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 이하 인권위)는 지난 12일 인권교육센터에서 '조력존엄사(의사조력자살)의 인권적 쟁점과 대안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2022년 6월, 조력존엄사 제도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 현재 조력존엄사는 법제화 논의 단계에 있다. 이에 인권위는 조력존엄사가 개인의 자기결정권과 생명의 가치가 충돌하는 사안인 만큼, 인권적 시각에서 접근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
발제자로 나선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국내 호스피스·완화의료의 한계를 지적하며 조력존엄사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윤 교수는 "국립암센터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암 사망자의 23%만이 호스피스를 이용했으며, 이는 전체 사망자의 6% 수준에 불과하다"며 "웰다잉의 불평등으로 인한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벨기에와 미국 오레곤주 등의 사례를 보면 조력자살과 호스피스는 상호 보완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며, 절감된 의료비용을 웰다잉 기금으로 조성해 호스피스 인프라를 확충하는 '광의의 웰다잉'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반면, 김율리 도쿄대 박사(사생학·생명윤리 전공)는 해외 사례를 들어 조력존엄사 도입이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 박사는 "스위스 제네바 대학병원 연구에 따르면 조력자살 허용 후 완화의료 의사가 줄어들었다"며 "조력자살이 쉬운 해결책으로 인식되면 완화의료 제공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김 박사는 "의료 시설과 재정적 지원이 부족한 한국 현실에서 조력자살이 합법적 치료 옵션이 된다면, 경제적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죽음을 선택하는 환자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소수의 의사만이 시술을 수행할 경우 대기 현상이 발생해 적시에 처치를 받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지정 토론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의견을 보탰다. 박은호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장은 "발전된 국가는 힘없고 가난한 이들이 삶을 포기하거나 도구화되지 않는다"며 생명 존중의 가치를 강조하고 입법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이지효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은 "연명의료중단 논의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었다"며 말기 환자에 한해 법제화하되 건강보험 제도 개선 등 안전망 확충을 전제로 제시했다. 이석배 단국대 법학과 교수 또한 "환자의 상태와 관계없이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보장하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경제력에 구애받지 않는 의료 환경 조성을 강조했다.
법안을 발의한 안규백 의원실의 이정효 보좌관은 "법안은 대상자를 엄격히 한정하고 있으며, 요건 미충족 시 호스피스로 안내하도록 설계되었다"며 "법안 통과 시 인프라 투자 등 제도적 보완을 통해 조력존엄사와 호스피스가 상호보완적으로 기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우리나라의 여건과 국민 인식을 바탕으로 조력존엄사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함을 재확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