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로서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환자들은 신체적 통증이 조절되면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찾으면서 영적, 실존적 고통을 가지게 된다. 말기 환자들의 영적 고통을 돌보기 위해서는 말기 환자들의 요구를 이해하고 상담하여 영적 안내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영적 돌봄 제공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호스피스는 다학제적인 팀을 구성하여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호스피스 현장에서 환자들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지만 그 중 만족도가 높은 서비스 중의 하나는 목욕과 산책이다. 오랜기간 병실에 입원해있는 동안 잘 씻지 못하다가 호스피스로 옮겨서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목욕을 하거나 어두운 병실을 벗어나 햇빛을 받으며 산책을 하게 되면 말기 환자는 일상을 되찾은 기분을 느끼며 마음도 밝아지게 된다.
그리고 우리 호스피스 팀에서는 누룽지 봉사라는 것을 제공하는데, 입맛이 없거나 소화가 안되는 환자들에게 누룽지를 끓인 숭늉을 드리면 구수한 국물을 마시는 것만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을 느끼신다. 간병에 지친 가족들도 모여서 누룽지를 먹으며 서로 불안한 마음에 위로를 얻으시는 듯 하다. 그래서인지 환자가 임종하신 후에 가족들이 함께 먹었던 누룽지가 기억에 남는다며 쌀을 들고 찾아오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원봉사자 분들이 몸과 마음으로 목욕과 산책과 준비하고 어떤 의료적인 서비스보다도 환자와 가족들 마음에 위로로 남는 봉사가 더 실제적인 서비스가 아닐까.
이전에 한동대학교 상담심리학과의 김혜정교수님과 함께 말기 암환자들의 심리적, 영적 요구에 대한 질적 연구를 진행하였고, 말기 암환자들이 겪는 부정적인 감정은 현재의 삶과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절망적으로 느끼는 것, 사랑하는 사람(가족)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가 아니라고 느꼈을 때 생기는 고통,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생긴 죄책감 등이었다. 반면에 어떤 이들은 죽음 이후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종교와 관련된 요구를 가지게 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그러므로 호스피스는 사랑받는 존재로서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며, 영적 돌봄 제공자와 자원봉사자는 이러한 역할을 하는데 중요하다. 그래서 영적 돌봄 제공자와 자원봉사자가 말기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실제적인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호스피스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때때로 호스피스에 경험이 많지 않은 종교인들은 종교적인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어 환자를 대하곤 한다. 그러나 환자들은 내면에 가지고 있는 존재론적, 실존적인 요구를 발견하고 돌보지 못하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만다. 그러므로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요구가 무엇인지 잘 들어주고 영적인 안내자로서 돌봄을 하기까지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연구와 합의를 통하여 영적 돌봄 지침을 마련하고, 표준 교육 내용을 정립해야 한다.
자원봉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말기 환자들에게 필요한 도움이 되는 돌봄을 통해 봉사하려면 호스피스에 대한 정식 교육과 훈련을 거쳐야 한다. 또한 호스피스 기관에서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각자의 재능과 역량에 맞게 역할 배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원봉사자들의 두려움을 없애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오리엔테이션, 슈퍼비전, 피드백 등이 활성화 되어야 하며,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통해서 보람과 의미를 느끼게 될 때 전문적인 봉사자로 거듭나게 된다.
앞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영적돌봄제공자와 자원봉사자들을 양성하고 관리해 나간다면, 말기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한층 더 안정되고 의미있게 보낼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