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망 전 중증 돌봄이 집중되는 '생애말기' 고령인구가 오는 2050년 64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한 요양 및 장례 인프라의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10일 발표한 '초고령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 보고서를 통해 현행 규제와 인센티브 구조가 지역 간 미스매치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하고, 부동산 비용의 비급여화와 분산형 화장시설 도입 등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구했다.
◇ 2050년 생애말기 인구 64만 명 시대… 인프라는 '포화'와 '과부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망 전 1~2년 동안 중증 돌봄이 필요한 생애말기 고령인구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1년 14.8만 명 수준이었던 해당 인구는 2025년 29.2만 명으로 늘어났으며, 2050년에는 2025년 대비 2.2배 수준인 63.9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문제는 이러한 수요를 감당할 필수 인프라가 대도시권을 중심으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기준 노인요양시설의 잔여 정원 비율을 살펴보면, 서울은 3.4%에 불과해 사실상 만석 상태인 반면 전북은 12.4%로 상대적 여유를 보였다. 화장시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서울의 화장 가동 여력은 사망자 수 대비 -11.7%로 상시 과부하 상태를 기록했으나, 전북은 116.2%의 여유치를 보이며 지역 간 극심한 격차를 드러냈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은 시민들의 삶의 질 저하로 직결되고 있다. 2000년 33.5%였던 화장률이 2024년 94.0%까지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때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3일 차 화장률'은 2019년 86.2%에서 2025년 75.5%로 하락하며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지가 차이 외면한 '정액수가제'가 부른 도심 공급 절벽
보고서는 대도시권의 공급 부족 원인을 현행 수가 체계와 규제의 모순에서 찾았다. 현재 노인요양시설은 토지와 건물을 직접 소유해야 진입이 가능하지만, 보상은 지역과 상관없이 동일한 비용을 지원하는 '일당 정액수가제'를 따르고 있다.
수익 구조 시산 결과에 따르면, 지가가 높은 서울 강남에서 요양시설을 운영할 경우 월평균 약 1,424만 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가가 저렴한 경남 지역은 약 2,017만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경제적 역선택 구조는 대도시 내 신규 진입을 억제하고 공급의 지역 편중을 야기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분석됐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 상황에 대해 "늘어나는 고령인구에 맞게 관련 시설의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금의 문제가 고령인구가 될 우리 모두에게 피해로 돌아온다"며 공급 확충의 시급성을 경고했다. 실제로 지가가 10% 높을수록 시설의 잔여 정원 비율은 2.3%p 감소하고, 비용 절감 압박으로 인해 시설 평가 점수가 0.14점 낮아지는 등 서비스 질 저하 현상도 실증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 '귀속임대료 비급여'와 '분산형 화장로' … 정책 대안 부상
한국은행은 필수 서비스의 지속 가능한 공급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을 전제로 한 규제 정비를 제안했다.
우선 노인요양시설 분야에서는 요양 서비스 자체는 공적 영역에서 보장하되, 높은 부동산 비용에 해당하는 '귀속임대료'를 법정 비급여 항목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이용자가 자부담하게 함으로써 대도시 도심 내 민간 공급자의 진입 유인을 제공하고, 고령층이 거주지 인근에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취지다.
화장시설 확충을 위해서는 기존의 대규모 시설 건립 방식에서 벗어난 '분산형 공급' 모델이 제시됐다. 병원 장례식장 내에 소규모 화장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자는 것이다. 이는 님비(NIMBY) 현상을 완화하는 동시에 유족의 접근성을 대폭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시뮬레이션 결과,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전국적으로 3일 차 화장률이 3.0~3.9%p 제고될 것으로 추정됐다.
장시령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과장은 "이해관계가 복잡하더라도 개혁이 지연될 경우 미래 세대에 막대한 부담이 전가되므로 '선제적 공급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며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