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사회적, 정책적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제19차 저출산고령화포럼이 지난 21일 개최되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웰다잉시민운동이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에서는, 존엄한 죽음이 개인의 준비를 넘어 국가적 차원의 종합적인 정책과 인프라 구축을 통해 보장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죽음을 결정하는 데 있어 당사자의 자기결정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연명의료뿐만 아니라 유언, 장례, 유산 상속 등 죽음과 관련한 모든 과정에서 개인의 의사가 존중받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그는 ▲유족 지원 ▲인식 개선 캠페인 ▲사전 준비 교육 등 종합적인 준비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위원회가 관계 부처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차흥봉 웰다잉시민운동 이사장은 “품위 있고 존엄한 죽음 역시 중요하지만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과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적극적인 웰다잉 정책 수립을 촉구했다. ‘웰다잉법’을 발의했던 정갑윤 국회의원(자유한국당) 역시 “스스로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 우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 확산에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정경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은 '한국 중·노년층의 죽음에 대한 인식 및 서비스 욕구'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웰다잉에 대한 논의가 건강, 경제 문제에 국한되는 한계를 지적하고 종합적 접근을 강조했다. 연구 결과, 중년층은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죽음’(적극적 희망)을, 노년층은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는 죽음’(소극적 희망)을 좋은 죽음으로 인식하는 등 세대 간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다만 연령과 무관하게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고 결정하는 것’, ‘가족과 좋은 관계로 끝맺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또한, 호스피스·완화의료,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 관련 제도에 대한 인지도는 각각 25%, 20%로 낮았으나, 제도에 대해 알게 된 후에는 절반 이상이 이용 의사를 밝혀 대국민 홍보와 정보 제공의 중요성이 확인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정 부원장은 ▲대국민 홍보 강화 ▲서비스 대상자 확대 및 다양화 ▲임종기 간병비 등 제도적 부담 완화 장치 마련 ▲체계적인 정보 제공 및 정서적 지원 시스템 구축을 제언했다.
윤영호 웰다잉시민운동 기획이사는 한국 사회의 죽음의 현실을 통계로 제시하며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전체 사망자의 76%가 병원에서 사망하고, 호스피스 이용률은 6.1%에 불과한 현실이 과도한 의료비와 간병 부담으로 이어져 비극적인 사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도 이행률이 극히 저조한 문제를 지적하며, 작성 의무화를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이사는 “좋은 죽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재하고 죽음의 질 역시 낮다”고 진단하며, ▲말기 환자 돌봄을 ‘치료 실패’가 아닌 ‘고통의 돌봄’으로 ▲죽음을 ‘회피의 대상’이 아닌 ‘삶의 완성’으로 ▲돌봄을 ‘개인과 가족의 책임’이 아닌 ‘국가와 사회의 책임’으로 전환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역설했다.
이어 서이종 정책위원장(웰다잉시민운동)을 좌장으로 7명의 전문가들이 토론을 진행했다.
백현욱 교수(분당제생병원)는 "생애 말기 돌봄은 통상 사망 전 1~2년간 환자와 가족을 돌보는 것을 의미한다"며, "급사하는 30%를 제외한 대부분의 질환 사망자가 이 돌봄의 대상이 된다"고 전했다. 그는 "연명치료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생애 말기 돌봄이 필요할 때"이며, 중·노년층 대부분이 "가족과 좋은 관계로 끝맺는 당당한 죽음"을 좋은 죽음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웰다잉(Well-dying)'의 개념을 노년기나 사별 돌봄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연령대에 걸쳐 삶 전체의 과정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윤득형 회장(각당복지재단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은 ▲전 세대 '생애주기별 교육' 시행으로 죽음에 대한 인식 전환 ▲상실과 슬픔을 겪는 가족과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대상 '슬픔 치유 프로그램' 확산 ▲민관합동 범부처웰다잉위원회 구성 등을 제안했다.
김효진 본부장(사회복지공동모금회)은 "유산 기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돈과 죽음에 대한 논의를 금기시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며 유산 기부 의향을 밝히는 사람은 많으나 실제 기부 비율은 매우 낮은 현실을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유산 기부가 다양한 사회 통합적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인규 부회장(한국후견협회)은 성년후견제도 적극 활용을 제안하며 전문가 후견인이 웰다잉을 위한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송 부회장은 "법무영역과 사회복지영역을 결합한 서비스로 사무처리에 제약을 받는 노년층에게 필요한 제도이며, 선임된 후견인은 재산 관리뿐 아니라 신상보호까지 책임진다"고 말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인인권의 차원에서의 '죽음' 문제 접근을 주장한 원영희 회장(한국노년학회)은 고독사, 노인자살 등 존엄하지 못한 죽음을 막기 위해 지역사회 돌봄(커뮤니티 케어) 활성화 등 제도적 방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그는 취약노인층의 웰다잉을 위한 제도적 방안 모색과 노인 자살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사회적 대응을 촉구했다.
송인주 팀장(서울시복지재단)은 3년간의 고독사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고독사 문제는 '웰다잉(Well-dying)'이 아닌 '관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히며, 공동체 중심의 장례문화 부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고독사를 경험한 지역의 주민들은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두려워한다"며,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장례문화가 되살려진다면 죽은 이도, 살아있는 이도 조금은 나은 마무리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현건 편집장(협동조합 은빛기획)은 지난 삶을 기록으로 정리하는 '인생노트'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과정이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편집장은 "나의 삶을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며,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포럼은 웰다잉에 대한 국민적 인식 개선부터 호스피스 확대, 간병 부담 완화, 관련 법제 정비 등에 다각적인 접근이 이뤄졌으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관계 부처와의 협력을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