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국민이 ‘자택 임종’을 원하지만 현실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급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국회에서 나왔다.
지난 5일, 국회에서는 김상희·인재근 의원 공동 주최로 ‘병원이 아닌 내 집에서 죽을 권리: 자택임종·가정호스피스 제도 확대를 중심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현행 노인돌봄 정책이 재정과 서비스가 분절된 채 운영되어 ‘현대판 고려장’과 ‘간병살인’을 막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군구 중심의 통합적 돌봄체계 개편과 가정호스피스 제도 확대를 촉구했다.
이번 토론회는 ‘웰다잉문화운동’과 국회 ‘존엄한 삶을 위한 웰다잉연구회’가 공동 주관했으며, 남인순 의원, 양정숙 의원 등 다수의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김상희 의원은 “죽음에 대한 의식과 문화, 변화의 물결이 확실히 느껴지고 있다”며, 국민 대다수(38%)가 자택 임종을 선호함에도 실제 비율은 15.6%에 불과하고, 가정호스피스 이용률은 전체 임종 환자의 0.2%에 그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인재근 의원은 “인생을 차분히 정리하며 익숙한 것들과 초연하게 헤어지는 것이 웰다잉”이라며 “웰다잉을 하기에는 내 집만 한 곳이 없는데, 현재 가정호스피스 제도는 전반적으로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원혜영 웰다잉문화운동 공동대표는 “저출산정책은 실패한 정책이며, 초고령사회정책은 사실상 방치됐다”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이번 토론회가 방치된 웰다잉 정책의 필요성을 환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이날 토론회 좌장은 신영전 한양의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맡았으며, 핵심 발제자로 나선 김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웰다잉을 위한 노인돌봄체계 개편방안’을 주제로 현행 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김윤 교수는 먼저 웰다잉 정책의 전제조건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진국은 질 좋은 요양원·요양병원이 전제된 상태에서 웰다잉이 논의되지만, 우리는 이러한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채 정책을 따라가려고만 하고 있다”며, 질 좋은 시설 인프라와 지역사회통합돌봄 및 재택의료서비스를 전제로 한 가정호스피스 제도 시행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이 노인돌봄에 OECD 평균에 가까운 GDP의 1.3%를 사용함에도 ‘간병살인’과 같은 비극이 계속되는 이유를 ▲재정의 분절 ▲재가서비스의 부족과 분절 ▲잘못된 장기요양보험제도 설계 등 세 가지로 진단했다.
김 교수는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시 급여 종류에 요양병원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 노인들의 시설 선택권을 제한하고 시스템을 왜곡시킨 ‘첫 단추부터 잘못 꿴’ 정책 실패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김 교수는 시군구 중심의 통합적 체계 개편을 제안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박건우 대한재택의료학회 이사장은 동네의원이 호스피스 전담팀을 꾸리기 어려운 현실, 가족들이 느끼는 불안감 등을 언급하며 병원 중심 의료체계의 한계를 지적하고, “이제는 존엄한 죽음을 위해 보험금, 세금 등을 어떻게 지출할 것인가 논의하고 죽음에 돈을 쓰는 것을 허용할 때”라고 주장했다.
박명희 한국호스피스완화간호사회 회장은 “현재 가정호스피스는 기관의 자율 의사에 맡겨져 운영의 어려움으로 확대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양적 확대와 대상 질환 확대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전 원장은 사회문화적 측면을 조명했다. 그는 아파트 중심의 주거 형태와 40%가 넘는 독거노인 가구 비율을 고려할 때 “집에서 삶을 마감하는 것이 무조건 이상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또한, 노인들이 경제적으로 자식에게 의존해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의료진이 자식들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어 연명의료 중단이 어려워지는 구조적 문제를 비판했다.
오동엽 보건복지부 사무관은 “지역사회 내 돌봄, 요양이 잘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정부도 충분히 논의 여지를 갖고 관련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고 답하며, 하반기부터 통합돌봄추진단 2차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