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 장애, 정신 장애, 지체 장애, 노인성 치매 등으로 독자적 판단이 어려운 성년이 보증이나 계약 시 후견인의 동의나 대리를 맡길 수 있는 '성년후견제도'가 2013년 도입된 이후 시행 7년 차를 맞이했다. 가정법원 및 지방법원에서 절차를 거쳐 후견인을 선임할 수 있지만, 이용률이 저조하고 실무상 발생하는 각종 문제점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제도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성년후견제도의 현황과 개선방안' 심포지엄이 열렸다.
대한변호사협회 성년후견법률지원특별위원회의 1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된 이 행사의 참석자들은 성년후견제도가 도입 취지와 달리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데공감대를 형성했다.
인사말에서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은 "정신적 제약을 지닌 국민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2013년 성년후견제도가 도입되어 8년째 운영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제도가 피후견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선된 점은 긍정적이나, "아직까지도 그 이용률이 저조하다는 점에서 활성화 방안에 대한 검토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원혜영 국회의원은 "우리 사회에 의사결정능력이 부족한 분들이 약 100만 명에 이른다고 하는데, 후견제도의 도움을 받는 분들은 1%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의사결정 약자가 급증할 것을 예측하며, 국가 차원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후견 등 의사결정지원에 관한 기본법안」을 대표 발의했음을 상기시켰다.
전해철 국회의원은 성년후견제도가 '본인의 의사와 잔존능력 존중'을 기본이념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피후견인의 선거권 행사나 결격조항이 각 개별법들에 남아 있어 여전히 피후견인을 사회적으로 배제하거나 차별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관련 부처가 달라 결격조항 폐지 문제가 책임 있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순무 한국후견협회 협회장은 "성년후견제도 발전을 이끌고 갈 정부의 컨트롤타워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시스템 부재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법원, 정부 부처, 지자체, 금융기관 등 관련 주체들 간의 심도 있는 논의가 전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는 위원회 구성 등을 골자로 한 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축사를 통해 양성일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2013년 발달장애인 공공후견을 시작으로 정신질환자(2017년), 치매노인(2018년)으로 공공후견 지원을 확대해왔다고 밝혔다. 특히 치매노인 공공후견의 경우, 대상자 기준을 저소득층에서 기초연금수급자까지 완화하고 나이 제한을 폐지하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승환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회장은 성년후견제도에 '돌봄'과 '인권'이라는 사회복지 가치가 내재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국가의 돌봄 기능이 강화되는 현대사회에서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커지고 있으며, 협회 차원에서 사회복지사들이 피후견인을 위해 전문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수교육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심포지엄의 주제발표에서 권양희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는 ‘성년후견의 법원 실무 현황과 문제점’ 발표를 통해 "정신감정 절차가 전국적으로 국립정신건강센터에 집중되어 감정서 회보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또한, 당사자가 절차에 비협조적인 경우 진행이 더욱 곤란해지며 외래감정의 어려움과 비용 부담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권 부장판사는 전국 법원의 임의후견감독인 선임 1심 심판문 26건 중 기각된 13건을 분석한 결과도 공개했다. 기각 사유로는 ‘피후견인의 복리에 반하는 경우’가 다수였으며, 법정후견 개시 심리 중 후견계약을 체결하고 임의후견감독인 선임을 청구한 사례, 피후견인의 진정한 의사에 따른 계약으로 보기 어려운 사례, 피후견인과 이해관계가 대립하여 부적합하다고 판단된 사례 등이 있었다.
박인환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령자·장애인의 권리옹호와 의사결정지원 촉진을 위한 입법과제' 발표에서 성년후견제도 이용률이 저조한 원인으로 공정증서 작성, 후견감독인 선임 등 높은 절차 비용을 지목했다. 이로 인해 “전통적 가족 기능 약화로 권익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의사결정능력 장애인들이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의사결정지원 촉진을 위한 입법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유엔 장애인권리협약(UN CRPD)과 같은 국제규범을 충족하고, 국가가 사회복지국가의 새로운 실천모델을 구축한다는 개혁적 자세로 단일입법을 통해 체계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상경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공후견 현황과 발전방향’ 발표를 통해 “후견제도는 인지지적장애인의 자기의사결정권을 보장하고 사회적 활동과 참여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사회복지제도와 이념이 같다”며 “사회복지제도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규정했다.
강 교수는 통합적 인프라에 기반한 제도 내실화를 제안했다. 그는 “통합 거버넌스를 형성하고 후견서비스 공공재원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면서 또한, “학대받는 가족 또는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미성년자 공공후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은 변호사(법무법인 정원)는 '한국후견제도의 실무상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후견 개시 심판 절차의 주요 문제점으로 △심판 기간의 장기화 △정신감정 절차의 비효율성 △후견 개시 결정 후 신청 취하 등을 꼽았다.
또한 피후견인의 재산 목록을 파악하기 위해 ‘정부3.0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를 이용하면, 시스템이 ‘상속’과 ‘후견’을 구분하지 못해 피후견인이 사망한 것처럼 모든 금융계좌가 동결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일부 금융기관 직원들의 제도 이해 부족으로 부동산 담보대출이나 통장 개설 같은 정당한 업무가 근거 없이 거부되는 불편함도 큰 장벽으로 꼽혔다.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이 변호사는 ▲장애 유형과 관계없이 제도를 확대하고 ▲안정적인 재원 마련 제도를 구축하며 ▲이를 총괄할 통합관리기관을 설치할 것을 제언했다.
지정토론에서 민영신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장은 치매공공후견사업 실적이 저조한 원인으로 ▲피후견인 발굴부터 심판청구까지 대부분의 업무가 치매안심센터에 집중된 점 ▲법률 및 행정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센터 직원들의 업무 부담, ▲노인일자리사업과 연계되어 발생한 사업의 복잡성과 후견인 모집의 제약, ▲엄격한 피후견인 자격 기준 등을 꼽았다.
김승섭 법원행정처 사무관은 미성년자를 위한 공공후견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법원이 국선후견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예산 등의 한계가 명확하다며 독일, 대만, 일본의 사례를 들어 "인적·물적 자원을 갖춘 공공후견법인이 미성년후견인이 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우 변호사(법무법인 율촌)는 "친족 간 다툼이 있을 경우 피후견인을 탈취하거나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를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사전처분에 대한 즉시항고에 집행정지 효력을 배제하고, 사전처분에 집행력을 부여하자는 입법론에 찬성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배태민 변호사(법무법인 그린)는 "후견인 횡령 행위 등의 불법행위 사례는 친족 후견인뿐 아니라 전문가 후견인의 경우에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감독 기능을 수행할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본 변호사회의 사례를 참조하여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역할 수행"을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