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은 빠르게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기요양위원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장기요양 수급자는 2022년 101만9000명에서 2024년 116만5000명으로 2년 만에 14만 명 넘게 증가했다.
그러나 이를 감당할 요양보호사 사정은 정반대다. 2024년 12월 기준 자격 취득자 약 300만 명 가운데, 실제 장기요양기관에서 종사하는 요양보호사는 2023년 말 기준 약 61만 명으로 5명 중 1명꼴에 그친다. 방문요양 기준 월 89시간 근무에 급여 107만 원이라는 낮은 보수가 가장 큰 원인이다.
요양보호사의 처우 문제는 단순한 노동 이슈가 아니다. 돌보는 사람의 근무 환경이 곧 돌봄을 받는 어르신의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국내외 연구들이 거듭 확인하고 있다.
직무만족이 올라가면 돌봄의 질도 따라 올라간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수록된 2017년 연구 '요양보호사의 감정노동과 장기요양기관의 서비스 질의 관계'에 따르면, 요양보호사가 진심으로 공감하며 돌봄을 수행할 때는 보람이 커지고 서비스 질이 올라가지만, 감정을 억누르며 표면적으로만 응대할 때는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
대한간호학회지에 실린 2021년 치매 돌봄 연구에서는 업무수행 자신감이 서비스 질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나타났고, 일에 대한 가치감이 높을수록 이직 의도가 낮아지는 결과도 확인됐다.
결국 요양보호사가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 전문성을 인정받는 구조, 일에 보람을 느끼는 조건이 함께 갖춰져야 돌봄의 질도 올라간다는 것이 연구들의 공통된 결론이다. 한국가정과삶의질학회 논문(재가요양보호사의 직무환경이 서비스 질에 미치는 영향. 김정숙·이윤정)은 "요양보호사의 높은 노동 강도와 낮은 처우 수준이 이직률의 원인이 되었다"며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처우개선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정리했다.
이직률 30%, 신규 인력 절반이 1년 안에 떠나는 현실
연구가 경고하는 구조적 위험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요양보호사의 이직률은 30%를 넘으며, 새로 들어온 인력의 절반이 1년 안에 현장을 떠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사람이 자주 바뀌면 돌봄의 연속성이 끊기고, 남은 인력의 부담은 더 커진다. 학술지 『인문사회 21』에 실린 수급 추계 연구(요양보호사 수급격차 분석과 중장기 전망. 임정미·이영광)는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에 요양보호사 약 9만 명이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재가 돌봄의 비중이 커지는 정책 방향은 이 문제를 더욱 절박하게 만든다. 정부는 '요양원 대신 집에서'라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과 달리 관리자의 눈이 닿지 않는 재가 돌봄에서는 서비스 질이 현장 요양보호사 개인의 역량과 근무 조건에 크게 좌우된다. 처우 개선 없이 재가 돌봄의 질을 관리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구조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돌봄 인력 위기는 전 세계가 마주한 과제다. OECD는 보고서 'Health at a Glance 2025'에서 장기요양 인력을 별도 항목으로 다루며 인력 부족을 핵심 정책과제로 꼽았다.
국제기구 Global Coalition on Aging의 보고서 『Building The Caregiving Workforce Our Aging World Needs』는 OECD 국가 전체가 현재 수준의 돌봄을 유지하려면 2040년까지 약 1350만 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지금보다 60%를 더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각국이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성과는 제한적이다. 유럽 싱크탱크 브뤼겔(Bruegel)이 발표한 정책브리프에 따르면, 독일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돌봄 종사자 최저임금을 교육 수준에 따라 28.2~33.1% 올렸지만 여전히 전체 산업 평균보다 16~18% 낮다.
프랑스에서는 임금 인상이 간호사 중심으로 이루어져, 돌봄 인력의 다수를 차지하는 개인돌봄종사자가 오히려 소외되는 문제가 생겼다. 브뤼겔은 임금 인상만으로는 부족하며 일과 생활의 균형, 경력 개발 기회, 사회적 인정 등을 함께 높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CNBC 보도에 따르면 가정건강돌봄·개인돌봄 보조원의 평균 시급은 16.82달러로, 패스트푸드 종사자(15.07달러)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MIT 경제학자 조너선 그루버는 "고령 베이비부머의 '피크 수요' 시기에 진입하고 있으며 이것이 심각한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학술지 ScienceDirect에 게재된 스코핑 리뷰(OECD 국가 대상, 76개 논문 분석)는 이런 현상의 구조적 원인을 짚었다. 최소 인력으로 운영하는 '린 스태핑(lean staffing)' 관행이 남은 인력의 이탈을 부추기고, 채용과 유지의 악순환을 만든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적정한 수의 인력을 배치하고 역량 있는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개선의 최우선 과제"라고 결론 내렸다.
2026년 정부 대책, 어디까지 왔나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 11월 장기요양위원회에서 2026년도 제도개선 과제를 의결했다. 장기근속장려금의 기준을 동일기관 3년 이상에서 1년 이상으로 낮춰 지급 대상을 전체 종사자의 14.9%에서 37.6%로 넓혔다.
5년 이상 근무하고 40시간 승급교육을 이수한 요양보호사에게는 월 15만 원의 선임 수당이 지급되며, 대상 인원도 3600명에서 6500명으로 확대됐다. 인력수급이 어려운 농어촌 지역 종사자에게 월 5만 원을 지급하는 지원금도 신설됐다.
이 제도들을 합치면 근속 7년 요양보호사 기준으로 기본급 외에 월 최대 38만 원(장기근속장려금 18만 원 + 농어촌 지원금 5만 원 + 선임 수당 15만 원)의 추가 수당을 받을 수 있다. 노인요양시설 수가도 7.37% 인상됐다.
그러나 수가가 올라도 인상분이 요양보호사의 실제 월급으로 투명하게 전달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정부는 요양기관이 수가의 일정 비율 이상을 인건비로 써야 하는 기준(2025년 노인요양시설 62.5%)을 두고 있지만, 영세 요양기관이 대다수인 현실에서 이 기준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노란봉투법 시행, 처우 문제가 공론장으로
요양보호사 처우 문제는 노사관계의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2026년 3월 10일 개정 노조법(노란봉투법) 시행과 동시에 민주노총 돌봄공동교섭단이 보건복지부·성평등가족부·교육부 등 57개 기관에 원청교섭을 요구했다. 약 200만~250만 명 규모로 추산되는 요양보호사·아이돌보미 등 돌봄노동자가 정부를 '실질적 사용자'로 지목하며 교섭 테이블에 나오라고 요구한 것이다.
장기요양의 경우 정부가 정하는 수가와 인건비 비율이 현장의 임금 수준을 사실상 좌우한다. 노동계는 이 구조를 근거로 정부가 교섭 상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법률이나 국회 예산으로 정해진 근로조건은 개별 교섭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놓은 상태다. 3월 17일 기준 공공부문 118개 원청 사업장에 약 250개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구했지만, 실제로 응한 곳은 부산교통공사와 화성시 두 곳이다.
교섭의 향방과는 별개로, 이번 논의가 제기하는 질문은 분명하다. 초고령사회에서 돌봄의 조건을 누가 결정하고,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 노란봉투법 시행을 계기로 수면 위로 올라온 돌봄노동자 처우 문제는 노동 현장의 요구를 넘어, 장기요양을 포함한 통합돌봄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