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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법의 구조적 한계 노출..."환자를 응급실로 내모는 구조 바꿔야" 2026-05-28 19: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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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법의 구조적 한계 노출..."환자를 응급실로 내모는 구조 바꿔야"

입력 2026.05.17 18:42 수정 2026.05.2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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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임종기 구분 모호하고 재택 현장엔 실행 기반 없어 의료계 "법이 아닌 임상 가이드라인으로" 연명의료 거부 의사 밝힌 환자, 현장에서 받아들여진 경우 13%에 그쳐 호스피스 기관 전국 200곳 수준으로 정체 "뜻 존중하려던 제도가 가장 낯선 환경에서 사망하게 만든다"

 

연명의료를 거부하는 환자의 의향이 의료 현장에서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13%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집에서 임종을 맞겠다는 의사를 밝힌 환자도 결국 응급실로 이송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으며, 연명의료 시행 건수의 77%에서 법 위반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지난 1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삶의 마지막 단계, 자기결정과 최선의 의료'를 주제로 제5회 미디어포럼을 공동 개최해 연명의료결정법의 구조적 한계와 개정 방향을 논의했다.

 

김장한 교수(울산대 의과대학)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법 위반 77%, 수용률 13%…현장 실태

김장한 교수(울산대 의과대학)는 연명의료 과정을 거쳐 사망한 환자 42명의 유가족을 인터뷰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대상은 남성 18건, 여성 24건이며 사례 평균 나이는 85세다.

42건 사례 분석에서 사망 과정에 응급실 또는 중환자실 치료를 받은 경우는 76%(32건)였다. 중환자실에서 사망한 경우가 12%(5건), 중환자실 퇴원 후 다른 곳에서 사망한 경우가 64%(27건)였다. 말기 환자에게 인공호흡기가 실제로 착용된 경우도 19%(8건)였다. 

현행법상 말기 환자에 대한 인공호흡기 착용은 연명의료결정법과 의료법상 의사의 의무이며, 위반 시 처벌 대상이 된다. 기도 삽관과 인공호흡기 착용을 거부하는 의사가 있어도, 이를 관철하려면 응급실·중환자실 입원 자체를 거부해야 하는 구조다.

강제 급식 문제도 확인됐다. 환자가 비위관(콧줄) 삽입을 거부했음에도 병원 요구와 가족 동의로 시행된 경우가 1건, 환자의 거부 의사를 존중해 비위관 대신 총정맥영양(TPN)을 실시한 경우가 2건이었다. 총정맥영양은 의학적 적응증과 달리 임종 과정에까지 사용되는 사례가 있었는데, 가족이 이를 원하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강제 급식과 관련한 사례도 제시됐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88세 고인에게 의료진은 "식사를 안 하니까 약을 못 드신다"며 음식 섭취를 요구했고, 가족도 "죽게 내버려둘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환자가 음식을 드시지 않는 상황에서 가족과 의료진 모두 섭취를 요구한 사례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건수는 2025년 300만 건을 넘어섰고, 서명자의 90% 이상이 불필요한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 의향이 의료 현장에서 완전히 받아들여진 경우는 13%에 그쳤다 (국민건강보험공단. 2025). 말기 및 임종기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시행 건수 중 연명의료결정법 위반이 발생한 비율은 77%로 나타났다. 장기요양보험 실태 조사에서도 요양 보험자에 대한 연명의료 중단 의향이 의료 현장에서 거절되는 사례가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김 교수는 개정 방향을 제안했다. 말기 환자에게는 연명의료를 의무 시행하되 의학적 기준에 따라 개별 중단을 인정하고, 임종기 환자에게는 연명의료 중단을 의무로 하되 의학적 기준에 따라 개별 시행을 인정하는 방식이다. 

'임종기'의 법적 기간은 수일 정도로 명확히 좁히고, 연명의료와 '돌봄'을 구분해 입을 통한 경구 급식은 돌봄으로 인정하되 비위관을 통한 강제 급식은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위관과 영양제 주사 등은 특수연명의료로 재분류해야 한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김대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권역호스피스센터장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병원에는 가지 않겠습니다"…실행할 제도적 길 없다

김대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권역호스피스센터장은 '단절된 의료에서 연결된 돌봄으로 :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에 따른 연명의료결정제도의 구조적 리폼'이라는 제목으로 재택 현장의 구조적 한계를 발표했다.

