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5일 재발의 된 ‘조력존엄사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제1412호, 이하 조력존엄사법)’에 대해 보건복지위원회가 법리적 모호성과 절차적 문제점을 진단하는 검토보고서를 지난달 발간했다.
■ “말기 환자 정의 불분명… 행정 편의적 접근 우려”
보건복지위원회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법안의 핵심인 ‘대상자 정의’와 ‘절차’의 문제점을 짚었다. 우선 안 제2조 제1호에서 규정한 ‘말기 환자’의 정의가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의 규정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어 의료 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사전적·사회적·의학적 정의와 적용 기준을 구분하기 어렵고, 특히 ‘임종기에 있는 환자’와의 구분 또한 곤란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조사처는 “문언적 해석으로도 해당 법상의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는 포섭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이에 대한 명시적 포함 여부가 결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효율성 문제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인간의 존엄한 죽음이라는 문제를 일반적인 행정 결정과 유사한 ‘신청주의’와 심사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한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조력존엄사위원회’의 경우 구성과 성격이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와 중복된다는 점을 들어, 별도 설치보다는 기존 위원회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의료진의 역할과 관련하여 법안은 조력존엄사 이행을 위해 담당 의사 및 전문의 2명의 확인을 요구하고 있어, 전문의 1명의 판단을 요하는 연명의료결정법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담당 의사가 조력존엄사 이행을 거부하여 교체해야 할 때, 이를 대신할 의사를 확보하기 용이하지 않은 경우에 대한 대책 마련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 정부·의료계·학계 “인프라 구축 없는 조력존엄사는 ‘주객전도’”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주요 의료 단체와 환자 단체, 생명윤리학회 등은 해당 법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며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히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법안에 대한 관계 기관 및 단체의 의견은 ‘시기상조’와 ‘반대’로 귀결됐다.
보건복지부는 “의사가 생명 단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 생명권과 자기결정권이 대립하는 사안”이라며 “의료계·종교계·관련 단체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는 만큼 충분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대한의사협회는 “세계보건기구(WHO)도 조력존엄사를 연명의료 중단이나 호스피스와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며 “생명 경시 풍조를 확산시킬 우려가 큰 만큼, 연명의료결정법 정비와 호스피스 등 삶의 질 개선 방안이 더 실효적”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지난 21대 국회 이후 2년간 사회적 논의나 돌봄 인프라 확충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의료와 돌봄의 가치를 뒤바꿀 중차대한 사안을 충분한 연구 없이 시행할 경우 큰 혼란과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의료 현장의 현실적인 부담을 토로했다. 학회 측은 “의료인들이 민·형사적, 윤리적 부담으로 시행을 거부할 수 있고, 경제적 이유로 인한 말기 환자들의 치료 포기 형태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며 연명의료법과의 충돌로 인한 현장 혼란을 우려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정부와 국회가 말기 환자에 대한 질 높은 생애 돌봄 환경을 만들지 못했다는 이유로 환자가 생을 일찍 마감하도록 하는 법을 만드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입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호스피스 환경 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시급한 것은 생애말기돌봄 시스템 마련”이라며 “의료인의 직업적 정체성 모순 초래와 자살 확산의 위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생명윤리학회 또한 “발의 이전에 공론장에서의 충분한 논의 절차가 없었다”며 “호스피스·완화의료 인프라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환자에게 다른 선택지 없이 의사조력자살을 고민하게 만드는 입법에 반대한다”고 명확히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