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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검토보고서 분석..."사회적 합의 선행돼야, 법리적 보완도 필요"

입력 2022.12.02 18:35 수정 2022.12.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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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윤리 배치 및 생명 경시 풍조 확산 경계해야"모호한 '말기 환자' 정의와 빠져있는 '철회 규정'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조력존엄사 법제화를 골자로 한 ‘연명의료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입법 쟁점을 분석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 82%가 찬성하는 등 입법 요구가 높지만, 정부와 의료계, 종교계 등 유관 기관들은 생명 경시 풍조와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며 신중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현행법상 적극적 안락사는 불법이며 형법상 자살방조죄로 처벌된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서 응답자의 76.3%가 조력존엄사에 찬성하고, 넓은 의미의 웰다잉 법제화에는 82%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 이유로는 ‘고통으로 남은 삶의 무의미함(30.8%)’, ‘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26.0%)’, ‘고통 경감(20.6%)’ 등이 꼽혔다. 반면 반대 측은 ‘생명 존중(44.3%)’, ‘자기결정권 침해(15.6%)’, ‘악용과 남용 위험(13.1%)’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통계 (2022.7.)  ©디자인팀

개정안은 말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해 조력존엄사를 도입하고, 이에 관여한 의사의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오리건주 등),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해외 입법례를 언급하며 심도 있는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의사가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의 허용 여부와 대상자의 연령 기준, 그리고 ‘말기환자’와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에 대한 의학적·객관적 정의의 모호함이 주요 쟁점으로 지적됐다. 또한, 해외 다수 입법례와 달리 현 개정안에는 환자의 ‘의사표시 철회’ 규정이 부재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 관계 기관 "생명 경시·남용 우려... 인프라 확충이 먼저"

보건복지부는 “의사조력자살은 의사가 생명 단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로, 국가의 헌법상 생명 보호 의무와 상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목적인 반면, 조력존엄사는 적극적 생명 종결을 다루고 있어 단일 법안에 묶일 경우 법체계의 정합성을 해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만약 법제화가 진행될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도 주문했다. 복지부는 “대상자 결정 및 이행 과정에서 신청서 위조나 환자의 철회 요청을 은닉하는 등 악용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 추가 등 통제 장치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사회적 합의 부족과 생명 경시 풍조 만연, 자살예방법과의 상충”을 이유로 법안 도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법안이 제시한 ‘자살방조죄 면책’만으로 의사를 보호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형사적 면책 외에도 윤리적 비난, 민사 소송, 종교적 갈등, 환자 가족과의 분쟁 등으로부터 의사를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객관적 평가 근거 미비와 심사위원회 구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호스피스·완화의료 확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의료의 본질은 생명 유지에 있다”며 법안이 이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협회는 ▲대상자 선정 요건의 모호성 ▲결정 후 이행까지의 돌봄 공백 ▲의료진의 거부권 행사 시 대안 부재 등을 구체적인 문제점으로 꼽았다.

대한한의사협회 역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법제화는 시기상조”라고 못 박았다. 한의협은 조력존엄사 이행 당사자인 의료인과의 사전 협의가 전무했음을 지적하며, 필수적인 호스피스 시설 확충과 치매 등 말기 환자를 위한 사회복지 시스템 마련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환자단체와 중앙호스피스센터는 조력존엄사가 자칫 ‘경제적 타살’로 변질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들은 의견서를 통해 “환자가 가족에게 의료비나 간병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비자발적으로 조력존엄사를 선택하거나, 가족이 이를 암묵적으로 유도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의료윤리학회와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국가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개인의 삶에 대한 최종적 결정을 내리는 것은 국가의 역할이 아니다”라며, 죽음을 행정적 절차로 규정하려는 시도에 대해 윤리적 우려를 표했다.

■ 법리적 쟁점: '말기 환자' 정의 모호성 및 철회권 부재

보고서는 대상자 요건인 '말기 환자'와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의 정의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말기 환자에 대한 의학적 판단이 어렵고, 고통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자칫 경제적 부담이나 돌봄 고통이 환자의 진의로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조력존엄사를 희망한다는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미국 오레곤 주, 오스트리아 등 해외 입법례는 환자가 언제든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으나, 이번 개정안에는 관련 규정이 없다. 보건복지부 역시 철회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어 해외 사례는 의사의 직접 투약 여부나 연령 제한(성인 또는 18세 이상 등)을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어, 의사 조력 방식과 연령 기준에 대해 사회적 합의와 입법적 결단이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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