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스페인에서 시행된 한 조력사망 사례를 문제 삼아 주스페인 미국 대사관에 경위 조사를 지시하면서 양국 간 외교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조력사망을 합법적으로 시행한 주권국가의 의료 및 사법 절차에 타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의구심을 표하며 개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최근 뉴욕포스트가 보도한 미 국무부 내부 전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26일 생을 마감한 노엘리아 카스티요 라모스(2000~2026)의 사례를 정조준하고 있다. 미국 측은 카스티요가 과거 겪은 성폭행 가해자에 대한 스페인 사법 당국의 처벌이 미흡했다는 점과, 조력사망 시행 직전 카스티요가 주저하는 기색을 보였음에도 절차가 중단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전문은 "정신적 고통과 관련한 스페인 조력사망법 적용에 심각한 우려가 있다"며 가해자들의 이민 신분과 기소 여부를 파악하라고 대사관에 지시했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와 언론은 미국 측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팩트체크 전문매체 '말디타(Maldita.es)'와 카탈루냐 당국의 조사 결과, 가해자가 국가 시설 내 미성년 이민자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스페인 극우 정당 복스(Vox) 측이 유포한 허위정보가 미국 정부의 공식 문서에 여과 없이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카스티요는 생전 인터뷰에서 자신의 피해 경험을 명확히 밝혔으며, 사법 절차 역시 스페인 법에 따라 진행되었다.
사망 직전 '주저함'을 보였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카탈루냐 보장평가위원회와 의료진은 카스티요가 마지막 순간까지 확고한 의지를 유지했음을 확인했다. 스페인 법원 또한 601일간의 법정 다툼 끝에 카스티요가 자신의 결정을 내릴 완전한 인지 능력을 갖췄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번 갈등은 최근 악화된 양국 관계의 연장선에 있다고 외신들은 해석했다.
스페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한 나토(NATO) 방위비의 GDP 5% 증액을 거부하고 이란 관련 군사작전에서 기지 사용을 불허하는 등 미국과 대립해 왔다.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미국의 개입을 "주권 침해"로 규정했으며, 모니카 가르시아 보건장관은 "트럼프 정부는 초국제적 극우 의제를 부추기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자기결정권이 이민자 이슈 및 국제 정치 논리와 결합하며 변질되었다고 지적한다. 각국 팩트체크 기관들은 이를 검증하기 위한 공조에 나섰다.
존엄한 죽음을 원했던 한 청년의 마지막 외침인 "이건 내 삶일 뿐"이라는 말은 이제 국제적인 인권과 주권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