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완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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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존엄하게 떠날 준비가 되었나?" ··· 보건사회연구원 콜로키움 개최 2026-03-25 16: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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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존엄하게 떠날 준비가 되었나?" ··· 보건사회연구원 콜로키움 개최

입력 2024.06.27 21:40 수정 2024.06.28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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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돌봄 인프라 부족... 호스피스 대상 질환 치매·신부전 등으로 확대해야"'비용' 논리에 갇힌 자기결정권 경계하고 '관계적 죽음' 회복 필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25일 ‘우리는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콜로키움을 개최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25일 ‘우리는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콜로키움을 개최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직무대행 강혜규, 이하 보사연)은 지난 25일 ‘우리는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2024년 『보건사회연구』 콜로키움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존엄한 죽음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이에 대한 사회정책적 접근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학계 및 현장 전문가들은 현재의 병원 중심 임종 문화를 진단하고, 자기결정권 보장과 돌봄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주은선 『보건사회연구』 편집위원장의 개회사와 강혜규 원장 직무대행의 축사로 시작된 1부 행사에서는 우수논문 시상식이 진행됐다. 보건 분야에서 박병선·이선영의 ‘AUDIT-K 척도의 요인구조 및 측정불변성 검증: 내포 모형(nested) RMSEAD 비교를 위한 지수의 활용을 중심으로’가, 사회 분야에서는 최진희의 ‘코로나19와 가구소득 불평등 기존: 소득보장제도와 일시적인 재난지원금의 역할을 중심으로’가 각각 우수 논문으로 선정되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강혜규 원장 직무대행은 “이번 콜로키움이 존엄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정책적 접근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부 주제발표는 서울여자대학교 김진석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되었으며, 세 명의 발제자가 한국 사회의 죽음 현실과 정책 과제를 다뤘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정경희 박사(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과 죽음이 수반하는 박탈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노인을 위한 유엔원칙을 인용하며 독립과 돌봄의 가치를 강조했다.

정 박사는 존엄한 죽음을 구현하기 위한 기본 과제로 ▲죽음의 자기결정권 구현이 가능한 사회적 기반 마련 ▲가족 등 중요한 타자와의 관계 보존 ▲다양한 상황에 대한 맞춤형 대응 ▲인프라 구축 및 인식 전환 교육 등을 제시했다.

이어 김대균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교수는 "현재 임종 돌봄은 급성기 병원 및 요양병원에서 주로 이루어지며, 선호하는 사망 장소(가정)와 실제 사망 장소(의료기관) 간의 괴리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비암성 말기 환자에 대한 호스피스 소외 문제 ▲임종실 부재 및 다인실에서의 존엄하지 못한 임종 환경 ▲임종기 환자에 대한 과잉 의료와 심리·사회적 지지 부재 등을 꼬집었다.

김 교수는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선택하지 않은 생애 말기 환자에게도 질 높은 돌봄이 제공되어야 한다"며 의료이용자와 제공자가 합의할 수 있는 '질 높은 임종돌봄 모형' 개발을 촉구했다.

김정회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실장은 "OECD 국가들이 생애 말기 지출의 상당 부분을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다"며 가정 내 생애 말기 돌봄을 위한 재가 서비스 및 인력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의 보완책으로 현행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등 4개 질환 외에 치매, 심부전증, 신부전증 등 서비스 수요가 높은 질환으로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제2차 호스피스완화의료 종합계획(2024~2028)을 설명했다.

콜로키움 지정토론에서 참여자들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존엄한 죽음의 문제에 대한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콜로키움 지정토론에서 참여자들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존엄한 죽음의 문제에 대한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지정토론에서 김명희 전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은 "'존엄한 삶'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존엄한 죽음'을 논하는 것은 허구"라고 진단했다. 그는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1위인 현실을 지적하며, "죽음은 단일 사건이 아닌 삶의 과정이다. 빈곤층이나 돌봄 받을 곳 없는 이들에게 서구식 자기결정권 논의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역설했다. 

서이종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적 맥락에서의 '좋은 죽음'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죽음 문화는 서구의 자율성 중심과 달리 관계 지향적"이라며, 연명의료 결정 과정이 가족 간의 복잡한 감정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힌 갈등의 과정임을 실제 사례를 통해 설명했다. 서 교수는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문화 조성을 위해 '죽음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혜지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죽음의 자기결정권이 갖는 '생명 통치(Biopolitics)'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최 교수는 "존엄한 삶에 대한 사회적 권리가 결여된 상태에서의 자기결정권은 자칫 사회적 강요에 의한 포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연명의료 중단이 환자의 존엄성보다 의료비 절감 등 경제적 논리에 의해 유도될 가능성을 지적하며, 자기결정권 왜곡을 막기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를 주문했다.

장숙랑 중앙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는 노인의 관점에서 본 생애 말기 돌봄의 불평등 문제를 제기했다. 장 교수는 "노인들의 실제적 요구는 상속이 아니라, 자신의 돌봄 비용이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재정적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죽음을 생리적 현상이 아닌 '관계적 과정'으로 재구성하고, 가족과 공동체 네트워크를 포함하는 급진적인 인식 변화와 연구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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