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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제도, '자기결정권'의 사각지대… 취약계층 위한 정책 보완 시급

입력 2019.07.31 23:50 수정 2019.08.0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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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도입 후 긍정적 인식 변화와 함께 드러난 취약계층 소외 문제'가족 전원 합의' 조항의 한계 및 지역별 등록기관 불균형 해소장기요양 수급자의 연명치료 실태와 '출장상담'의 필요성상담 인력, 재정 지원 등 실질적인 작성 인프라 구축 시급

'취약계층의 연명의료 결정과 웰다잉 정책방향' 토론회가 지난 30일 개최됐다.  ©웰다잉시민운동
'취약계층의 연명의료 결정과 웰다잉 정책방향' 토론회가 지난 30일 개최됐다.  ©웰다잉시민운동

연명의료결정제도의 핵심 가치인 '자기결정권'이 장애인, 무연고자, 장기요양 노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게는 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30일, 국회에서는 원혜영·김세연 의원, 웰다잉시민운동, 대한변호사협회 공동 주최로 '취약계층의 연명의료결정과 웰다잉 정책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현행 제도가 정보 접근성과 신체적 기능이 양호한 이들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지원과 시급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원혜영 국회의원은 2016년 연명의료결정법을 통과시킨 것을 의정활동 중 가장 큰 보람으로 꼽으며, "어떤 제도도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으며, 시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미비점을 끊임없이 평가하고 보완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세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제도를 운영하며 놓칠 수 있는 사각지대를 꼼꼼히 살피고 보완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취약계층 문제 해소는 제도의 선한 의도가 왜곡되는 것을 막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지속적인 보완 노력을 통해 웰다잉 정책이 큰 부작용 없이 사회에 스며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흥봉 웰다잉시민운동 이사장은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웰다잉의 핵심 기반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무연고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자기결정권 보장 문제를 방치할 경우 생명 경시 풍조나 경제력에 따른 '생명의 계급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은 현대 의학기술의 발전이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가능하게 한 역설을 언급했다. 또한 이 협회장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의 50% 이상이 서울·경기권에 편중된 현실을 지적하며, 정보와 상담 인프라 격차가 제도의 혜택 불균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제 발표에서 주호노 경희대학교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상 자기결정권의 구현'을 제목으로 법의 구조를 설명했다. 그는 환자의 의사표현 능력 유무에 따라 자기결정 행사 방식이 나뉜다고 밝혔다.

의사표현 능력이 없을 때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우선하며, 이것이 없을 경우 '가족 2인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이나 '가족 전원의 합의' 등 추정적 방식이 동원된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가족 전원의 합의' 조항이 환자 개인보다 가족 의사를 중시하는 한국의 독특한 특징이라며, "타인에 의한 결정은 환자 본인의 진정한 의사를 확실히 알 수 없다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백수진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연구부장은 '취약계층의 연명의료결정 지원 방향'을 주제로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모든 국민에게 주어진 소중한 기회임을 강조하며, 정책 방향으로 ▲작성 기회 확대 ▲작성 환경의 질 관리 ▲작성된 의사의 존중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등록기관 양적 확대, 전문 인력 역량 강화, 의료기관윤리위원회 등록 확대 등을 제안했다. 또한 장애와 같은 개인적 특성과 가족 관계의 압력 등에서 발생하는 취약성을 해결하기 위한 맞춤형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서이종 서울대학교 교수는 "고령층이 말기 환자가 될 경우 연명의료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는 뚜렷하지만, 그 결정이 진정한 자기 의사인지 사회적으로 고민해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고령층의 결정은 가족에 대한 경제적, 심리적 부담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2018년 서울대학교 SSK고령사회연구단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은 말기 환자로 판명될 경우 연명의료를 중단할 의사가 명확했다. 하지만 그 이유를 분석한 결과, 65~74세 응답자의 39.2%가 '가족에 대한 피해'를, 25.1%가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 75세 이상에서도 '가족에 대한 피해 우려'(38.4%)와 '경제적 부담'(30.5%)이 주된 이유로 나타났다.

이어 그는 "경제적 중·하층은 더 살고 싶어도 가족의 경제적 부담 때문에 연명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취약계층이 연명의료를 중단하겠다고 응답했을 때, 이것이 과연 본심인지 사회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존엄한 죽음을 위한 자기 결정이 외부 환경에 의해 왜곡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취약계층의 연명의료 결정과 웰다잉 정책방향' 토론회 ©웰다잉시민운동
'취약계층의 연명의료 결정과 웰다잉 정책방향' 토론회 ©웰다잉시민운동

토론에서 이정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위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들이 제도의 가장 큰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수급자의 약 절반(48.2%)이 사망에 이르는 현실이며, 장기요양 수급자는 신체적, 인지적 기능 저하로 스스로 결정에 참여하기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2014년 연구에서 사망 전 1개월 내 병원을 이용한 수급자의 31.8%가 사실상 연명치료를 받았다는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하며, 이들이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만 받으며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유경 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 상담사는 상담 현장의 사례를 전달했다. 소뇌위축증, 파킨슨병 환자들이 의사 표현이 가능할 때 미리 의향서를 작성하는 사례를 소개하며 제도의 절실함을 주장했다. 그는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병상 환자, 와상 상태, 장애인, 외부 활동 불가능한 어르신'을 꼽았다.

유 상담사는 이들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상담사가 직접 찾아가는 '출장상담'을 제안했지만, 상담사의 안전, 비용, 교육 부재 등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삶의 취약지대에 놓인 분들이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마저 소외되지 않도록 사회적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법 제정 과정에 직접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법의 본래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법의 진짜 핵심은 '연명의료계획서'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통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것"이었으나, 현재 작성 인프라가 열악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안 대표는 "인력과 재정을 투입해 가장 효과가 클 부분은 작성 인프라 구축"이라고 강조하며, 법 제도 개선과 함께 실질적인 인프라 투자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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