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경력의 중식당 요리사 故 박흥철(43)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6개의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 숭고한 결정 뒤에는, 평소 생과 사의 현장을 넘나드는 소방관인 친형이 "뇌사 상태인 동생이 이승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선을 베풀고 가길 원한다"며 가족을 설득한 사연이 있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故 박흥철 씨는 이달 초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고인은 지난 3월 27일 심장, 폐장, 간장, 신장 양측, 각막을 기증하여 생면부지의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고인은 20년간 요리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한 직장에서 15년을 근무할 만큼 성실하고 주변과 두터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사고 당일, 평소와 달리 박 씨가 출근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닿지 않자, 중식당 사장이 직접 집으로 찾아갔다가 쓰러져 있는 그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이미 늦은 상태였다.
고인의 맏형인 박흥식 소방위(부산 금정소방서 산성안전센터)는 동생이 3~4일 전부터 자가 호흡이 불가능했고, 결국 뇌사로 추정된다는 의사 소견을 듣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평소 생과 사를 넘나드는 구조 현장에서 일하며 '의미 있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왔던 그는, 동생을 이대로 보내기 안타까운 마음에 가족들에게 먼저 장기기증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박 소방위는 생명을 살리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가족들을 설득했다. 그는 "소방구조대원이라는 직업 특성상 일반인이 혼동하는 뇌사를 명확히 구분할 줄 알았고, 이를 장기기증과 연결하기 어렵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그가 기증을 적극적으로 결심하게 된 데는 개인적인 경험도 있었다. 박 소방위는 "동료 중에 이식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어, 어떤 치료를 해도 결국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는 동생이 장기기증을 통해 이승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선을 베풀고 가길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 동생은 비록 유명을 달리하지만, 생명을 이어받은 누군가가 동생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동생의 심장으로 다시 가슴이 뛴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라며 심경을 전했다. 이어 "생명을 받으시는 분은 제2의 삶을 멋지게, 남에게 선행을 베풀며 살기를 바란다"는 간절한 바람도 덧붙였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조원현 원장은 "생사를 넘나드는 현장에서 일하는 가족의 정확한 이해와 결정으로 여러 생명이 이어지게 되었다"며 "사랑하는 가족을 보내면서도 수혜 받을 환자들을 걱정해주는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