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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자 故 허순길 목사, 3무(無) 장례식…깊은 울림 주고 떠나

입력 2017.01.19 23:47 수정 2017.01.20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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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고 허순길 목사 빈소 / 유족 제공
사진=고 허순길 목사 빈소 / 유족 제공

고려신학대학원 14·16대 원장을 역임한 허순길 박사가 지난 10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가운데, 텅 빈 듯한 그의 '3무(無) 장례식장'이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부산 복음병원 내 故 허순길 박사의 장례식장에는 꽃도 부의함도 없었다. 심지어 영정조차 없었다. 대신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요 11:25)' 라는 성경구절과 함께 성경책이 놓여있었다.

빈소의 벽에는 ‘장례예식 알림’이란 제목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고인의 유언에 따라 부의금과 조화를 사양하고 영정을 설치하지 않았으며, 유족들과 위로의 문안을 하는 것으로 상례를 대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유족일동.’

8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허 목사는 평생 신학과 복음에 정진했고, 500년 전 종교개혁 당시의 개신교도처럼 청빈하고 엄격하게 신앙을 지켰다. 고려신학대학원에서 평생 예비 목회자들을 가르쳤고, 퇴임 후엔 네덜란드 개혁교회 등 다양한 신학적 주제의 저서 집필과 강연을 해왔다.

그야말로 소박하기 이를 데 없는 빈소는 그런 고인의 명성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정도였다. 조문객들은 흰색 송이 국화조차 없는 빈소에서 유족에게 목례만 하고 돌아서야 했다.

12일 장지로 떠나기 전 열린 발인예식에 참석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 이한석 전 총회장은 “팔십 평생 그런 장례식은 처음 봤다. 노숙인의 그것과 다름이 없었다”고 말했다.

발인예식에서는 찬송가 ‘나 같은 죄인 살리신’만 불리어졌고, 고인의 약력 소개나 추모사, 조사는 없었다. 고인의 관은 작은 장의차에 실려 장지로 운구됐다.

故 허순길 박사는 1960년 칼빈학원과 고려신학교를 졸업하고, 계명대 교육학과와 네덜란드 캄펜 신학대학원 신학석사(1969), 신학박사(1972)를 졸업했다. 서문로교회와 호주 자유개혁교회 등에서 시무했다. 그는 1988년 제14대 신대원 원장으로 4년간 봉사했고, 1997년 제16대 원장에 다시 취임해 2년간 재임했다. 저서로는 <은혜로만 걸어온 길>과 <어둠 후에 빛>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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