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2022년 12월 20일 온라인(Zoom)을 통해 ‘의사조력자살, 존엄한 죽음인가?’를 주제로 제54회 콜로키움을 개최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신동익 한경국립대학교 법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발의된 ‘조력존엄사법(의사조력자살 제도화)’이 내포한 법적, 윤리적 쟁점을 분석하며 기존 법체계와의 충돌 가능성과 제도적 보완점을 제언했다.
신동익 교수는 우선 안락사와 존엄사의 개념적 혼란을 지적하며, 현재 논의 중인 ‘조력존엄사’를 의사가 개입하는 자살 또는 타인이 주도하는 외부적 안락사의 결합 형태로 정의했다. 신 교수는 "2018년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과 달리, 안규백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의사 조력 자살을 제도화하고, 이를 시행한 의사에게 형법상 자살방조죄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법안의 구조적 문제점, 특히 ‘조력존엄사 심사위원회’ 중심의 결정 방식을 지적했다.
그는 "법률적 명확한 기준 대신 위원회에 결정을 위임하는 방식은 ‘연성법(Soft Law)’의 한계를 가지며, 위원회 구성에 따라 결정이 조작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해당 법안이 자칫 법체계의 통일성을 해치는 입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자 주권주의에 대한 맹신도 경계 대상으로 꼽혔다. 신 교수는 "환자의 자율적 결정을 절대시할 경우 ‘극단적 주관화’가 발생할 수 있으며, 죽음이라는 결과는 오류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가족이 환자를 대리하여 죽음을 결정하는 상황에 대해 "본인을 해하는 결정을 허용하지 않는 민법의 대리권 기본 원칙과 충돌하며 체계적 불협화음을 일으킨다"고 꼬집었다.
또한 신 교수는 복잡한 사회 문제를 단편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모듈 방식’ 입법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조력존엄사법이 민사, 형사, 상속 등 전체 법체계(시스템)와의 연동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도입되면 시스템 전체에 오류(버그)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환자 본인의 이익보다 가족이나 병원의 의료비 절감 등 경제적 이익이 죽음을 선택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는 시장 논리의 편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신 교수는 의료계와 사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우선 완화의료 전문가 등 의료계가 임종기와 회복 불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과학적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도적으로는 "가족이나 위원회가 아닌, ‘후견법원(가정법원)’과 같은 제3의 사법기관이 개입해 과다 진료 여부를 판단하고 환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