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가운데, 급증하는 의료·요양·돌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분절된 돌봄 재정을 하나로 통합하고 ‘돌봄보험’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별도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요양병원)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지자체 예산을 합쳐 재정 효율성을 높이고 ‘사회적 입원’ 등의 부작용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백혜련, 소병훈, 강선우, 이수진, 김윤 의원이 공동 주최한 ‘장기요양보험에서 돌봄보험으로 전환을 꿈꾸다 - 돌봄재정 효율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는 현행 돌봄 체계의 비효율성을 진단하고 재정 통합 모델이 논의됐다.
■ "칸막이 예산이 '사회적 입원' 유발… 19조 규모 '돌봄보험' 도입해야"
발제를 맡은 이혜진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현행 돌봄 체계의 가장 큰 문제로 ‘재정의 분절성’을 꼽았다. 이 교수는 “요양병원(건강보험)과 요양시설(장기요양보험)의 역할이 혼재되어 있고, 돌봄이 필요하지만 등급을 받지 못한 노인이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사회적 입원’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이 교수는 ‘돌봄보험’으로의 재편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건강보험 내 요양병원 급여(약 5조 원) ▲노인장기요양보험(약 14조 원) ▲노인맞춤돌봄 등 지자체 사업 예산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이다.
이 교수는 “요양병원의 진료비와 간병비 예산을 장기요양보험으로 이전해 돌봄보험 재원을 마련하고, 요양병원을 ‘의료기능 강화형 돌봄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재정 책임 구조와 관련해 “기초연금 등 현금성 급여는 중앙정부가 전담하고, 대신 치매 관리나 맞춤 돌봄 등 서비스 예산과 권한은 지자체로 이양하는 ‘돌봄보험 연동재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기적으로는 장애인, 정신질환자 관련 돌봄 예산까지 통합하는 2단계 로드맵도 제시했다.
■ "해외선 이미 통합 추세… 거주지 기반 '한국형 모델' 필요"
이영숙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들며 재정 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영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들은 의료·요양·돌봄을 지역사회 서비스로 통합·연계하고 있으며, 재원 확보를 위해 보험료 인상이나 기금 조성(일본, 영국)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형 모델은 거주지 기반의 통합적 서비스 지원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며 “장기요양보험과 공공부조가 포괄하지 못하는 대다수 고령 인구를 위한 적절한 사회서비스 가격 체계 및 운영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재정 통합 넘어 '서비스 권리' 중심 개편 필수"
토론에서 김보영 영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돌봄 제도는 권리 보장보다 재정 관리에 편중돼 획일적 등급 판정과 제한적 서비스(하루 최대 4시간)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돌봄보험 재편 시 핵심은 통합판정체계의 개선”이라며 “현재의 통제적 성격인 판정 체계를 건보공단과 지자체가 공동으로 참여해 지역 특성과 자원을 고려한 서비스 설계가 가능한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성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정 통합의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하며 단계적 접근을 주문했다. 최 위원은 “재원의 다각화는 재원 조달의 어려움 때문이기도 하다”며 “무리한 통합보다는 전달체계 개선(통합판정, 일원화된 창구)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중앙정부는 표준 가이드라인과 정보 시스템 연계를 지원하고, 지자체에 대상자 파악 및 서비스 연계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의료 공급 체계 개혁 없이는 반쪽짜리… 현장 자율성도 보장해야"
김형용 동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돌봄보험 도입 취지는 타당하나, 요양병원을 복지 영역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의 저항 등 현실적 난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최근 의료비 급증은 요양병원보다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과잉 행위 요인이 더 크다”며 “의료 공급 체계의 문제를 복지 공급 체계 강화만으로 해결하려는 관점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진선 광주 북구청 통합돌봄정책팀장은 현장의 한계를 토로하며 구체적인 개선안을 내놨다. 이 팀장은 “유사 사업 중복과 재정 칸막이로 인해 대상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며 ▲유사 사업 통폐합 ▲무분별한 서비스 남용 제재(본인부담금 부과) ▲지자체 예산 운용의 자율성 보장 ▲민관 공유 정보시스템 구축 등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초고령사회 돌봄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부처 간, 재원 간 칸막이를 허무는 과감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특히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노인이 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돌봄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재정 효율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