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유권자들이 지난 23일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말기 성인 환자의 조력 사망을 허용하는 법안을 53%의 반대로 부결시켰다.
슬로베니아 선거 당국이 발표한 예비 결과에 따르면, 약 170만 명의 유권자 중 53%가 조력 사망 합법화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으며 찬성표는 47%에 그쳤다. 투표율은 40.9%로 집계되어 반대 투표의 유효 기준을 충족했다. 이번 결과에 따라 해당 법안의 시행은 최소 1년간 중단되며, 의회는 향후 12개월 동안 동일한 사안에 대해 다시 표결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슬로베니아 의회는 지난 2024년 6월 국민투표에서 55%가 지지한 결과를 바탕으로 7월 해당 법안을 승인한 바 있다. 그러나 가톨릭 교회와 보수 야당의 지원을 받은 시민단체가 재투표 요구에 필요한 4만 명 이상의 서명을 확보하면서 이번 투표가 다시 치러지게 됐다.
논란이 된 해당 법안은 치료가 불가능한 불치병을 앓고 있거나 심각하고 영구적인 건강 손상을 입은 성인 환자에게 조력 사망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환자가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고, 모든 치료 옵션을 소진했으며, 치료를 통해 회복이나 상태 호전의 합리적인 전망이 없을 경우 의사 2명의 상담과 승인을 거쳐 치명적인 약물을 복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단, 정신 질환으로 인한 고통은 대상에서 제외되며, 환자는 동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번 투표 결과를 두고 찬반 양측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시민단체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목소리’는 이 법안이 인간 생명의 불가침성을 선언한 슬로베니아 헌법 제17조를 위반한다고 주장하며, 정부가 조력 사망 대신 더 나은 완화 의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 교회 또한 조력 사망 허용이 “복음의 기초와 자연법,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에 모순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법안을 지지했던 로버트 골롭 슬로베니아 총리는 투표 전 시민들에게 법안 지지를 호소하며 “우리 각자가 어떻게, 어떤 존엄성을 가지고 생을 마감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