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완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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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의원 ‘조력존엄사법’ 토론회, 자기결정권의 확대인가 생명 경시의 신호탄인가 2026-03-25 16: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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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의원 ‘조력존엄사법’ 토론회, 자기결정권의 확대인가 생명 경시의 신호탄인가

입력 2022.08.25 19:15 수정 2022.08.26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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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의원 ‘말기 환자의 존엄한 죽음’ 토론회 개최… 법조·의료·종교계 찬반 격론“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넘어선 권리” vs “의사조력자살의 미화, 사회적 타살 우려”

지난 24일 국회에서 '의사조력자살, 말기 환자의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안규백 의원실
지난 24일 '의사조력자살, 말기 환자의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안규백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24일 국회에서 '의사조력자살, 말기 환자의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안 의원이 지난 6월 대표 발의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이하 조력존엄사법)'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개정안은 말기 환자가 희망할 경우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의사의 조력을 받아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이는 현행 연명의료 중단 제도를 넘어선 적극적 형태의 죽음 선택권을 의미한다.

지난 6월 조력존엄사법을 대표 발의한 안규백 의원  ©안규백 의원실

◇ 입법 제안 배경 “고통 감내는 능사 아냐… 웰다잉 욕구 반영해야”

안규백 의원은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4년이 경과했음에도,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들이 삶을 종결할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 현실을 입법 배경으로 꼽았다.

안 의원은 “준비된 죽음과 품위 있는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이자 인간 존엄의 보호”라고 강조하며, 국민의 82%가 입법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의료복지 선도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품위 있는 삶과 죽음 전반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용어에 대해 “자살을 금기시하는 동아시아 문화와 한국적 정서를 고려해 고심 끝에 ‘존엄사’라는 단어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발제자로 나선 윤영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이번 법안 발의를 “국민의 품위 있는 죽음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사회적 공론화를 촉발한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현재 한국의 죽음 현실을 ▲취약한 호스피스 인프라 ▲죽음의 의료화 ▲빈약한 간병 정책 ▲간병 살인 및 동반 자살의 지속 등으로 진단했다.

이어 그는 조력존엄사 도입의 3대 쟁점을 ▲공감대 확산 ▲삶의 자기결정권 보장 ▲위원회 심사 객관성 확보로 정리했다. 윤 교수는 “경제적·사회적 약자들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사회적 타살’ 위험과 대상자 확대(치매, 정신질환 등) 우려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임종 과정뿐 아니라 말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확대하고 환자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대책으로 기존의 연명의료·호스피스 중심의 ‘협의의 웰다잉’에서 유서, 유산 기부, 장례, 죽음 교육 등을 포괄하는 ‘광의의 웰다잉’으로의 정책 대전환을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말기 환자 가족 간병지원센터 설립 ▲교과과정 내 죽음 교육 의무화 ▲사전돌봄계획 건강보험 인정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국가와 사회가 해결해 주지 않으면서 말기 환자에게 비참한 죽음의 고통을 감내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며, 조력존엄사가 허용되지 않는 현 법체계에 대해 헌법소원 제기 필요성까지 거론했다.

 

◇ 반대 및 신중론 “자살 방조의 합법화… 취약계층 내몰릴 것”

반면, 철학·종교·의료계 전문가들은 법안의 윤리적 문제와 부작용을 강하게 우려했다.

김현섭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는 법안의 용어부터 강하게 비판하며 윤리적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교수는 “‘조력존엄사’라는 표현은 가치 판단이 전제된 것으로, 법안의 핵심 내용인 ‘의사조력자살(Physician-Assisted Suicide)’의 본질을 흐린다”며 “연명의료 중단과 자살 조력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김 교수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발생할 사회적 압박을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말기 환자에게 자살을 희망하면 의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선택지를 주는 것이, 역으로 가족과 사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자살을 ‘권유’받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즉, 자살을 선택할 권리를 제공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선택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권리’가 위협받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김 교수는 “생명을 고통보다 큰 쾌락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야말로 생명 경시”라며 “고통 회피를 위해 의사가 죽음을 돕도록 법으로 승인하면, 인명을 지키는 의료 문화와 우리 사회의 자살 금기 의식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은호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윤리연구소장 역시 “죽을 권리라는 개념은 성립할 수 없으며,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박 소장은 해외 연구를 인용해 안락사나 조력자살의 주된 동기가 신체적 고통보다는 자율성 상실에 대한 두려움 등 실존적 고통임에도, 이를 ‘존엄사’로 포장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경제적 논리에 의해 호스피스보다 비용이 저렴한 조력자살이 선호될 가능성을 제기하며, 생명 말기 돌봄 시스템 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현행 연명의료결정법과 조력존엄사법은 윤리적 차원이 다르므로 분리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고 교수는 “말기 환자의 고통을 객관적으로 판정하여 위원회가 승인하는 절차는 담당 의사에게 과도한 행정 부담을 주며, 임종 돌봄 시간을 뺏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용어 또한 ‘의사조력 자의임종’으로 순화할 것을 제안하며, 아직 의료계는 이를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최영숙 대한웰다잉협회 회장은 “국민 여론의 높은 찬성률은 오해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찬성 이유 중 상당수가 ‘남은 삶의 무의미함’이나 ‘가족 부담’ 등 정신적·사회적 이유라는 점을 들어, 조력존엄사 도입보다 죽음 준비 교육과 호스피스 확충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자살은 개인적인 문제. 조력존엄사는 생명 경시? ... "정당방위, 임신중지권 등 생명권 예외 존재"

남준희 법무법인 온고을 대표변호사는 “말기 환자가 고통 속에서 자살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이고, 조력존엄사를 제도화하는 것은 생명을 경시하는 것인가”라며 “이를 제도화하여 평온한 마무리를 돕는 조력존엄사를 두고 생명을 경시한다고 매도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주장했다.

정당방위, 임신중지권 등 생명권의 예외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말기 환자의 고통 해소를 위한 선택만을 생명 경시로 규정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법안의 악용 및 남용 가능성에 대해서 남 변호사는 “모든 법률에는 악용의 소지가 내재되어 있다”는 현실론을 폈다. 그는 “조력존엄사법은 대상자를 ‘말기 환자’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요건이 마련된 이상 잠재적 악용 가능성만을 이유로 제도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자살예방법’과의 상충 문제에 대해서 남 변호사는 “조력존엄사법과 자살예방법은 제도적 입법 취지가 전혀 다르다”고 전제했다. 그는 ▲헌법의 생명권 보장 - 형법의 사형제도 ▲국가보안법 - 남북교류협력법 ▲국토계획법 - 개발제한구역법 등 서로 상충되는 가치를 지닌 법률들이 공존하는 사례를 제시했다. 이는 조력존엄사가 자살 예방이라는 가치와 대립하기보다는, 말기 환자의 존엄성 보장이라는 특수한 입법 목적을 가진 별개의 영역임을 강조한 것이다.

의료인의 보호 방안 미흡 및 윤리적 갈등 문제에 대해서 남 변호사는 “평화롭게 삶을 마감하고자 하는 말기 환자를 의사가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의료인에게는 더욱 큰 고통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는 의사의 조력 행위를 윤리적 위반이 아닌,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적극적 의료 행위의 일환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 또한 실제 사례를 언급하며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는 신념을 강요하기보다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입법 필요성을 옹호했다.

 

성재경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민간합동 범부처위원회 등 별도 기구 설치보다는 기존 협의체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법률에 조력존엄사를 포함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돌봄 체계와 안전망 확충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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