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이하 사실모)은 지난 21일 이일학 교수(연세대 의과대학 / 사실모 사무총장)를 초청해 '무엇이 좋은 죽음인가? 안락사를 이해하기' 특강을 개최했다.
100여 명의 시민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한 이날 특강에서 이일학 교수는 안락사 문제를 역사적, 윤리적, 의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며 신중한 정책적 접근을 촉구했다.
이 교수는 "20세기 의학의 발전이 수명을 연장했지만, 역설적으로 죽음을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닌 의료 기술로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만들며 비인간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문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의료화된 죽음에 대한 반성으로 삶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돌보자는 '호스피스 운동'과 '생애 말기 돌봄' 논의가 시작되었으며, 같은 맥락에서 안락사 논쟁이 촉발되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안락사'라는 용어 자체가 매우 모호하여 정책 논의에 혼란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국에서 '소극적 안락사'로 불리는 연명의료 중단부터 의사 조력 자살, 적극적 안락사까지 매우 다른 윤리적 무게를 가진 행위들이 '안락사'라는 이름 아래 혼재되어 있다"며 정교한 개념 구분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안락사 허용 논쟁의 핵심인 '자기결정권 존중' 이면에는 '생명의 신성함', '오진의 가능성',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압력' 등 심각한 정책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안락사를 원하는 이유는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 가족에 대한 부담 등 복합적이며, 이 중 상당수는 양질의 돌봄으로 완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그는 "안락사 합법화 여부를 논하기 전에, 죽음을 앞당기고 싶어 하는 욕구의 근원을 살피고 그에 맞는 '최선의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좋은 죽음은 법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의 마지막 순간에 최선의 의료, 돌봄, 소통, 배려를 통해 완성되는 것"이라며, 소원노트 작성 등 생애 말기 돌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