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 시행(2026년 3월)을 앞두고, 요양병원의 역할 재정립과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가 국회에서 마련됐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7일 국회에서 ‘통합돌봄 시대, 요양병원의 역할과 방향-고독사 없는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통합돌봄의 역할’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수진·김미애·김윤·서영석·김예지·안상훈 의원과 교육위원회 문정복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참석자들은 요양병원이 통합돌봄의 핵심 인프라임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논의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을 성토하며, 기능 분화와 수가 정상화, 재택의료 참여 보장 등을 강력히 촉구했다.
임선재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요양병원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제도적 배제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임 회장은 “통합돌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지역사회 자원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며 “요양병원은 의료와 돌봄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전문 인프라로서, 퇴원 후 연속적인 돌봄과 중증 환자에 대한 포괄적 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핵심 기관”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통합돌봄의 실질적 작동을 위해 요양병원의 역할은 선택이 아닌 필수임에도, 불합리한 수가체계와 방문진료 시범사업 제외 등 거대한 변화의 논의 과정에서 종종 배제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더 이상 외면되어선 안 된다”며 “이 자리를 계기로 제도적 소외를 단호히 끊어내고, 요양병원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 “돌봄통합지원법, 요양병원에 위기 … ‘의료기능 강화’ 통해 전문 의료 회복해야”
주제발표에 나선 안병태 대한요양병원협회 부회장(의료개혁 TFT 위원장)은 ‘통합돌봄 시대 요양병원이 나아갈 길’을 주제로, 법 시행에 따른 위기감과 구체적인 생존 전략을 제시했다.
안 부회장은 “통합돌봄지원법 시행으로 이미 제도화된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엄청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의료 관점은 무시한 채 돌봄 관점에서만 요양병원, 요양원, 재택돌봄을 구별하는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요양병원은 저수가 속에서도 노인 의료를 감당하며 고독사를 예방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좋은 죽음은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함께하느냐의 문제이며, 요양병원은 24시간 케어를 통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 부회장은 요양병원이 ‘의료기능 강화’를 통해 전문 의료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급성기 퇴원 환자의 회복 병원 기능 △중증·재활·투석·감염·임종기 환자 케어 전문성 확보 △대학병원-요양병원-지역사회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개편을 제안했다. 또한 재택의료 동참, 간병비 급여화를 통한 질적 향상, 일본식 의료 복합체(병동제 형태) 도입 필요성도 역설했다.
특히 안 부회장은 돌봄통합지원법에 대한 요양병원의 입장으로 △수가 정상화 △생애말기 임종기 병동(호스피스) 신설 △재택돌봄 진입 인정 △환자 선택권 보장 △병동제와 의료복합체 정책 시행 △요양병원 퇴로 지원 등을 제안했다.
■ 전문가들 “요양병원, 지역사회 ‘허브’로 전환해야”
지정토론에서는 요양병원의 구체적인 기능 전환과 생존 전략에 대한 전문가들의 제언이 이어졌다.
노동훈 대한재택의료학회 정책이사는 “2026년 통합돌봄 본사업은 요양병원에 위기이자 기회”라며 “변화를 거부하면 ‘사회적 입원’의 주범으로 몰려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 이사는 생존 전략으로 △지역사회 연계 강화 및 전환기 의료 허브 역할(방문진료·간호·재활 확대) △다학제 접근을 통한 포괄적 돌봄 서비스 제공 △공익적 역할 강화 및 서비스 질 제고를 꼽으며 “의료와 돌봄을 연계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해야 지속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돌봄 시대에는 건강관리 패러다임이 자택·환자 중심으로 변화한다”며 “전체 병상의 40%를 차지하는 요양병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요양병원이 재택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며 “평가인증지표 개선과 건보 재정 지원을 통해 요양병원 내 ‘환자지원팀’을 설치하고, 퇴원 환자에게 방문진료 및 방문간호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상요 인천세종병원 공공의료사업본부 이사는 발전 방안으로 △의료공급체계 개편과 기능 분화 △재활의료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 제고 △양보다 질로의 패러다임 변환 △지역 기반 포괄적 의료복지 공급체계 실현(의료복지 복합체 조성) 등을 제시했다.
■ “통합판정 도구 투명화하고 이해충돌 방지해야”
제도적 허점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박성국 대한요양병원협회 보험위원장은 현재의 시범사업 데이터가 이해관계 충돌이 없는 상태에서 도출된 것이라 현실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박 위원장은 “통합지원 대상자가 선택의 주체라면 자원 한계로 지원체계 구축이 어렵고, 체계를 구축하려면 선택권을 제한해야 하는 법적 모순이 있다”며 “특정 지역에서 본사업을 적용해본 뒤 전국 확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본사업 시 △의료사고 책임 소재에 따른 소송 폭증 우려 △통합판정 도구의 공개화 및 2년 주기 조정 △요양병원-시설-재가 간 이익 충돌 문제 해결 등을 선결 과제로 꼽았다. 해결책으로는 △통합판정 주기 유연화 △모니터링 강화 △방문진료 주체 제한 철폐 등을 제안했다.
■ 건보공단 “요양병원, 3가지 유형으로 기능 재설계… 통합돌봄의 중심축”
정부 측 연구기관은 요양병원의 기능 전환 방향을 제시했다. 한은정 건강보험연구원 장기요양연구실 센터장은 “요양병원은 그간 우리 사회의 돌봄 공백을 메워온 보루였으나, 이제는 역할을 분화하고 위상을 재정립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한 센터장은 ‘제2차 국민건강보험기본계획’에 따라 요양병원이 △회복기 중심의 ‘의료형 요양병원’ (급성기 퇴원, 재활, 투석) △중증 장기요양 및 말기 암 대상의 ‘만성 의료형 요양병원’ △지역 방문진료 및 재가 연계 등을 맡는 ‘복합케어형 요양병원’으로 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합판정체계는 요양병원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 급여를 설계하려는 시도”라며 “요양병원이 통합돌봄의 축소 대상이 아니라 고기능 복합케어의 중심축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 환자단체 “병상 늘리기보다 ‘삶의 공간’ 연결이 우선”
환자단체는 요양병원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현재의 폐쇄적 구조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중증질환자들에게 요양병원 입원은 ‘선택’이 아니라 인프라 부재에 따른 ‘구조적 강요’”라며 “입원해서도 간헐적 주치의 진료와 인력 부족, 고립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진정한 통합돌봄은 병상 확대가 아니라 삶의 중심을 지역으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방문간호 등 지역 기반 인프라 선행 △요양병원과 보건소·복지관 협약 제도화 △퇴원 후 48시간 내 점검 의무화 등을 제안했다. 그는 “요양병원은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지만, 단절된 공간이 되지 않도록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구재관 보건복지부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단 사무관은 “통합돌봄은 이제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으며 지역별 편차가 크다”면서 “요양병원 퇴원 환자들이 지역으로 갔다가 필요하면 다시 입원하는 순환 구조도 정책에 포함돼 있으니 이런 점을 잘 준비해 참여해 달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