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과 1인 가구 증가 등 사회 구조 변화로 상속 분쟁이 급증하는 가운데, 현행 유언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유언자의 뜻이 온전히 실현되도록 돕는 '공적 유언보관제도'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김상희·인재근·김상훈 국회의원 공동주최, 웰다잉문화운동, 유언법제변호사모임, 국회 「존엄한 삶을 위한 웰다잉 연구회」 공동주관으로 개최되었다.
개회사를 맡은 김상희 의원은 "과거 가부장적 문화의 변화, 부동산 가치 증가, 비혼 및 1인 가구 증가로 상속 분쟁이 늘고 있다"고 진단하며, "현행 민법상 유언 방식은 엄격한 요식행위를 갖추지 못하면 무효가 되고 위조·변조·분실 위험이 크며, 수화 통역을 이용한 유언이 인정되지 않는 등 장애인에 대한 고려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환영사에 나선 인재근 의원은 "유산 상속 분쟁이 일반 가정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며 관련 사건 접수도 증가 추세"라며, "자필증서 유언은 요건 누락으로 무효가 되거나 보관 미비로 분실·훼손될 우려가 커 유언장 작성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상훈 의원은 기념사에서 대법원 사법연감 통계를 인용, "2010년 대비 2021년 상속 및 유언 사건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초고령사회 진입, 가족관계 다양화, 부동산 가치 급증을 꼽았다. 김 의원은 일본이 2019년 법무국을 통한 자필 유언장 보관 제도를 법률화한 사례를 들며 국내 제도 보완의 시급성을 주장했다.
격려사에서 원혜영 웰다잉문화운동 공동대표는 "유언장 작성만큼이나 '작성 후 보관 방법'이 중요하다는 공감대 속에 이번 토론회가 마련되었다"며, "천만 노인 시대에 '유언장 쓰기'는 노인 스스로 주도해야 할 웰다잉 실천 사항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성인의 유언장 작성 비율(56%)에 비해 한국은 관련 통계조차 찾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며, "1인 노인 가구가 증가하는 현실에서 유언장을 통해 임종 돌봄과 장례를 미리 결정하면 지방정부가 처리해주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축사를 맡은 소순무 유언법제변호사모임 대표는 "엄격한 형식과 낡은 방식 때문에 국민의 0.5%만이 유언을 남기는 '유언후진국'이 되었다"며, "국가나 지자체가 적은 비용으로 유언 작성을 돕고 보관해준다면, 유언의 존재와 내용에 대한 시비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박인환 인하대학교 교수는 '유언서 보관제도의 도입 필요성과 도입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박 교수는 "자필증서 유언은 간편하지만 방식 위반으로 무효가 되기 쉽고 분실·은닉·위조 위험이 크며, 공정증서 유언은 '유언 취지의 구수(口授)' 요건이 형식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각 방식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그는 자필증서 유언의 경우 보관 제도가 없어 상속인이 유언서의 존재를 모르거나 위·변조 위험이 높고, 사후 재산 이전 절차에서 상속인 전원의 동의를 요구받는 등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해외 사례로 ▲법원이 자필증서 유언을 보관하고 '중앙 유언 등록부'로 전산 관리하는 독일 ▲법무국에서 유언서를 보관하고 가정법원의 '검인' 절차를 면제해주는 일본 ▲공증인 중앙협의회가 유언 정보를 관리하는 프랑스의 제도를 소개했다.
국내 도입 방안으로 보관 기관은 행정기관(등기소 등)이나 공증사무소를 고려하고, 유언자 본인이 직접 출석해 신청하며 기관은 형식적 요건만 심사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가정법원의 검인 절차를 면제하여 상속 절차를 간소화하고 분쟁을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양원 부천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상속사건이 2010년 30,321건에서 2019년 43,799건으로 증가한 이유에 대해 △100세 시대 △자산가치의 급등 △가족관계의 다양화 등으로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초고령사회 진입 속도에 비해 유언 관련 제도가 미비하다. 유언장은 가족 분쟁 감소, 합리적 재산 승계, 기부 문화 활성화에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하므로 우선 제도를 도입하고 점차 보완하는 신속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백수현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는 상속 사건을 직접 수행하는 현장 전문가로서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상속 분쟁은 당사자가 다수이고 이해관계가 다르며, 가족이기에 오히려 원망과 불신이 깊고, 피상속인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할 수 없어 소송이 매우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백 변호사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사망 신고 시 상속인이나 유언집행자에게 유언 존재 사실을 통지하는 제도"를 제안했으며, "이해관계 없는 공적 기관이 유언장을 보관하고 통지하면 상속인 간의 불신을 줄이고, 나아가 가정법원 검인 절차 없이 바로 집행할 수 있도록 하여 분쟁을 줄이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성식 중앙일보 대기자는 "스스로 존엄한 마무리를 선택했더라도 남은 자식들이 재산 문제로 싸운다면 그 존엄사는 완성될 수 없다"며, 유언 제도를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한 필수 장치로 봤다.
신 기자는 대부분 병원에서 임종을 맞아 유언을 남기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하며, 1인 가구나 저소득층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법원보다 접근이 쉬운 시군구청에서 보관하고, 행안부나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서 중앙 등록부를 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한 "디지털 시대에 반드시 종이 원본이 필요한지, PDF 파일 같은 디지털 유언의 효력도 함께 논의하면 진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성원 보건복지부 사무관은 "만약 건강이 악화된 유언자의 의사 능력을 심사할 것인지가 큰 쟁점이 될 것이며, 만약 심사한다면 누가,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지 등 행정 절차와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언자 사망 후 통지 단계에서도 "통지 대상을 상속인 전체로 할지, 유언장에 언급된 모든 이에게 할지 범위 설정이 필요하며, 이는 모두 개인정보와 관련된 문제로 사전에 정보를 확보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 사무관은 이러한 지엽적인 부분들이 제도의 안정적 도입을 위해 반드시 선행적으로 논의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