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 5주년을 맞아 140만 명 이상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등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가 10%대에 머물고, 연명의료 중단 결정 시점, 의료진 인식 등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달 31일, 김상희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연명의료결정제도, 이대로 좋은가' 심포지엄에서는 제도의 안정적 정착 이면에 가려진 현장의 문제점과 시급한 정책 과제들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김상희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지만, 윤리위원회 설치 기관 부족과 의료인 교육 부족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에 한계가 있다"며 "논의된 개선 방안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국회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주제 발제를 맡은 조정숙 연명의료관리센터장은 제도의 '병목 현상'을 데이터로 지적했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의 필수 기구인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 대상 의료기관 3,227개 중 330개(10.2%)에 불과했다. 특히 요양병원은 1,467곳 중 77곳(5.2%)만이 위원회를 설치해, 대다수 환자들이 사전의향서를 작성했더라도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없는 현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조 센터장은 ▲종합병원급 윤리위원회 설치 의무화 ▲요양병원 대상 수가 연계 등 설치 유인책 마련 ▲공용윤리위원회 활성화를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유신혜 서울대병원 교수는 "갑자기 임종기 결정만 강화되다 보니 환자와 가족, 의료진 모두에게 절차가 복잡하고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건강할 때 포괄적으로 작성한 사전의향서를 환자의 건강상태 변화에 따라 구체화할 수 있는 지속적인 논의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보남 영남대병원 간호사는 공용윤리위원회 운영의 어려움을, 이복희 호스피스코리아 상임이사는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원스톱 서비스'와 지자체의 행정·재정 지원을 강조했다.
제도의 윤리적, 법적 허점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 본인 의사가 아닌 가족 전원 합의만으로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해 경제적 이유 등으로 제도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제도 남용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원장은 무연고자를 위한 '대리인 지정제도' 도입과 요양병원 현실에 맞는 임종 과정 환자 판단 기준 완화(의사 1인), 윤리위 미설치 기관 의사의 정보시스템 조회 권한 부여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