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급증하는 돌봄서비스 수요와 이에 따른 비용 부담,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 도입과 더불어 '비용 구조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은행은 지난 5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현재 일반 가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간병 비용이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목하며,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되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하거나 낮추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 "감당 불가한 비용"... 월 간병비 370만 원 시대의 그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돌봄서비스 비용은 가계 재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준이다. 2023년 기준 요양병원 등에서 간병인을 고용할 때 발생하는 월평균 비용은 370만 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65세 이상 고령 가구 중위소득(224만 원)의 1.7배에 달하며, 자녀 세대인 40~50대 가구 중위소득(588만 원) 대비로도 60%를 상회하는 금액이다. 육아 도우미 비용 역시 월 264만 원에 육박해 30대 가구 중위소득의 50%를 넘어서는 실정이다.
이러한 고비용 구조는 서비스 질 저하와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보건의료노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96%가 간병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 노인일수록 건강이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비용 부담으로 인해 비자발적으로 질 낮은 요양원에 입소하거나 가족에게 간병 부담을 전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 요양 시설 양극화 - 시설요양보다 재가요양 선호 원인
비용 부담과 인력난으로 요양 서비스 시장은 양극화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4,500여 개 요양원 중 71.4%가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장기요양보험 수가가 고정된 상황에서 인력난을 겪는 시설들이 법적 최소 인력만을 고용하여 서비스 질이 하락했고, 이에 따라 수요자들이 외면한 결과로 해석된다.
반면, 대기율 상위 0.1%에 해당하는 고급 요양시설은 대기 인원이 정원의 평균 17배에 달하며, 상위 3곳의 대기 인원은 각각 1천 명을 넘어선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원을 이용할 기회가 제약되면서 노인들은 재가요양을 선호하지만, 보호자들은 비용 부담 등으로 요양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건복지부 조사(2020)에 따르면 거동이 불편해질 경우 '집이나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다'는 응답이 69%로 요양원 입소 희망(31%)의 두 배 이상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요양원 입소 결정의 83%가 자녀나 배우자에 의해 이루어지며, 이용자 본인이 결정하는 비율은 6%에 불과했다.
보호자들이 부모의 의사에 반해 요양원을 택하는 주된 이유는 '돈'과 '인력'이다. 재가 요양 시 방문요양 서비스(하루 최대 4시간)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사적 간병인으로 채우거나 가족이 일을 포기하고 매달려야 하는데,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요양원 입소 비용(월 80~100만 원 수준)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또한 입소자의 건강이 호전되어도 집으로 모실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75%에 달했는데, 그 이유의 69%가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는 점은 가족 돌봄 기능의 붕괴를 시사한다.
◆ 2042년, 돌봄 인력 공급은 수요의 30% 수준에 그칠 것
보고서는 앞으로 '공급 절벽'을 예상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2025년 29%인 노년부양비율은 2045년 68%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돌봄서비스직 노동 공급 부족 규모는 2022년 19만 명에서 2032년 38~71만 명, 2042년에는 최대 155만 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은행은 비관적 시나리오 하에서 2042년 돌봄 노동 공급이 수요의 약 30% 수준에 불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공급 부족은 가족 간병의 강제적 증가로 이어지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042년 기준 GDP의 2.1~3.6%(약 46~7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영 케어러(Young Carer)'로 불리는 청년층이 가족 간병을 떠안게 될 경우, 미래 성장 동력마저 훼손될 우려가 크다.
◆ '외국인 노동자 도입'과 '임금 이원화' 제시
한국은행은 내국인 노동자 처우 개선만으로는 급증하는 수요(최대 155만 명 부족)를 감당하기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임금 상승을 통한 내국인 유입 유도는 오히려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비효율적 자원 배분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외국인 노동자 도입을 전제로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구체적인 두 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① 제1안 : 개별 가구의 외국인 사적 계약 (최저임금 미적용)
첫 번째 방안은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을 통해 외국인을 직접 고용하는 방식이다. 사적 계약의 특성상 최저임금법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므로 수요자의 비용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주거 문제는 사용자조합이 공동숙소를 제공하여 해결하고, 이를 통해 관리·감독 문제도 보완하는 모델이다.
② 제2안: 고용허가제 확대 및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두 번째 방안은 외국인 고용허가제(E-9) 대상에 돌봄서비스업을 포함하되, 해당 업종의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외국인 근로자의 관리·감독이 용이하고 ILO 협약 위반 소지가 없다는 장점이 있으나,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 해외 사례의 시사점: '비용 효율화' vs '공공성 강화'
보고서는 해외 사례를 통해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했다. 홍콩과 싱가포르, 대만은 개별 가구의 외국인 직접 고용을 허용하고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거나 아예 적용하지 않는 방식을 채택했다.
홍콩 : 1973년부터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했다. 2022년 기준 최저임금은 약 77만 원으로 전체 최저임금을 크게 하회하지만, 송출국(필리핀) 임금보다는 높다. 코르테스(Cortes)와 판(Pan)의 연구(2013)에 따르면, 이 정책으로 0~5세 자녀를 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15%p 이상 증가했다.
싱가포르/대만 :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임금은 월 42~60만 원 수준이며, 대만 역시 가정 내 외국인 돌봄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 월평균 89만 원 수준의 임금이 형성되어 있다. 프리멜(Frimmel) 등의 연구(2023)는 오스트리아의 사례를 들어 저렴한 외국인 간병인 도입이 자녀의 고용률 하락을 막는 데 기여했음을 입증했다.
반면 일본, 독일 등은 공공성을 강조하며 내국인과 동일한 임금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 개호보험을 통해 공적 돌봄을 강화하고 외국인에게도 내국인과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서비스 질은 높으나 재정 부담이 급증하여 보험료 인상이 지속되고 있다.
독일/영국 : 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 자격 요건을 완화하거나 비자 발급을 확대하고 있지만, 내국인과 동일한 노동법을 적용한다.
◆ "비용 현실화 없는 돌봄은 지속 불가능... 사회적 논의 시급"
한국은행은 로봇 및 ICT 기술 도입만으로는 당장의 인력난 해소에 한계가 명확하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은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임금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 없이는 고소득층만의 전유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돌봄서비스 인력난은 일반 가구가 감당하기 힘든 비용 부담과 직결되어 있다"며 "외국인 노동자를 도입하되, 홍콩이나 싱가포르처럼 비용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임금 체계 개편 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적 돌봄 확대 역시 재정 부담을 고려할 때 비용 절감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