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불가능한 질병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 환자와 변호사 단체가 국가가 조력존엄사(조력사망) 관련 법을 제정하지 않은 것은 헌법 위반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했다.
변호사 단체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이하 착한법)’과 한국존엄사협회는 18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희귀난치병 환자를 대리해 ‘입법 부작위 위헌 확인소송’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내에 조력사망을 허용하는 법률이 부재하여 이를 원하는 당사자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할 국가가 관련 법을 마련하지 않는 것(입법 부작위)은 위헌"이라고 청구 취지를 설명했다.
■ "마약성 진통제도 소용없어"… 환자의 절규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으로는 척수염 환자 이명식(62) 씨가 나섰다. 이 씨는 2019년 발병 이후 하반신이 마비되었으며, 24시간 지속되는 압통과 근육 경직, 흉·복부 압박감 등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영상을 통해 입장을 밝힌 이 씨는 "마약성 진통제에도 내성이 생겨 통증 관리가 되지 않는 상태로 버텨왔다"며 "평생 계속되는 고통 속에서 단지 살려만 놓는 것은 존엄한 삶이 아니다. 살아있는 인간의 존엄성뿐만 아니라 죽음의 존엄성도 갖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 씨는 현재 스위스 조력사망 단체의 요건을 갖췄으나, 독자적인 거동이 불가능하고 가족의 도움을 받을 경우 가족이 자살방조죄로 처벌받을 수 있어 출국하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 "연명의료결정법만으로는 부족… 선택권 보장해야"
단체 측은 현행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현행법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 한해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중단하는 소극적 방식만 허용하고 있다.
최다혜 한국존엄사협회장은 "캐나다 등 해외에서는 호스피스, 연명의료 중단 외에도 조력사망 등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며 "우리 환자들도 스스로 삶의 마지막을 결정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이어 "협회 소속 환자 대부분은 거동 자체가 힘들어 장시간 비행이 필요한 스위스행이 불가능하다"면서 국내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헌재 판단 변화할까… "사회적 합의 성숙" 주장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7년과 2018년 제기된 유사한 취지의 헌법소원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국회의 입법 의무가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재련 착한법 이사(변호사)는 "죽음의 단계에 이른 환자가 겪는 고통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이는 헌법상 권리에 대한 직접적 침해"라며 "추상적인 가치인 생명 존중이나 사회적 합의 필요성 등을 이유로 입법 재량 영역이라 판단했던 헌재의 소극적인 태도는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체 측은 독일, 오스트리아 등 해외에서 조력사망 금지를 위헌으로 판단하는 추세와 국내 여론의 변화를 근거로 들며, 헌법소원 청구와 함께 공개변론을 신청해 사회적 논의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