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반려동물 가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과 사별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KB금융지주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1448만 명, 반려동물 가구는 60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0% 정도다.
하루 평균 세상을 떠나는 반려동물은 1000마리가 넘는다는 통계도 나왔다.
가족처럼 여기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두고 장례나 추모예배 서비스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선 염을 하고 수의를 입히는 등 장례절차도 사람과 같다. 또한 자신의 종교에 맞춰 반려동물의 장례절차를 치르고 싶다는 문의도 잇따른다. 이에 장례식장에서는 종교에 맞는 추모 예식도 서비스에 넣었다.
이와 같은 흐름으로 종교계에선 반려동물에 대한 축복기도나 반려동물 장례식 추모 기도 등을 요청하는 신자들이 늘고 있다.
기독교와 천주교는 이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한다. 그러나 많은 성직자들 사이에서는 “반려동물이 아닌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차원에서 예배를 할 수 있다”, “반려동물 문제에 대해 신학적 재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다”라는 의견도 나온다.
기독교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에선 2020년부터 2년 연속 반려동물에 대한 ‘신학적’ 입장을 정리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발의자 오병욱 목사(고신 충청서부노회장)는 “지금까지 교회 안에서의 반려동물에 관한 신앙교육은 오롯이 목회자 개인에게 맡겨 두었다”라며 “반려동물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과 문화로 인해 목회자와 성도, 성도와 성도 사이에도 갈등이 예견되고 있다”라고 제안을 설명했다.
즉, 반려동물의 예배 참여, 축복기도, 장례식에 대한 신학적 판단을 요청한 것.
이에 대해 안재경 목사(온생명교회)는 한 언론을 통해 “사람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다는 신학적 근거로 반려동물 대상의 목회는 가능하지 않기에 장례식 또한 치를 수 없다”라며 “대신에 반려동물로 인해 겪은 문제들을 가지고 목회하는 것은 필요하다. 큰 고통으로부터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에 이런 성도들을 잘 위로해 주어야 할 것이다”라며 목회의 초점을 반려동물이 아닌 성도에게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우리의 신앙생활과 연결되어 있으며, 하나님께서 주신 자연만물을 누리고 즐기듯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 자체가 하나님이 주신 세상을 누리는 것 중에 하나라고 보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동물들과도 하나님의 축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취지로 구성된 ‘노아의 방주 예배공동체’ 민숙희 신부(대한성공회 광명교회)는 “성경에 나오는 ‘생물을 다스리라’(창 1:28)는 뜻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청지기적 사명을 맡기신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하나님이 왜 노아의 방주에 사람뿐 아니라 세상의 온갖 동물들을 태웠는지를 고민하면 논쟁 해결은 어렵지 않다”라고 말했다.
민 신부는 반려동물의 축복기도문과 추도예배 예식문을 제작하기도 했다.
천주교
천주교에서는 10월 4일을 동물 수호성인 성 프란치스코의 축일(St. Francis' Day)로 정해 세계 곳곳의 성당에서 반려동물 축복식을 진행한다.
이로 인한 영향으로 반려동물의 장례식 또한 긍정적인 시각이 많은 편이다.
다만 교회의 전례는 ‘믿는 사람’들을 위해 거행되기 때문에 주체가 반려동물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동훈 신부(가톨릭농민회)는 신자들을 위해 반려동물 장례에 필요한 예식 과정과 기도문을 제작하기도 했다. 예식은 사람의 천주교식 장례식을 간소화하는 방식으로 작성했다.
이 신부는 “애완동물이라는 표현조차 잘 하지 않을 정도로 동물과 인간의 관계가 예전보다 깊고 넓어졌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애도도 필요하다”면서 “사람처럼 부고를 날리거나 삼일장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가운데 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기도문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윤종식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는 “장례 예식 기도의 핵심은 ‘죽은 사람의 죄를 보지 말고,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것과 ‘부활에 희망을 지녀왔던 죽은 사람이 부활의 영광에 함께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하는 것”이라며 “반려동물의 경우 ‘죄를 지었다’고 보기도, ‘부활에 희망을 지녔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윤 신부는 “교회의 전례가 기본적으로 사람을 위해 있듯이, 사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이웃들은 반려동물이 하늘나라에 가기를 기도해 주기보다, 반려동물을 잃고 슬픔에 젖은 사람을 위해 기도해 주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박종인 신부(교회상식 속풀이 저자)는 “신학적으로 죽음은 인간이 저지른 ‘원죄’의 결과이기에 인간에게는 세례도 장례도 필요하지만, 동물에게는 의미가 없다”면서도 “현대의 정서를 고려할 때, 반려동물을 위한 장례미사까지는 너무 과하다고 해도 반려동물을 그 가족과 떠나보내는 예식은 창의적으로 해 볼 만하다”라고 제안했다.
불교
불교계는 ‘모든 생명 있는 존재들을 똑같이 본다’는 생명 존중 사상을 기반으로 반려동물 사후 의식 요청을 적극 수용한다.
불교에선 천도재의 정성에 따라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공덕을 입었다는 <목련경>, <우란분경>같은 경전도 있다.
서울의 봉은사와 강릉 현덕사, 비로자나국제선원 등은 합동 천도재(薦度齋)에서 신자들이 반려동물의 이름을 올리며 제사를 지내고 있으며, ’반려동물을 위한 49재'도 연다.
일본의 ‘츄니치 신문’ ‘도쿄신문’ 등은 최근 들어 반려동물에 대한 천도재나 장례법회가 사람에 준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도쿄 도내에 반려동물 천도재를 지내는 사찰에선 천도재의 발원문에 반려동물을 축생도(畜生道. 죄업 때문에 죽은 뒤에 짐승으로 태어나 괴로움을 받는 세계)라는 단어가 들어가 항의를 받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