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개인의 정서적 문제를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공중 보건 위기로 대두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외로움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시간당 약 100명이 사망한다고 경고했다.
◆ 전 세계 6명 중 1명은 '고립'... 청년층·저소득 국가 취약
WHO 사회적 연결 위원회가 지난 6월 30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 '외로움에서 사회적 연결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6분의 1이 외로움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년층의 3분의 1, 청소년의 4분의 1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비베크 머시 WHO 사회적 연결 위원회 공동 위원장은 "외로움은 우리가 원하는 관계와 실제 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때 느끼는 고통스러운 주관적 감정"인 반면, "사회적 고립은 객관적으로 관계나 교류가 거의 없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주목할 점은 외로움이 연령과 소득 수준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된 조사 결과, 13~17세 청소년 중 여성의 24.3%, 남성의 17.2%가 외로움을 호소했으며, 18~29세 청년층에서도 여성 16.8%, 남성 17.4%가 외로움을 느꼈다.
이는 60세 이상보다 높은 수치로, 위원회는 "젊은 사람들이 더 강한 사회적 관계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소득별로는 저소득 국가 거주자의 외로움 경험 비율(24.3%)이 고소득 국가(10.6%)의 두 배 이상에 달했다.
◆ 외로움의 대가... 연간 87만 명 사망, 경제적 손실 막대해
보고서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이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외로움은 뇌졸중, 심장병, 당뇨, 우울증, 불안, 자살 위험을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WHO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의 조사를 바탕으로,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87만 1,000명 이상에 달하며, 이는 매시간 약 100명이 목숨을 잃는 것과 같다고 추산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연결의 가능성이 무한한 시대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외롭고, 고립돼 있다”며 “외로움과 고립을 방치하면 교육·고용·보건 등 사회 전반에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해법은 '연결'... 스웨덴 모델과 한국 농촌 등 '사회적 처방' 성과
WHO는 외로움의 주요 원인으로 질병, 소득·교육 격차, 1인 가구 증가, 공공정책 미비, 디지털 기술 남용 등을 꼽으며 국가적 대응을 주문했다. 스웨덴은 아동·청소년에게 단체 여가 활동 전용 선불카드를 지급하고 공립학교 내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는 모범 사례로 소개됐다.
치도 음펨바 공동 위원장은 “디지털로 연결된 세상에서도 많은 청년이 외로움을 느낀다”며 “기술이 인간관계를 약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국 농촌 지역에서 시도된 '사회적 처방' 사례도 유의미한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감염 확산 방지 정책으로 인해 많은 노인이 고립감을 호소하자, 대한민국 농촌 지역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처방 제도가 시범 운영됐다.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의뢰된 노인들은 지역 도서관과 공용 정원에서 열린 10주간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프로그램은 음악 치료 기법을 활용해 이야기를 나누는 '음악 스토리텔링(music storytelling)', 자조 모임, 그리고 원예 활동 등으로 구성됐다.
소규모 연구였으나, 프로그램 참여 후 노인들의 외로움과 우울증이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회적 처방이 농촌 지역 주민들에게 실행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새정부, '외로움 차관' 신설... 치유 농업 등 맞춤형 지원 확대
국내에서도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대선 정책 공약을 통해 "생애주기별 외로움(고독) 정책으로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핵심 공약으로 '외로움 정책 전담 차관'을 지정할 예정이다. 해당 차관은 △외로움 인구 실태 파악 및 원인 분석 △대응 정책 수립 △뉴노멀 현상 대응 정책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앞서 언급된 농촌 지역 시범 사업의 성과와 맞물려, 정부의 세부 정책에도 '치유'와 '관계망 형성'이 강조됐다. 중장년 및 노년층을 위해서는 사회적 지지 관계망 형성, 사회활동 참여, 식생활 등 일상생활 지원을 확대한다.
또한 청소년과 노년층의 정신 건강을 위해 우울·분노·스트레스 상담 및 검진을 지원하고, 치유 목적의 원예 활동 체험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노인 및 장애인 1인 가구의 자립 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지원주택 및 공유주거 보급을 확대하는 등 주거 안정 대책도 포함됐다. 이는 외로움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가 관리해야 할 사회적 과제로 인식하고, 시스템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