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지난달 13일 개막한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공연 중이다. 이 작품은 뇌사 상태에 빠진 19세 청년의 심장이 심장질환을 앓는 51세 여성에게 이식되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그린다.
파도를 즐기며 생의 활력을 만끽하던 청년 시몽은 귀가 중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판정을 받는다. 의료진은 장기 기증을 제안하지만, 여전히 심장이 박동하는 아들 앞에서 부모는 고통스러운 결정의 순간을 맞는다.
16개 인물, 한 배우의 몸으로
이 작품의 독특함은 1인극 형식에 있다. 응급실 의료진부터 장기 기증 코디네이터, 이식 수술팀, 그리고 기증자와 수혜자 가족까지 장기 이식 과정에 관여하는 모든 인물을 단 한 명의 배우가 소화한다.
지난달 30일 공연에 나선 김지현은 서술자를 포함해 16개 역할을 넘나들며 각 인물의 온도를 정밀하게 전달했다. 유가족을 대하는 코디네이터의 절제된 태도, 예기치 못한 기회로 새 생명을 얻게 된 수혜자의 복잡한 심정을 섬세하게 구현했다. 냉정한 의료진의 표정에서 사랑에 빠진 청년의 밝은 얼굴로 순식간에 전환하는 연기는 무거운 주제 속에서도 객석의 웃음을 자아낸다.
최소한의 무대, 최대한의 몰입
무대 장치는 작은 테이블과 의자 하나로 간결하다. 대신 정교한 조명과 음향이 극의 밀도를 높인다. 특히 심장 이식 수술 장면에서 배우는 빛과 손동작만으로 메스가 신체를 가르고 혈관을 절개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2015년 프랑스에서 초연된 뒤 2016년 영화로도 제작됐다. 한국에서는 민새롬 연출의 각색으로 2019년 첫선을 보였으며, 이번이 다섯 번째 시즌이다. 매 시즌 85% 이상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1인극의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은 장기 이식이라는 의학적 절차 너머, 그 과정을 경유하는 사람들의 시간과 감정에 주목한다.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상실이, 다른 이에게는 일상적 업무이자 새로운 삶의 시작점이 되는 역설을 담담히 기록한다.
초연부터 참여한 손상규, 윤나무와 2022년부터 합류한 김신록, 김지현이 이번 시즌 무대를 이끈다. 공연은 다음 달 8일까지 계속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