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완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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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의원, 국내 첫 '의사조력자살' 법안 발의···"죽을 권리인가, 생명 경시인가"

입력 2022.06.16 19:15 수정 2022.06.16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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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환자·극심한 고통·본인 의사' 3대 요건 충족 시 의사 조력 허용종교계 반발과 '생명 경시' 우려... 인프라 확충 없는 섣부른 도입 경계론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존엄사법'이 국회에 발의됐다.  ©디자인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존엄사법'이 국회에 발의됐다.  ©디자인팀

국내 최초로 회복 불가능한 말기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조력존엄사법'이 국회에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지난 15일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의 한계를 넘어 적극적인 삶의 종결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으나, 생명 경시 및 자살 방조 논란 등 윤리적 쟁점이 첨예해 상당한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대문갑)을 비롯한 여야 의원 12명은 15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조력존엄사법)을 공동 발의했다.

안 의원은 입법 배경에 대해 "최근 성인 80%가량이 안락사에 찬성한다고 응답할 정도로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임종 과정에 있지 않더라도 극심한 고통을 느끼는 사람에게 자기 삶의 종결권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팀이 지난 2021년 3~4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3%가 안락사 및 의사조력자살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는 2016년 조사의 찬성 비율(41.4%)보다 2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로, 무의미한 연명보다 '품위 있는 죽음(Well-Dying)'을 원하는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 조력존엄사, 엄격한 심사 절차와 의사 면책 조항 핵심

이번 법안의 골자는 말기 환자가 희망할 경우 담당 의사로부터 약물 처방 등을 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의사조력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의 합법화다. 이는 의사가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전통적 의미의 안락사와는 구분된다.

법안은 남용을 막기 위해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규정했다. 조력존엄사 대상자는 ▲말기 환자에 해당할 것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이 발생하고 있을 것 ▲신청인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희망하고 있을 것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절차적으로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의 심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위원회는 의료·윤리·심리 전문가 등 15명 이내로 구성된다. 대상자로 결정된 후에도 한 달의 숙려 기간을 거쳐야 하며, 이후 담당 의사와 전문의 2명에게 재차 희망 의사를 밝혀야만 이행이 가능하다.

특히 의식이 없는 환자의 경우 가족 동의로 대리가 가능한 연명의료중단과 달리, 조력존엄사는 환자 본인의 명확한 의사표시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아울러 조력을 제공한 의사에 대해서는 형법상 '자살방조죄' 적용을 배제하는 면책 조항도 포함됐다.

■ 해외 추세와 종교계 반발 사이... "사회적 합의 험로 예상"

현재 해외에서는 네덜란드, 벨기에, 캐나다, 스위스, 미국 일부 주 등에서 조력자살이 허용되고 있다. 2002년 네덜란드가 세계 최초로 합법화한 이래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안 의원 역시 "생자(生者)는 필멸(必滅)하기에 죽음의 논의를 터부시할 것이 아니라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가톨릭 등 종교계는 생명 존중 원칙에 위배된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으며,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도 여전히 금지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월 "죽음을 앞둔 사람과 함께해야 하지만 죽음을 유발하거나 자살을 돕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번 법안 발의가 단순히 찬반 논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으로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해졌음에도 OECD 최고 수준의 노인 자살률 등 현실적 문제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호스피스 및 간병 지원 확대, 사회안전망 구축 등 실질적인 '웰다잉' 인프라와 정책적 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 소관 상임위 심사와 공청회 등 향후 입법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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