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한 연명의료 대신 존엄한 마무리를 선택하겠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가 300만 명을 넘어섰다. 연명의료결정법(존엄사법) 시행 7년 만에 급격한 인식의 변화를 맞이했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제도의 한계와 돌봄 인프라의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9일 MBC 100분 토론 ‘존엄하게 죽을 권리’편에서는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 박중철 연세암병원 교수, 유성호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 장숙랑 중앙대 간호학과 교수가 패널로 참석해 현행 제도의 쟁점인 '말기환자 대상 확대'와 '호스피스 현실' 논쟁에 토론을 펼쳤다.
박중철 교수는 현행 제도상 "의향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환자는 자동으로 연명치료의 대상으로 간주된다"고 전했다. 제도의 취지는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이지만, 현실은 "작성하지 않으면 연명치료 대상으로 간주"되는 구조. 즉, 작성이 '중단'의 조건이 되는 것이 아니라, 미작성이 '강제 치료'의 명분이 되고 있는 셈이다.
그는 또한 생물학적인 '목숨'과 자유와 가치를 추구하는 '삶(생명)'을 동일시하는 논리적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목숨은 유지되지만 자유, 가치를 추구할 수 없을 때 삶의 무의미함과 존엄의 의문이 발생한다"며 "'자연스러운 죽음'에 대해 법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국민적 협의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유성호 교수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환자의 의사보다 가족의 뜻에 따라 연명의료가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유 교수는 "한국 특유의 효도 문화로 고인의 의사에 반해 자녀들이 연명의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가족과 사전에 자신의 마지막에 대해 충분히 대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정부의 호스피스 확대 발표에 대해 지적하며 "수가 혜택 때문에 늘어난 '자문형 호스피스'는 임종까지 책임지지 못해 서비스가 불완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가 생명 보호의 의무를 지니지만, 무의미한 연명이 '보호'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연명의료 중단 대상을 현행 '임종기'에서 '말기' 환자로 확대하자는 논의에 대해 신중론을 펼쳤다. 한 의원은 "제도의 확대는 필요하지만, 말기에 대한 해석이 의료진과 질환마다 상이하며,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확대는 사회적 약자에게 경제성과 효율성을 이유로 죽음을 강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의원은 또한 노인실태조사 결과 65세 이상 여성의 25%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것을 언급하며 "권리의 행사인지, 가족을 위한 희생의 발현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OECD 노인빈곤율 1위가 대한민국인 시점에서 우선되어야 할 것은 생애말기돌봄의 제도적 정비"라고 전했다.
장숙랑 교수는 연명의료 논의의 핵심을 '돌봄의 부재'에서 찾았다. 장 교수는 "생애 말기는 돌봄의 여러 문제가 집결되고 축적되어 고통스러운 시기"라며 "국민들이 존엄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열악한 돌봄 현실을 목격하고 체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호스피스가 없는 지역이 많고 방문 진료나 간호 서비스는 희귀한 실정"이라며 "호스피스 역할이 어려운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존엄한 죽음은 어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MBC의 100분 토론 ‘존엄하게 죽을 권리’는 유튜브에서 다시 시청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