심부전, 고혈압, 당뇨, 뇌경색 후 편마비로 장기 와상 상태인 83세 여성 환자는 최근 1년간 재택의료센터를 통해 방문진료와 간호를 받았다. 기계적 처치와 격리 경험을 고통스럽게 기억하던 이 환자는 의료팀에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 "병원에는 가지 않겠습니다. 더 이상 중환자실 치료는 받고 싶지 않습니다. 설령 이대로 죽더라도 나는 내 집에서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이후 발열이 재발하고 식사량이 급감하며 기력이 쇠해지자 가족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했다. 다학제팀은 노쇠와 만성질환 진행에 따른 생애말기 상태로 보았지만, 발열 원인을 정밀 검사 없이 확정하기 어려웠다. 담당 의사는 환자가 법적으로 임종기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원인을 찾으려면 정밀검사가 필요하기에 응급실을 권했다.

김 센터장은 이 사례가 단순히 집에서 임종을 원하는 환자의 문제가 아니라, 두 가지 의학적 관점이 충돌하는 지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병원 중심 의학은 발열 원인 평가를 최우선으로 하며, 원인 미확인 상태의 악화를 '평가가 필요한 급성기'로 본다. 

재택의료·통합돌봄의 관점은 반복 입원과 중환자실 경험 이후 병원 중심 생명 연장을 거부하는 상태를 '생애말기'로 인식하고, 환자가 선택한 집에서의 임종을 권리로 인정한다. 현행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이 두 해석 사이의 간극을 조정할 사회적·제도적 기제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김 센터장의 진단이다.

가역적 원인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검사를 거부하면 '방치'로 의심될 수 있고, 재가 환경에서는 임종기 판단에 필요한 전문의 협진을 구하기도 어렵다. '임종과정'이라는 별도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명의료를 유보하면 법적 책임이 따른다. 결과적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제도적 요건 앞에서 실행되지 못하고, 원치 않는 병원 이송으로 이어진다.

제도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김 센터장은 네 가지를 언급했다. 
△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재택 현장에서 즉시 조회되지 않고 재택 의료팀에 열람 권한도 없다. 
△ 노쇠·다질환 환자는 단일질환 중심의 '말기' 판단 기준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의향서가 확인되더라도 '임종과정'이라는 별도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 이행이 가능하다. 
△ 환자는 특정 시술이 아닌 '병원 치료 경로 전체'를 거부하고 있으나 현행법은 개별 행위의 중단에만 초점을 맞춘다. 
△ 환자 중심의 의사결정보다 법정 문서의 구비에 치중되어 있다. 1인 가구, 무연고자, 가족 단절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가족 합의에만 기대는 구조로는 재가 현장의 즉시적이고 반복적인 의사결정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 센터장은 5가지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첫째,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단순 문서가 아닌 ACP(사전돌봄계획, Advance Care Planning) 과정의 결과물로 재정립해야 한다. 환자의 가치·선호·돌봄 목표·대리의사결정자 지정을 포괄하는 주치의·환자·가족의 공동의사결정 과정으로 설계하고, 미국처럼 "어떤 상태를 견디기 어려운지", "어디서 돌봄받고 싶은지" 등 삶의 맥락을 담는 양식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대리의사결정자' 제도를 도입해 환자가 직접 의사 표현을 할 수 없을 때 자신의 가치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을 대리인으로 사전 지정하고 법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미국과 영국의 사례가 참고 모델로 제시됐다. 

셋째, 재택의료센터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확인 기능을 갖추고 사전돌봄계획 대화부터 의향서 등록, 임종기 판단, 이행까지 하나의 팀 안에서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거점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반복 입원, 기능저하, 섭취저하, 소변량 감소, 환자의 명시적 거부 의사 등을 종합하는 포괄적 임종기 판단 기준이 필요하며, 재택의료팀과 호스피스팀의 공동 평가·가족 상담·기록 요건을 충족한 경우 선의의 임상 판단에 법적 보호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다섯째, 연명의료 중단 이후 통증 조절·호흡곤란 완화·섬망 및 불안 관리·가족 교육·야간·주말 상담·간병인 지원을 재가임종지원 패키지에 포함하고, 위기 상황에서는 가정형 호스피스·호스피스 전문기관·협력병원 완화의료 병상으로 즉시 연계되는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김 센터장은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보다 '어떻게 끝까지 존엄하게 돌볼 것인가'가 제도의 핵심 질문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제5회 미디어포럼 '삶의 마지막 단계, 자기결정과 최선의 의료' 지정토론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법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면책 보장이 현실적 해법

