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완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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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Cure) 넘어 가치(Care)로"... NECA, 다사사회 대비 '좋은 죽음' 7대 원칙 발표 2026-03-25 16: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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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Cure) 넘어 가치(Care)로"... NECA, 다사사회 대비 '좋은 죽음' 7대 원칙 발표

입력 2024.10.22 16:55 수정 2024.10.2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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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가 출생아 앞지른 '죽음의 격변기' - 국민 80% 안락사 찬성 등 '죽음의 질' 요구"분절적 의료 한계, 통합적·전인적 돌봄 체계로 전환해야" 합의이재태 원장 "다사(多死) 사회 진입 시점, 제도 개선 방향 제시한 것에 의의"

©디자인팀
©디자인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사(多死) 사회'에 대비하여 '좋은 죽음'을 실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기술 중심의 연명 치료에 치중했던 기존 관행을 넘어, 환자의 가치와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하는 통합적 돌봄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골자다.

NECA는 '2024년 원탁회의 NECA 공명'을 통해 도출된 '좋은 죽음'을 위한 7대 기본원칙과 16개 주요 사항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합의문은 상급종합병원, 요양병원, 재택의료 현장의 의료진과 법학, 생명윤리, 언론 등 각계 전문가들이 숙의를 거쳐 마련한 결과물이다.

* 참여자(가나다순): 가혁(인천은혜요양병원), 문재영(세종충남대병원), 박재영(청년의사), 배현아(이화여대), 송대훈(연세송내과), 신성식(중앙일보), 이석배(단국대), 이일학(연세대), 이혜진(서울대), 장숙랑(중앙대), 정재훈(고려대), 허대석(환자중심의료기술최적화사업단)

◇ '데드 크로스' 이후 급증하는 죽음... 제도는 현실 못 따라가

이번 논의의 배경에는 급격한 인구 구조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맞물려 2020년부터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초과하는 '데드 크로스' 현상이 시작됐다. 2023년 연간 사망자 수는 35만 명에 달했으며, 10~20년 후에는 50~60만 명 수준으로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국민들의 '죽음의 질(Quality of death)'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실제로 2022년 7월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0%가 안락사와 조력 존엄사 도입에 찬성할 정도로 품위 있는 마무리에 대한 갈망이 큰 상황이다.

정부는 2018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을 시행하며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줄이려 노력해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지적된다. 의료기관 내 윤리위원회 설치율은 약 22%에 불과하고, 말기와 임종기의 모호한 구분, 가족 동의 범위 논란 등으로 인해 법 적용에 혼란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 "병원서 죽지만, 병원은 준비 안 돼"... '돌봄의 단절' 지적

NECA 원탁회의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현재의 생애말기 의료 시스템이 '분절적'이고 '기술 중심적'이라고 진단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사망자의 74.8%가 의료기관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있다. 2014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에서 국민 57.2%가 '가정 내 임종'을 희망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현실이다. 이는 가정 내 돌봄 인프라 부족과 가족의 부담, 장례 편의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문제는 병원에서의 임종조차 '좋은 죽음'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의료기관에서 임종하는 환자들은 여전히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환자와 의사 간 소통 부족, 과도한 의료적 처치 관행, 죽음을 극복 대상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원탁회의에서는 "죽음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인식 전환과 함께, 기술적 치료(Cure)를 넘어 통합적이고 가치 중심적인 돌봄(Care)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는 의료, 복지, 보건이 단절되지 않고 연결되는 '지역사회 중심의 포괄적 돌봄 시스템' 구축을 의미한다.

◇ '사람 중심·자기결정권·국가 투자'... 7대 원칙 합의

전문가들은 논의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좋은 죽음'을 위한 7대 기본원칙을 확정했다.

좋은 죽음을 위한 7대 기본원칙

 

1. 사람을 중심으로 한 생애말기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2. 생애말기 돌봄계획은 미리 수립한다. 

3.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한다. 

4. 전인적이고 통합적인 생애말기 돌봄을 제공한다.

5. 환자를 편안하게 하는 데 최우선적 가치를 둔다. 

6. 임종단계에서 환자 요구와 선호를 존중한다. 

7. 양질의 생애말기 돌봄을 위한 국가적 투자가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16개 세부 실행 방안도 구체화했다. 특히 '기술 중심이 아닌 가치 중심의 돌봄'을 위해 환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검사와 치료를 지양하고, 통증 완화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료진이 아닌 '환자와 가족'이 대화를 주도해야 하며, 환자가 의사결정 능력이 없을 경우를 대비해 대리인의 권한과 범위를 명확히 규정할 것을 주문했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생애말기 돌봄 서비스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담겼다. 특히 다양한 가족 형태의 변화를 반영해 연명의료결정 대리인의 범위를 현실화하고, 돌봄 계획과 실행을 통합 관리할 거버넌스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좋은 죽음을 위한 16개 주요사항
 

1. 기술 중심이 아닌 가치 중심의 생애말기 돌봄을 제공한다. 

2. 생애말기 돌봄 대화는 환자와 가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3. 생애말기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대상을 찾아낸다. 

4. 생애말기 돌봄 대상자로 선별되면 사전돌봄계획을 세운다.

5. 중요한 의사결정은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하되, 환자의 의견을 우선시한다.

