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권리로 제도화하기 전에, 생명을 보호할 국가의 책임을 먼저 물어야 한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소장 홍순철)는 지난 13일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와 공동으로 창립 28주년 기념 세미나 및 제4회 SUFL(Stand Up For LIFE) 홈커밍데이를 개최했다. '경계선 위의 생명: 안락사·낙태'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개인의 선택권 확장과 국가의 생명 보호 의무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 "생명 경시의 시대, 국가가 윤리 기준 바로 세워야"
개회사와 축사에 나선 인사들은 현 시대를 '생명 위기의 시대'로 규정하며 국가와 사회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홍순철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은 인사말에서 현 시대를 '생명의 위기의 시대'로 규정하며 "안락사라는 이름으로 자살을 도와주는 것이 권리이고 국가가 해야되는 일인양 사회 분위기가 조성된다"며 생명을 기준으로 한 윤리 회복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생명은 어떤 상황에서도 후순위로 밀려날 수 없는 국가의 핵심 책무"라며 "조력자살과 낙태 논의는 대한민국이 어떤 생명윤리 기준을 채택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 질문"이라고 밝혔다.
이봉화 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 대표는 "안락사와 낙태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묻는 문제"라며 "의료인과 시민의 현장 목소리가 제도 설계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 "조력존엄사, '주의의무' 예외 두다간 소아·치매환자까지 확대"
1부 발제에서 신효성 명지대 법무행정학과 객원교수는 안락사, 존엄사, 의사조력자살 등의 용어가 혼용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용어 혼용은 단순한 언어 문제가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왜곡하는 전략"이라고 경고했다.
신 교수는 네덜란드와 캐나다 사례를 분석하며 "형법상 금지를 유지하면서도 '주의의무' 예외를 둔 제도가 결국 정신질환자, 치매 환자, 소아까지 대상이 확대되는 경로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할 뿐 적극적 생명 단축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조력존엄사 법안의 위헌 소지를 제기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상원 전 총신대 교수는 "조력존엄사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가족의 부담과 사회적 압박 속에서 '죽어야 할 의무'로 전환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의 열악한 호스피스 인프라가 안락사 요구를 부추긴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왔다.
최가은 고대 안암병원 간호사는 "한국은 사망자의 75% 이상이 의료기관에서 임종하지만 호스피스 병상과 교육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의대 단계부터 체계적인 완화의료 교육이 선행되지 않으면 안락사 요구가 구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명진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위원장은 종합토론을 마무리하며 "이번 세미나는 감정이 아닌 법·의학·데이터에 기반해 생명 문제를 재정렬한 자리"라며 "죽음을 선택지로 제도화하기 이전에 생명을 살리는 사회적 보호망 강화가 우선"이라고 결론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