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간 국가의 생애 말기 돌봄 정책의 청사진이 될 '제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 수립을 앞두고, 현행 제도가 암 환자와 병원 중심으로 설계되어 초고령사회의 다양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난 11월 30일 열린 '제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 수립 근거 마련을 위한 연구결과 보고회에서 전문가들은 만성질환자까지 포괄하는 '일반 완화의료' 개념 도입, 1차 의료기관과 연계한 재택 돌봄 모델 구축, 현실적인 수가 보상 등의 다각적인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연구 책임자로 첫 발제를 맡은 김대균 인천성모병원 교수는 현행 제도의 4대 문제점으로 ▲암 환자 중심의 제도 ▲병원 중심의 임종 문화 ▲과도한 가족 돌봄 부담 ▲낮은 국민 인식을 꼽았다.
그는 이에 대한 정책 대안으로 "만성 난치성 질환까지 완화의료 대상을 확대하고, 동네 의원과 가정전문간호사가 팀을 이룬 재택 돌봄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가족을 위한 돌봄 휴가와 장기요양보험 내 '특별 임종 급여' 신설 등 실질적인 부담 경감책과, 모든 의료인 대상 완화의료 교육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허정식 제주대 교수는 정책의 정교화를 위해 '용어 정의'부터 명확히 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암 환자 중심의 '전문 완화의료'와 모든 의료인이 실천하는 '일반 완화의료'를 구분해 비암성 질환을 포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생애 말기 돌봄'은 약 1년, '임종 돌봄'은 사망 직전 수일 내 등으로 구체화하여 정책 대상과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박건우 대한재택의료학회 이사장은 "낮은 수가로 기관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는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외연 확장보다는 현재의 암 환자 대상 호스피스부터 성공 모델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박명희 한국호스피스완화간호사회 회장 역시 "독립형 호스피스 기관에 사후 보상이 아닌 원가 보상이 가능한 수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또한 소아청소년 완화의료 시범 사업에 대한 면밀한 평가와 방향성 검토를 강조했다.
김현희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 수석부회장은 "사회복지사들이 과도한 업무와 불분명한 직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표준화된 업무 지침과 전담 인력 기준 마련을 통해 겸직을 막고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요구했다.
신성식 중앙일보 기자는 "호스피스는 '시장의 실패' 영역이므로 공공 의료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을 연계한 통합 서비스 제공을 제안했다. 또한 국민 인식 확산이 더디다며, "사회적 리더의 웰다잉 사례를 활용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제언에 대해 정부와 유관기관도 향후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정현진 국민건강보험공단 실장은 "재원의 한계 속에서 단순 수가 인상보다는 의료기관의 자율성과 서비스 질을 높이는 '묶음 수가' 방식으로의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유보영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2차 종합계획은 이용자 개인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서비스를 촘촘히 엮는 방향으로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호스피스가 존엄한 임종을 위한 의료의 기본이 되도록 하고, 권역 호스피스 센터가 지역 돌봄의 핵심 창구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환자 정보 기반 정책 수립을 위한 정보 시스템 고도화를 약속했다.
보고회 영상 다시보기 ©인천성모병원 권역호스피스센터 유튜브 채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