지정토론에서 권복규 교수(이화의대 의학교육학교실)는 "법이 만들어지니 법을 위반하는 일이 생겨났고, 그럼에도 이 법률에 의한 판례가 거의 없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 법의 이면에는 두 가지 전제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하나는 의사를 신뢰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가장 의료집착적인 행위는 의사가 하기 마련"이라며 "보라매병원 사건도, 세브란스 김할머니 사건도 가족이 치료 중지를 원했던 것이지 의사는 계속 치료하기를 원했다"고 짚었다. 다른 나라에서 별도 입법이 필요한 경우는 의사 조력자살(PAS)이나 안락사처럼 의사의 적극적 참여가 요구되는 행위를 허락할 것인가가 쟁점이 될 때이며, 연명의료 중단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임상 가이드라인으로 다루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이 영역에 무슨 법이 필요하다면, 의사 또는 의료기관의 윤리적 결정을 법으로 보장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면책하는 정도의 입법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병원윤리위원회 등을 통해 적정한 절차를 밟고 합리적·객관적 기준을 따랐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 방식이 현실적 해법이라는 것이다. 

 

가톨릭 생명윤리 관점 "의료적 균형성이 판단 기준"

오석준 사무국장(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은 연명의료 판단의 핵심 기준으로 '의료의 균형성'을 제시했다. 가톨릭 생명윤리에서 치료 수단을 결정하는 잣대는 해당 의료 조치가 환자의 전인적 상태에 비추어 균형적인가 불균형적인가를 식별하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오 사무국장은 인공호흡기 판단을 내리는 바로 그 순간의 의료적 균형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단은 의료인의 능동적 행위가 개입되고 실행에 직접 협력하게 된다는 점에서 보류와 윤리적 무게가 다르다는 것이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객관적 의학 판단이 선행된 후 반영되어야 하며, '인격적 모욕감', '집요한 치료' 같은 주관적·감정적 표현이 말기 환자의 범위를 자의적으로 확대하는 논리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했다.

오 사무국장은 "임종기 환자에게 비위관 삽입 등 강제적인 영양 공급이 환자에게 이익보다 해악이 큰 불균형적 수단이 되는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며, 의학적 집착을 내려놓고 환자 곁을 지키는 완화적 돌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법 조항 수정만으로는 안 된다"…인프라와 의료 문화 함께 바뀌어야

문재영 교수(충남대 의과대학)는 법 개정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암 환자뿐 아니라 중증 치매, 만성 장기부전, 신경퇴행성 질환 환자들은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악화와 회복을 반복하는데, 현행 제도는 이를 '말기'와 '임종기'로 이분법적으로 구획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식은 있으나 회복 가능성이 극히 낮은 환자에게 언제부터 임종기인가를 판단하는 것은 의료진에게도 어려운 문제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및 평가에서 급성기 치료와 중증 환자 비율 확대가 중요한 기준으로 작동하면서, 의료기관이 완화의료보다 고난도 시술 중심으로 자원을 집중하는 구조도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는 호스피스 병동을 축소하거나 폐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문 교수는 "연명의료결정제도의 문제는 단순히 법 조항 몇 개를 수정하는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의료의 목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에스더 기자(중앙일보)는 재택 임종 인프라의 현황을 제시했다.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하기로 한 환자가 병원 밖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 자체가 거의 없으며, 재택 임종은 10년 전에 비해 줄어든 양상이라고 밝혔다. 호스피스 기관은 전국 200곳 수준에서 늘어나지 않고 있다.

가정 임종은 절차가 많아 가족 부담이 크고, 요양병원은 윤리위원회가 없는 곳이 많아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관이 드물다. 그 결과 사전 의향과 관계없이 응급실에서 긴박한 상황에 처한 뒤 연명의료 중단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 기자는 "환자의 뜻을 존중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마지막 순간에 환자를 가장 낯선 환경에서 사망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날 포럼에서 제기된 쟁점들은 법 조항의 수정 수준을 넘어, 환자의 의향이 실제로 실행될 수 있는 현장 기반과 제도적 보호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로 모아졌다. 김대균 센터장은 "'살던 곳에서의 마지막'은 선언만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환자의 의사, 현장 판단, 제도적 보호가 연결될 때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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