된다.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왜 살며, 어디로 가는가. 오늘 내가 마주하는 사건들은 우연의 결과일까 혹은 필연적 결과일까. 이에 대한 물음을 배제한 채 ‘잘’사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은 삶과 인간에 대한 기만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삶에 대한 핵심적 통찰 내지 본질적 사유가 결여된 문화는 그 이름이 무엇이든, 어떤 미사여구로 잘 포장하든 사람들에게 이내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포장지의 화려함에 속는 것은 잠시 잠깐이지만 내용물의 부실함은 이내 드러나기 마련이다. 마치 편의점에서 파는 바구니에 담긴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세트처럼 말이다. 우리는 포장된 삶이 아닌 삶의 민낯을 보아야한다.

엄마 품에서 해맑게 웃는 아이의 얼굴에, 취업에 실패하여 한숨짓는 청년의 어깨에, 일용직 막노동 공사판을 전전하며 처자식을 먹여 살리는 노동자의 굵고 거친 손마디에 삶이 존재한다. 희노애락이 담긴 인생의 모든 굴곡이 어찌 획일화된 무엇, ‘상업적 웰빙문화’로 표현될 수 있단 말인가. 얄팍한 담론과 상술로 어찌 인간 삶의 다양성과 심오함을 담아낼 수 있겠는가. 이제는 ‘잘 사는 삶’을 말하기 이전에 애초에 ‘삶’이란 무엇인지 깊이 들여다볼 때이다. 잘 사는 삶은 인간 자신에 대한 반성, 삶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이 전제될 때에 비로소 가능할 일일 것이다.

 

웰다잉뉴스 송요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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