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력사망을 목적으로 해외 출국을 시도하던 60대 남성이 항공기 이륙 직전 경찰에 의해 제지됐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이미 승객 탑승이 완료된 항공기의 이륙을 지연시키는 긴급 조치를 단행했으며, 해당 남성을 가족에게 인계했다.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경찰단에 “폐섬유증 진단을 받은 아버지가 안락사를 목적으로 출국하려 한다”는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대상자인 A씨(60대)는 당일 파리행 항공기에 탑승할 예정이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오전 10시경 공항 현장에서 A씨를 발견해 출국 경위를 파악했다. 당시 A씨는 경찰에 “몸이 좋지 않아 마지막으로 여행을 다녀오려는 것일 뿐”이라며 조력사망 목적의 출국을 강하게 부인했다. 명확한 자살 징후를 발견하지 못한 경찰은 초기 단계에서 출국을 강제 저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곧 A씨의 가족은 자택 등에서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A씨의 유서 형식 편지를 뒤늦게 발견해 경찰에 재차 알렸다.
항공기 이륙이 15분 남은 시점에서 경찰은 즉시 항공사에 협조를 요청해 이륙을 중단시켰다. 경찰은 항공기에 탑승해 있던 A씨를 내리게 한 뒤, 공항 내 별도 공간으로 이동시켜 심층 면담을 진행했다.
인천국제공항경찰단 관계자는 “편지가 발견된 직후 자살 위험성이 명확해졌다고 판단해 긴급 조치로 비행기 출발을 늦췄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파리를 경유해 외국인에게도 조력사망을 허용하는 스위스로 이동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스위스는 의사가 약물을 직접 주입하는 ‘적극적 안락사’는 불법이지만,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환자가 스스로 약물을 투여하는 ‘조력사망’은 일정 요건 아래 합법화되어 있다.
A씨는 경찰과의 면담 과정에서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며 “죽는 권리도 나한테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를 설득하기 위해 그와 비슷한 연령대의 경찰관을 투입했다. 해당 경찰관은 수 시간에 걸쳐 A씨와 인생의 고충 및 질병으로 인한 고통에 대해 공감하며 심리적 안정을 유도했다.
장시간 이어진 면담과 설득 끝에 A씨는 마음을 돌렸으며, 경찰은 A씨를 공항에 도착한 가족들에게 안전하게 인계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와 비슷한 나이대의 경찰관이 직접 장시간 면담을 하며 진심으로 설득한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개인의 ‘웰다잉’ 권리와 국가의 ‘생명 보호’ 의무가 공항 현장에서 충돌한 이례적인 사례로 남게 됐다.
◇ 네티즌 여론, "존엄한 죽음의 권리" 공감 속 가족 소통 아쉬움도
해당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개인의 '존엄한 죽음'과 국가·가족의 '생명 보호' 의무를 둘러싸고 복합적인 여론이 형성되었다.
많은 네티즌들이 투병의 고통과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어 원정길을 택한 A씨의 심경에 공감하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고통 없이 죽음을 선택할 권리와 개인의 자유를 사회가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품격 있는 마무리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지적과 함께, 당장의 출국 저지가 향후 환자와 가족이 겪을 장기적인 고통까지 해결해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도 제기됐다.
반면, 행선지를 속인 채 비밀리에 출국을 시도한 방식에 대해서는 "가족의 동의 없는 이별은 남겨진 이들에게 평생의 상처를 남기는 행동"이라는 지적이 있었고, 유서를 발견한 즉시 신고한 가족과 이를 저지한 경찰의 대응은 "각자의 위치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다한 것"이라는 옹호론도 팽팽히 맞섰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출국 저지 여부를 넘어, 환자와 가족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아름다운 헤어짐'을 위한 사회적 소통과 제도적 대안이 절실함을 시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