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한 죽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아시아 최초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폭넓게 보장한 대만의 법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3일 대만의 ‘사전돌봄계획’ 등을 분석하여 우리나라 「연명의료결정법」의 한계를 짚고 다각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한 『외국 입법·정책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최초로 연명의료 권리를 법제화한 대만의 사례를 바탕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 마련을 촉구했다.
◇ 아시아 최초 법제화한 대만, ‘사전돌봄계획’으로 자기결정권 강화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은 지난 2000년 「안녕완화의료조례」를 제정하여 아시아 최초로 연명의료에 관한 권리를 규정했다. 이어 2019년부터는 「환자 자주 권리법」을 시행하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더욱 공고히 했다.
대만의 「안녕완화의료조례」는 치유 불가능한 말기환자가 연명의료 시행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의사표시가 불가능할 경우 가족이나 의료진, 윤리위원회가 대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특히 「환자 자주 권리법」은 환자와 가족, 의료진이 치료 목표를 함께 논의하는 ‘사전돌봄계획(ACP)’ 과정을 의무화하여 인공영양 및 수액 공급 중단까지 결정할 수 있도록 대상을 넓혔다.
◇ 한국 「연명의료결정법」, 대만보다 18년 늦고 절차적 한계 뚜렷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 「연명의료결정법」을 제정하고 2018년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으나, 대만에 비해 약 18년가량 늦은 시점이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2021년 8월 기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가 100만 명을 돌파하며 국민적 관심은 높으나, 현행법은 내용 및 절차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제도가 환자와 의사 간의 상호적 의사결정 체계가 미비하고, 연명의료 중단 대상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만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또한, 가족만이 대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1인 가구나 연고가 없는 환자의 경우 자기결정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한계로 드러났다.
◇ 정혜진 입법조사관, "결정 대상 확대 및 대리인 지정제 도입 필요"
정혜진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보고서를 통해 세 가지 주요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연명의료결정 대상의 확대다. 정 조사관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와 말기환자의 구분이 모호하고 사망 시점 예측이 어렵다"며, "대만처럼 결정 대상을 말기환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 '사전돌봄계획'의 실효성 보완이다. 정 조사관은 "의사의 일방적 정보 제공에 초점이 맞춰진 현행 연명의료계획서와 달리, 환자·가족·의료진이 공동 참여하여 소통하는 대만식 사전돌봄계획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이를 위해 의료진과의 소통 부족 문제를 해결할 제반 환경 조성이 선행되어야 함을 덧붙였다.
셋째, 대리결정자 범위의 적정성 논의다. 정 조사관은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시대 변화를 반영하여 환자가 사전에 지정한 대리인이 연명의료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대만처럼 윤리위원회 등의 기제가 작동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번 분석을 통해 존엄한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고자 하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연명의료결정법」의 미비점을 조속히 개선·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