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몬트주에서 조력자살을 위한 치사 약물 처방 권한을 의사가 아닌 의료인에게까지 확대하는 법안이 제출됐다. 이미 비거주자 허용 및 원격 처방을 도입한 데 이어 진료 장벽을 더욱 낮추려는 시도다.
버몬트주 의회에 제출된 'H.B.75' 법안은 자연요법 의사(naturopathic physicians), 전문 간호사(nurse practitioners), 의사 보조사(physician assistants)가 버몬트주의 조력자살법(Act 39)에 따른 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승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조력자살을 희망하는 환자는 의사(MD 또는 DO)를 직접 만나거나 대면 상담 및 검진을 받을 필요 없이, 상기 1차 진료 제공자들을 통해 치사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법안은 자연요법 의사가 심폐소생술 금지(DNR) 명령서와 연명 치료에 관한 임상의 지시서(clinician orders for life-sustaining treatment)에 서명하고 이를 발급하는 권한도 허용한다.
버몬트주는 지난 2013년 '시한부 환자의 선택과 통제에 관한 법(Act 39: Patient Choice and Control at the End of Life)'을 처음 제정했다. 이후 법안 적용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현재는 버몬트주 비거주자도 조력자살을 위한 치사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다.
또한 줌(Zoom)이나 스카이프(Skype) 등을 이용한 원격의료(telemedicine)를 통해서도 처방이 가능하다.
미국 현행법상 조력자살 자격요건은 만 18세 이상이면서 기대 수명이 6개월 이하인 말기 질환자여야 한다. 환자는 자신의 건강관리에 대한 결정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의사에게 자발적인 요청을 하고 처방된 약물을 스스로 복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절차적으로는 담당 의사에게 최소 15일 간격을 두고 두 번의 구두 요청을 해야 하며, 2명의 증인이 서명한 서면 요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담당 의사 외에 또 다른 의사가 환자의 자격 요건을 재확인하는 과정도 거친다. 단, 환자의 담당 의사나 가족, 유산 상속 예정자, 의료기관 관계자 등은 서면 요청서의 증인이 될 수 없다.
이번 법안 추진을 두고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버몬트주가 법 제정 당시 오·남용 방지를 위한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으나, 이것이 단순히 대중의 수용을 위한 장치에 불과했으며 결과적으로 '처방된 죽음'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