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루과이가 중남미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의료진이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의 적극적 안락사를 법제화하고, 지난 21일부터 시행령을 공식 발효시켰다.
야만두 오르시 대통령이 4월 15일(현지시간) 서명한 시행령은 안락사법의 실제 적용을 위한 세부 절차를 담고 있다. 콜롬비아와 에콰도르가 헌법재판소 판결로 안락사를 비범죄화한 것과 달리, 우루과이는 의회 입법으로 제도화해 중남미에서 최초로 안락사를 법제화한 국가가 됐다.
우루과이 법이 정한 대상은 의사결정이 가능한 18세 이상 성인으로 불치·비가역적 질환의 말기 단계에 있거나, 그러한 질환으로 인해 지속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경우다. 다만 미국·호주·뉴질랜드처럼 '6개월' 또는 '1년' 이내 같은 시한을 두지 않은 점이 특징이다.
또한 적용 대상은 우루과이 국민에 한정되지 않고, 국내 상시 거주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외국인도 포함된다. 의료진이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적극적 안락사)만 허용하며, 환자가 스스로 약물을 복용하는 조력사망(조력자살·조력존엄사·소극적 안락사)은 이 법에 적용되지 않았다.
환자 스스로 약물 투여하는 조력사망은 왜 빠졌나
세계 각국의 소극적·적극적 안락사 제도는 크게 세 유형으로 나뉜다. 의료진이 처방한 약물을 환자가 직접 복용하는 '조력사망'만 허용하는 모델, 의료진이 직접 투여하는 '안락사'만 허용하는 모델, 두 방식 모두를 허용하는 모델이 그것이다.
우루과이가 조력자살을 배제한 데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우선 ALS(루게릭병) 등 중증 환자는 신체 기능이 심각히 저하된 상태여서 스스로 약을 복용하기 어렵다. 실제로 이 법 추진의 계기가 된 인물 페르난도는 ALS 진단 이후 운동·언어·삼키기 기능이 점차 소실된 환자였다. 조력사망만 허용할 경우 이런 환자들이 제도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
의료 감독의 강도 역시 고려됐다. 환자 스스로 마지막 행위를 하는 조력사망보다 의료진이 전 과정을 통제하는 적극적 안락사 방식이 오남용 방지와 사후 검증 면에서 더 엄격하다는 논리다.
가톨릭교회의 반발이 강한 중남미 정치 지형에서, 의료진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안락사만 허용하는 것이 입법 통과 가능한 현실적 범위였다는 분석도 있다.
즉, 조력사망의 배제는 제도적 후퇴가 아니라, 중증 환자 포용과 의료 감독 강화, 입법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한 설계로 읽힌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6단계 절차 중 어떤 단계에서든 철회 가능
우루과이의 시행령이 규정한 절차는 총 6단계다. 당사자의 △서면 요청 △주치의 상담 △독립적인 2차 의사 소견 △의견 불일치 시 의료위원회 심의 △의지의 지속성과 외부 압력 부재를 확인하는 재확인 절차 △증인 2인 입회 하 최종 서면 확인 순으로 진행된다. 시술 장소는 의료기관과 자택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시행령이 명시적으로 보호한 권리는 철회권이다. 절차 어느 단계에서든 의사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
우루과이 보건부 장관은 발효 직후 "시행령은 권리를 가능하게 하고, 보장을 확립하며, 사람이 존엄한 죽음을 위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의 감독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기관 거부 못 해…타기관 통해서라도 안락사 서비스 제공해야
우루과이 국립통합의료시스템(SNIS) 소속 모든 의료기관은 시술 제공 의무를 진다. 의료진 개인은 양심적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기관은 거부 의사가 있는 의사만 소속돼 있더라도 다른 기관과 계약하는 방식으로 환자에게 서비스를 보장해야 한다.
시술 전반을 감독할 명예검토위원회도 신설된다. 보건부·우루과이 의사협회·공화국대학교·국가인권기관 대표로 구성되며, 시행령 발효 후 90일 내 구성을 완료해야 한다. 위원회는 모든 시행 건을 검토하고 연간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다.
입법 과정에서 종교계의 반발도 있었다. 몬테비데오 대주교는 "모든 사람이 끝까지 돌봄받고 동행받을 자격이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고, 라틴복음주의연합은 각국 교회에 저항을 촉구했다.
그러나 우루과이는 동성혼·마리화나 합법화 등 중남미에서 가장 세속적인 법제 전통을 가진 나라로 평가받으며, 종교적 저항이 다른 국가보다 약한 편이다. 여론조사에서는 우루과이 국민의 62%가 안락사 합법화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기 시한 없음'과 '조력자살 배제'라는 우루과이 모델의 두 가지 특징은 한국 제도 설계 논의에서도 비교 입법례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