6. 환자와 가족에게 이해하기 쉬운 정보를 제공한다.

7. 생애말기 돌봄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의료적·사회적 자원을 환자 중심으로 통합한다.

8. 숙련된 전문인력이 참여하는 다학제 돌봄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9. 생애말기 돌봄의 질을 높이기 위한 체계를 마련한다.

10. 생애말기 돌봄은 환자에게 부담되지 않아야 한다.

11. 환자와 가족이 참여하는 환자 중심 임종 환경을 마련한다.

12. 사별 후 가족을 위한 애도 지원을 제공한다.

13. 생애말기 돌봄 서비스의 접근성을 개선한다.

14. 좋은 죽음을 위해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한다.

15. 생애말기 돌봄 계획과 실행을 통합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한다.

16. 죽음이 삶의 일부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재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은 이번 발표와 관련해 "우리 사회가 다사(多死) 사회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좋은 죽음’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한 것은 매우 뜻깊다"고 전했다.


좋은 죽음을 위한 기본원칙(7대)과 주요사항(16개)

1. 사람을 중심으로 한 생애말기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요사항 1 : 기술 중심이 아닌 가치 중심의 생애말기 돌봄을 제공한다. 
- 생애말기 돌봄은 환자의 요구, 목표 및 바람이 시점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제공되어야 한다.

주요사항 2 : 생애말기 돌봄 대화는 환자와 가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 생애말기 돌봄 대화에는 의료진이 참여하되, 환자와 가족이 대화를 주도하도록 한다.

2. 생애말기 돌봄계획은 미리 수립한다. 

주요사항 3. 생애말기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대상을 찾아낸다.
- 생애말기 돌봄 서비스 대상자를 선별하는 기준을 마련한다.

주요사항 4. 생애말기 돌봄 대상자로 선별되면 사전돌봄계획을 세운다.
- 사전돌봄계획은 환자, 가족, 의사가 함께 논의하고 수립하며, 환자와 가족의 문화적, 정신적, 심리사회적 요구를 충분히 고려한다.
- 환자가 원할 때 생애말기 돌봄계획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3.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한다. 

주요사항 5. 중요한 의사결정은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 하되, 환자의 의견을 우선시한다.
- 환자와 가족은 치료를 거부할 권리가 있으며, 이 권리는 언제나 존중받아야 한다. 

주요사항 6. 환자와 가족에게 이해하기 쉬운 정보를 제공한다. 
- 생애말기 돌봄 대화는 환자와 가족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환자와 가족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 만약 환자가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대리인이 환자의 선호와 가치를 최대한 반영하여 결정한다.

4. 전인적이고 통합적인 생애말기 돌봄을 제공한다.

주요사항 7. 생애말기 돌봄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의료적·사회적 자원을 환자 중심으로 통합한다.
-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생애말기 돌봄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지역 내에서 필요한 자원과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한다.

주요사항 8. 숙련된 전문인력이 참여하는 다학제 돌봄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 다학제 및 통합 돌봄 제공 과정에서 모든 참여자가 서로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이해하고 협력한다.

주요사항 9. 생애말기 돌봄의 질을 높이기 위한 체계를 마련한다.
- 생애말기 돌봄 참여 인력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교육 과정을 개발한다.
- 생애말기 돌봄 제공자의 정서적 부담과 번아웃에 대한 대처방안을 마련한다.

5. 환자를 편안하게 하는 데 최우선적 가치를 둔다. 

주요사항 10. 생애말기 돌봄은 환자에게 부담되지 않아야 한다. 
- 환자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는 검사와 치료를 하지 않도록 한다.
- 통증 등 환자의 증상 완화를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한다.

6. 임종단계에서 환자 요구와 선호를 존중한다. 

주요사항 11. 환자와 가족이 참여하는 환자 중심 임종 환경을 마련한다. 
- 환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편안하게 임종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과 돌봄역량을 구축한다.
- 임종을 앞둔 환자가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표현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지원한다. 
- 연명의료계획 등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확인하여 이행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긴다.
- 장례 절차와 방법 등을 미리 결정해 환자와 가족이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

주요사항 12. 사별 후 가족을 위한 애도 지원을 제공한다. 
- 사별 후 가족과 돌봄 제공자를 위한 영적, 심리적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7. 양질의 생애말기 돌봄을 위한 국가적 투자가 강화되어야 한다.

주요사항 13. 생애말기 돌봄 서비스의 접근성을 개선한다. 
- 생애말기 돌봄 제공을 위해 필요한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주요사항 14. 좋은 죽음을 위해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한다. 
- 연명의료결정이 생애말기에도 가능할 수 있도록 한다. 
- 다양한 가족형태와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여, 연명의료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대리인의 범위를 규정한다.
- 관련 제도를 이행할 수 있는 기관을 확대하여 생애말기 돌봄의 실질적 적용을 보장한다.

주요사항 15. 생애말기 돌봄 계획과 실행을 통합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한다.
- 돌봄의 중단이 없도록 계획과 정보를 공유한다. 
- 생애말기 돌봄의 질을 높이기 위한 평가, 감독, 환류 시스템을 도입하여 지속적으로 개선한다.

주요사항 16. 죽음이 삶의 일부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 대국민 홍보활동을 강화하고, 생애말기 돌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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