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완화의료 적용 대상을 현행 말기 암 환자 중심에서 치매와 만성 신부전 등으로 대폭 확대하는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국회 검토보고서가 "제도의 취지상 확대가 필요하다"는 긍정적 의견과 "현실적 준비가 부족하다"는 신중론을 동시에 내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지난 11월,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12748호)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법안은 호스피스 대상 질환을 기존 5개에서 ▲치매 ▲신부전증 ▲심부전증을 포함한 8개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토보고서는 법안의 입법 취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보고서는 "호스피스는 생애 말기 환자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필수 의료 서비스"라며 "질환의 종류에 따라 접근성에 차등을 두기보다는, 환자 전반에게 폭넓게 제공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호스피스를 '보건 시스템의 윤리적 책임'이자 '인권'으로 규정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와도 일치한다. WHO는 비감염성 질환을 포함한 모든 질병 그룹에 호스피스 제공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보고서는 "호스피스 대상 질환 확대로 인한 호스피스 수요 증가 예상치, 병상 등 관련 인프라 현황, 현장의 의견 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며 "현황 조사, 의견 수렴 및 질환별 말기환자 진단 기준 검토 등 준비기간을 고려하여 개정안의 시행일을 공포 후 일정기간이 경과한 후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호스피스센터,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등 주요 유관 기관들은 말기 심부전, 신부전, 치매 등의 질환을 호스피스 영역으로 포함하는 방향성에는 일부 공감하면서도, 임상 가이드라인의 부재, 현장의 낮은 수용성, 인프라 부족 등을 이유로 현행 유지가 바람직하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보건복지부는 호스피스 대상 질환 확대 시 고려해야 할 필수 요소로 ▲수개월 이내 사망이 예상되는 기대수명 예측 가능성 ▲환자의 치료계획에 대한 자기 결정권 ▲말기 판정 가능 여부 등을 꼽았다. 이와 더불어 의료현장의 수용 가능성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스피스 전문기관의 인프라 및 질 관리 역량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복지부는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이해영 교수를 통해 ‘말기심부전환자 호스피스 서비스 제공을 위한 임상가이드라인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해당 연구는 2025년 5월부터 12월까지 수행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향후 연구 결과와 학계 전문가 및 현장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확대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중앙호스피스센터는 말기 심부전 및 신부전증의 경우, 진단 및 임종 예측에 대한 연구와 임상 가이드라인 개발 등 충분한 근거 마련이 선행된 후 확대를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센터는 치매 질환의 호스피스 포함에 대해서는 “치매의 경우 환자의 자기 결정권 보장이 어렵고, 말기 판정 후에도 평균 기대수명이 1년 이상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며 호스피스 대상 질환으로 포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는 개정안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나, 적용 시점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학회는 제도적으로 비암성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위한 기반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행 호스피스 대상 질환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학회 관계자는 “새로운 질환을 추가하기에 앞서 각 질환별 전문가 집단의 호스피스 적용 시기에 대한 권고안 도출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택의료센터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정착 등 현장의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