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완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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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한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 천주교 '조력존엄사 법안' 반대 담화문 발표 2026-03-25 16: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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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한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 천주교 '조력존엄사 법안' 반대 담화문 발표

입력 2023.07.10 22:52 수정 2023.07.1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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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의 눈으로 본 ‘조력존엄사’ 법안] 담화문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지난해 6월 15일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에도 반대 성명"생의 말기는 그런 의미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며 자신의 삶을 완성하는 중요한 시간"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1년 전 국회에서 발의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일명 ‘조력존엄사 법안’)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지난 15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가톨릭생명윤리자문위원장 구요비 주교는 ‘그리스도인의 눈으로 본 조력존엄사 법안’이란 제목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앞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는 지난해 6월 15일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당시 천주교 생명윤리위는 “존엄사는 ‘환자가 고통 없이 존엄과 품위를 지니고 맞이하는 죽음’이라는 미화된 이미지로 사용되나 실제로는 자살과 이에 가담하는 살인 행위”라며 “‘조력 존엄사 법안’ 상정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가톨릭생명윤리자문위원장 구요비 주교
천주교 서울대교구 가톨릭생명윤리자문위원장 구요비 주교

[구요비 욥 주교의 담화문 전문]

그리스도인의 눈으로 본 ‘조력존엄사’ 법안 

형제자매 여러분, 

1. 지난해 여름 우리나라에서는 ‘조력존엄사법’이라고 부르는 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조력존엄사법은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가 의사의 조력을 통해 스스로 삶을 끝낼 수 있는 절차를 합법으로 인정하자고 주장합니다. ‘존엄사’라는 말은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 이 법안에서는 안락사의 하나인 ‘조력자살’을 미화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2. 안락사는 의도적으로 죽음을 초래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를 구분합니다. 적극적 안락사는 환자에게 치명적인 약물을 주입해 환자를 죽게 하는 것이고, 소극적 안락사는 환자의 생명을 위한 기본적인 처치 (예를 들면 영양/수분 공급, 산소의 단순 공급 등)를 하지 않아서 죽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일부러 생명을 인위적으로 중단하는 것이기에 윤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습니다. 

3. 한편, '연명의료중단'은 '안락사'와 분명히 다른 것입니다. 이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안락사'를 위한 제도로 생각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연명의료중단'은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가톨릭의 가르침에 반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연명의료중단은 임종과정에 들어선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부담이나 해가 되는 의료 행위(예를 들면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등)를 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에도 통증완화나 영양/ 수분 공급, 산소의 단순 공급 같은 기본적인 돌봄을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4. 안락사를 지지하는 이들은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주장하면서 자신의 생명을 마음대로 중단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들은 질병과 노화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삶은 무의미하므로 의도적으로 죽음을 앞당겨서 그런 고통에서 벗어 나는 것이야말로 존엄한 죽음이라고 자살을 미화하고 있습니다. 

5. 그러나 존엄한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입니다. 우리의 삶은 젊음과 건강을 누리기도 하고 질병과 노화로 고통을 겪기도 하지만 어떤 순간도 삶의 가치는 변하지 않습니다. 갓 태어난 힘없고 미소한 자녀의 삶도, 노화와 질병으로 기력이 쇠하신 부모님의 삶도 모두 소중합니다. 생명을 존중한다는 것은 그와 같이 우리의 삶의 어떤 순간도 삶의 한 과정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입니다. 

6. 생의 말기는 그런 의미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며 자신의 삶을 완성하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긴 순례의 여정을 걸어온 이는 아무리 지치고 힘이 들어도 순례의 길을 끝까지 걸어갑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여정을 마지막까지 소중하게 여기며 마무리했을 때 그는 충만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본다면, 임종의 과정 중에 있는 이웃에 대한 참된 사랑은 조력자살을 돕는 것이 아니라 그가 자신의 생명을 마지막까지 살아낼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하며, 호스피스 완화의료 등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이러한 관심과 노력은 물질주의와 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이 되고, 인격적인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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