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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정신질환 조력사망, 1년 새 60% 급증…'치료 불가능' 판단 논란 가열 2026-03-25 16: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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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정신질환 조력사망, 1년 새 60% 급증…'치료 불가능' 판단 논란 가열

입력 2026.03.11 00:00 수정 2026.03.1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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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조력사망 219건 역대 최다 청년·미성년자 중심 증가에 국제 학계 주목 24세 미만 청년 353명 중 73.4%가 여성, 평균 연령 20.84세 의사마다 진료가 달라 '의사 쇼핑' 문제도 지적

©디자인팀

조력사망(수동적 안락사, 조력자살, 조력존엄사)이 합법화된 네덜란드에서 정신질환을 이유로 한 조력사망(MAID)이 급증하며 국제 의료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죽음의 권리'가 확대되는 현상을 두고, 이것이 인도적 자비인지 치료의 포기인지를 묻는 윤리적 논쟁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1~2건에서 219건으로…데이터가 보여주는 변화

네덜란드 지역조력사망심사위원회(RTE)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정신과적 조력사망 건수는 219건을 기록했다. 전년인 2023년(138건) 대비 약 60% 급증한 수치다. 조력사망법 시행 초기인 2002~2010년에는 연간 1~2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같은 해 네덜란드 전체 자살 사망자 수(1,849명. 네덜란드 통계청)와 비교하면, 정신과적 조력사망 219건은 이에 상당하는 규모다

특히 24세 미만 청년층의 신청이 두드러진다. JAMA Psychiatry(2025)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2012~2021년 정신과적 조력사망을 신청한 24세 미만 청년 353명 중 73.4%가 여성이었으며, 평균 연령은 20.84세였다. 이들 중 상당수가 자폐나 ADHD 등 신경발달장애 또는 복합 트라우마를 동반하고 있었다.

 

뇌 발달 미완성된 청년에게 ‘사망 선고’는 옳은가

가장 큰 쟁점은 정신질환의 '치료 불가능성(irremediability)'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있다. 말기 암처럼 예후가 비교적 명확한 신체 질환과 달리, 정신질환은 장기적 회복 가능성을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World Psychiatry(2026)에 게재된 논문은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의 장기 예후 예측은 임상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뇌 발달이 완료되지 않은 24세 미만에게 '치료 불가능'을 선언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위험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에 이른바 '의사 쇼핑(doctor shopping)' 문제도 가세하고 있다. 담당 치료팀이 회복 가능성을 보고 치료를 권장하더라도, 환자가 안락사를 지지하는 특정 의사를 찾아가 '치료 불가능' 판정을 받으면 조력사망 경로가 열리는 구조적 허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미디어 전염과 '정신적 말기'라는 신조어

논란의 중심에는 정신과 의사 메노 오스터호프(Menno Oosterhoff)가 있다고 네덜란드 외신들은 전했다. 그는 11개월 동안 미성년자를 포함해 12건의 정신과적 조력사망을 시행하며, 정신적 고통을 말기 신체 질환에 비유한 '정신적 말기(mentally terminal)'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World Psychiatry 논문은 이 개념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성년자를 포함해 12건의 정신과적 조력사망을 시행한  정신과 의사 메노 오스터호프(Menno Oosterhoff) ©bol

전문가들은 오스터호프가 미성년자와의 조력사망 상담 영상을 온라인에 공개하거나 베스트셀러를 출판하는 등의 활동이 취약한 청년들에게 '미디어 전염 효과'를 일으켰다고 분석한다. 유명 사례가 보도된 뒤 조력사망 신청이 급증하는 패턴이 관찰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력사망은 자살을 예방하는 인도적 선택?

정신과적 조력사망 찬성 측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조력사망을 제공하는 것이 폭력적 자살을 예방하는 인도적 선택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World Psychiatry 논문은 이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자살 충동은 정신질환의 만성적 증상이지 말기 사건이 아니며, 임상적 접근은 위험 관리와 원인 치료이지 안락사 제공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승인된 죽음의 경로가 오히려 취약한 개인의 자살 고착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네덜란드 의회는 현행 시스템이 충분한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정신과의는 치료 불가능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조력사망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선택이라고 본다.

 

국제사회의 시선, 그리고 한국에 던지는 질문

국제적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정신사회적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조력사망이 장애인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영국 왕립정신의학회는 자국의 조력사망 법안에 대한 지지를 유보했고, 캐나다 정신의학회도 별도 입장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에서도 2024년 조력존엄사법 발의 이후 안락사·조력사 논의가 진행 중이다. 현재 한국의 논의는 말기 신체 질환 환자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네덜란드의 경험은 조력사망 허용 범위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확대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22년 만에 2건에서 219건으로 늘어난 이 추이를 '환자 권리의 확장'으로 볼 것인지, '미끄러운 비탈길'의 현실화로 볼 것인지는 여전히 열린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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