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누구도 죽음 저 너머를 엿볼 수 없다. 우리가 죽음에 대해서 아는 것은 오로지 타인의 경험을 통해서 얻은 것들이다. 그렇기에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사람 또한 없지만, 우리는 애써 자신이나 주위의 ‘죽음’을 외면하려고만 한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곧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아닐까. 죽음이 두려운 만큼 삶을 소중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이별의 문턱에서 아름다운 추억이 남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삶의 마지막 순간에 ‘정말 멋진 삶이었어.’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사람이 살면서 지고 있는 짐을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말하고 내려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마음이 가벼울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죽음에 얽힌 문제들을 복잡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갖은 미사여구로 죽음을 치장하려고도, 어떤 가르침을 전면에 내세우지도 않으며, 우리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을 따라 책장을 넘기면 엘마 할머니가 나날이 약해져 가는 모습을 잘 알 수 있다. 죽음을 인식한 엘마 할머니가 ‘리빙 윌(종말기 환자의 의료 방식에 관한 의사표시 문서)’에 서명하고 신변정리를 하며 친한 사람들에게 이별을 고하는 모습, 운명을 달리하는 날들을 리얼하게 전한다. 그렇게 옮겨진 이 사진들은 자연 속의 한 풍경과도 같아 보는 이들을 자연스레 사진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희망이다
피사체로서의 할머니의 늙고 병든 몸은 볼품없다. 하지만 죽음 앞에서도 엘마 할머니는 품위를 잃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삶을 정리한다. 정원의 화초를 가꾸고 매일 밤 피부 손질을 잊지 않고 자신이 떠나간 후라도 가족들이 옛 일들을 기억할 수 있도록 가족의 역사를 쓰기 시작한다.
엘마 할머니는 죽음을 앞두고 마냥 슬퍼하지도, 자신의 생명을 무리하게 연장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의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죽음이란 말이지, 영혼이 육체를 떠나 여기와는 다른 세상으로 갈 뿐이니까 말이야.”라며 자신의 죽음이 새로운 시작일 뿐, 모든 것의 끝이 아니라는 것, 사별의 슬픔이 ‘슬픔’만은 아니라는 인식을 분명히 하고, 가족들도 그런 할머니의 뜻을 존중하고 따른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 아름다운 감동
이별을 앞둔 모든 이들에게 슬픔을 이겨내는 작은 힘으로...
이 포토에세이는 엘마 할머니가 죽음을 앞두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에서 소멸의 아름다움을 온화한 감동으로 전하는 한편,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한 사유로 이끌어주는 책이다.
한 사람의 인간이 이 세상에서 저편 세상으로 어떻게 발을 들여놓는가를 사진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지만 추억 속에서 영원히 이어질 거라는 할머니와 가족들 서로간의 믿음과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그 믿음이란 죽음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 결국 ‘사랑’에 다름 아닌 것이다.
자신의 예정된 죽음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살아 있다는 사실을 소중히 하고 남겨진 사람들에게 마지막까지 애정을 쏟는 엘마 할머니. 할머니의 가족들 또한 그런 할머니의 사랑과 배려를 ‘할머니의 마지막 선물’이라 부르며 감사하게 여긴다. 엘마 할머니는 슬픔과 회한이 아닌, 사랑과 추억을 듬뿍 남기고 떠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슬픔에 빠진 이들, 혹은 예정된 헤어짐이 얼마 남지 않아 괴로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곧 위안이자 슬픔을 이겨내는 작은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죽음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죽음이 찾아올 때까지의 신체와 마음의 변화를 리얼하게 그림으로써, 우리가 죽음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고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에 대해 답하고 있다.
흔히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금기’라는 암묵의 양해 속에 가까운 누군가가 죽음을 앞두고 있는 경우에도 아이들에게는 알리려 하지 않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죽음을 대하는 이런 태도는 아이들의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무리 어른들이 숨겨도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한다고 한다. 이 책의 후기를 쓴 호스피스 케어 연구가 기바 시즈코에 따르면, ‘9세 전후의 어린이들은 죽음은 자기 자신에게도 찾아오는 것이고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고 설명한다.
아기의 출생에 관한 질문에 무조건 피하는 것이 좋은 교육이 아니듯, ‘사람의 죽음’ 또한 아이들의 바른 이해를 돕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주 훌륭한 도구가 된다.
엘마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에는 슬픔 속에서도 사랑과 배려, 밝음과 청아함이 느껴진다. ‘죽음’을 통해 배우는 삶의 자세가 사랑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가르침은 우리들 가슴에 더욱 와 닿는다.
* 출판사 서평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