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9일 발간한 '웰다잉에 대한 태도 예측 모델링 연구: 머신러닝 분석을 기반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성인들은 '좋은 죽음'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신체적 통증 완화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 경감을 꼽았다. 죽음에 대한 인식과 관련 제도의 인지도는 높으나, 실제 이용 의향에 있어서는 비용과 통증에 대한 오해가 주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 죽음에 대한 생각은 깊지만 대화는 ‘단절’
조사 결과, 응답자의 78.6%는 본인의 죽음이나 생애 말기 치료 계획을 상상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85.2%)과 65세 이상 고령층(81.0%)에서 이러한 경향이 뚜렷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임종 상황이나 치료 계획에 대해 가족과 이야기해 본 적이 있는 응답자는 45.7%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자신의 죽음을 개인적으로 상상하는 단계에서 나아가, 원하는 삶의 마무리 방식을 가족과 공유하는 과정은 여전히 불편해하거나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인식의 격차는 실제 현장에서 환자의 의사보다 가족의 합의에 의해 연명의료 중단이 결정되는(42.0%)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 호스피스·연명의료 중단... “비용보다 고통과 두려움이 장벽”
웰다잉 정책에 대한 인지도와 이용 의향은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해서는 74.9%가 알고 있었으며, 임종기 환자가 되었을 때 연명의료를 중단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91.9%에 달했다. 중단을 원하는 주된 이유는 ‘회복 가능성 없는 삶의 무의미함(68.3%)’과 ‘가족에 대한 부담(56.9%)’이었다.
반면, 제도를 이용하지 않으려는 이유로는 ‘신체적 통증에 대한 조치 미흡 우려(53.0%)’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49.4%)’이 꼽혔다. 호스피스·완화의료의 경우 이용을 주저하는 이유로 ‘비용 부담(49.7%)’이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실제 호스피스 이용 시 진료비가 미이용군보다 낮다는 선행 연구 결과와 배치되는 대목이다. 보고서는 이를 “제도에 대한 정보 부족과 막연한 오해에서 비롯된 부담감”으로 분석했다.
◇ 머신러닝이 짚어낸 핵심 변수: ‘시설 확대’와 ‘심리적 준비’
연구팀은 랜덤포레스트(Random Forest), GBM 등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웰다잉 태도 예측 모델을 구축했다. 분석 결과, 호스피스 이용 의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호스피스 기관의 개수 확대’에 대한 중요성 인식이였으며, 성별과 죽음에 대한 사전 심리적 준비 여부가 뒤를 이었다.
연명의료 중단 의향 예측에서는 연령과 자녀 유무, ‘사전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지원’의 중요성 인식이 상위 변수로 도출되었다. 65세 이상 고령층일수록,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강할수록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할 확률이 유의하게 높았다.
◇ “공유 의사결정(Shared Decision Making) 활성화 시급”
보고서는 머신러닝을 통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웰다잉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환자가 의식이 있을 때부터 가족·의료진과 사전에 소통하는 ‘공유 의사결정’ 과정의 제도화다.
둘째, 연명의료 중단 시에도 충분한 통증 조절이 가능하다는 과학적 근거를 국민에게 적극 홍보하여 오해를 해소해야 한다.
셋째, 호스피스 인프라 확충과 실제 비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을 통해 경제적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머신러닝을 통해 국민의 웰다잉 태도를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초 자료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조력 존엄사 등 변화하는 정책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국민 가치관에 기반한 체계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