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심장이식으로 아들의 생명을 살렸던 어머니가 1년 뒤 불의의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져 3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난 사연이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월 27일, 대전 성모병원에서 故 김춘희(42)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장, 신장(좌, 우)을 기증하고 영면했다. 김 씨는 생전 "자식이 삶의 전부"라고 말할 정도로 두 아이에게 헌신적인 어머니였다.
이번 기증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김 씨의 16살 아들이 불과 1년 전, 심장이식을 통해 기적적으로 생명을 되찾은 수혜자였기 때문이다. 장기를 받아 아들을 살린 가족이 이제는 장기를 기증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이처럼 수혜자 가족이 기증자가 되는 경우는 국내에서 재이식 사례 등을 포함해도 2~3건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드물다.
김 씨의 아들은 작년 희귀심장병 진단을 받고 힘겨운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상태가 악화되어 심장이식 외에는 방법이 없었고, 가족들은 누군가의 숭고한 뇌사 장기기증만을 간절히 기다려야 했다.
김 씨에게 뇌사 장기기증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닌, 아들을 살릴 유일한 희망이자 '천 번을 절해도 모자랄 나눔의 상징'이었다. 기적적으로 아들은 심장이식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그러나 1년 뒤, 김 씨가 불의의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지면서 가족들은 또다시 생명나눔의 기로에 서게 됐다. 아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기증을 애타게 기다렸던 경험은, 이제 기증을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을 때 그 무게와 어려움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게 만들었다.
가족들은 김 씨가 아들의 이식 이후 "만약 내가 뇌사 상태가 되면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던 점과, 아들이 기증으로 새 삶을 얻었듯 다른 누군가에게도 희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김 씨의 남편 노승규 씨는 “아들이 받았던 새 생명처럼, 아내가 누군가를 살려서 그 (감사한) 느낌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내는 슬픔 속에서도, 기증의 소중함을 알기에 3명의 생명을 살리는 길을 선택했다.
기증 결정을 먼저 제안한 것은 딸이었다. 딸은 “엄마와 친구처럼 지내며 늘 사랑받는다고 느꼈다. 올해 서울로 대학을 가게 되어 멀어지는 게 싫었는데, 이렇게 다시는 못 볼 곳으로 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면서도, “기증으로 내 동생이 살아났듯이, 기증으로 엄마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가서 산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가족들에게 먼저 제안했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1남 3녀 중 둘째로 태어난 고인은 밝고 상냥한 성격으로 주변의 사랑을 받았으며, 텔레마케터로 일하면서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희생할 정도로 자녀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고인의 발인은 29일 대전시 정수원에서 화장 후 엄수되었으며, 보건복지부 장관 명의 조화 전달 및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의 가족관리 서비스 등 기증자 예우가 진행됐다.
조원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뇌사장기기증은 누군가에게 새 삶을 주지만, 다른 한편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일”이라며, “이런 양 측면을 이해하고 경험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이처럼 숭고한 생명나눔을 결정해주신 기증자와 유가족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