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락사 법안이 가결된 일본의 근미래를 배경으로, 국가가 운영하는 안락사 시설의 내부를 그린 영화 '안락사특구(安楽死特区)'가 지난 23일 일본에서 개봉했다. 재택의로서 2,500명 이상을 임종까지 돌본 의사이자 작가 나가오 가즈히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인간의 존엄과 생사, 그리고 사랑을 다룬 영화다.
영화의 무대는 지금으로부터 수년 뒤의 일본이다. 유럽과 미국에 이어 일본 국회에서 안락사 법안이 가결되지만, 반대 여론이 여전히 거센 탓에 국가는 실험적으로 '안락사특구'를 설치한다. 안락사를 희망하는 이들이 입주해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불치병을 앓으며 6개월의 시한부를 선고받은 래퍼 쇼타로(마이쿠마 카츠야 분)와 저널리스트 아유미(오니시 아야카 분)는 안락사법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두 사람은 특구의 실태를 내부에서 고발하겠다는 목적으로 시설 입주를 결심한다.
시설에는 저마다 사정을 안고 살아가는 입주자들이 있다. 말기암에 시달리는 이케다(히라타 미츠루 분)와 치매 진단을 받고 완전히 기억을 잃기 전에 죽게 해달라는 전직 만담가 마야(요 기미코 분) 등이 함께 생활한다.
주인공 쇼타로는 몸이 급속히 쇠약해지고,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면서 아유미와 상의도 없이 "안락사를 원합니다"라고 입장을 바꾼다. 아유미는 입소자들과 의사들의 의견들을 접하며 삶과 죽음에 진지하게 마주한다.
원작자 나가오 가즈히로는 재택의로서 2,500명 이상의 환자를 임종까지 돌본 경험을 가진 의사이자 작가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이 작품의 토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현실적 무게감을 지닌다.
관객들 "찬반을 정하는 영화가 아니다"
안락사특구를 관람한 관객들은 "찬성이냐 반대냐를 결정하기 위한 영화가 아니다", "감상 후 가장 강하게 남은 것은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무게감이었다", "주인공 커플이 도발적 태도를 보여도 담당의가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등의 평을 남겼다.
'플랜75' 이후, 일본 영화가 던지는 질문
일본에서는 2022년 개봉한 '플랜75(PLAN 75)'가 75세 이상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근미래 제도를 그려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안락사특구'는 같은 맥락에서, 안락사법이 실제로 가결된 일본이라는 설정을 통해 죽음의 제도화를 더욱 구체적으로 파고든다. 두 작품 모두 관객 리뷰에서 자주 비교되며, 일본 사회가 고령화와 안락사 문제를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공론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