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의 대부분이 디지털로 관리되는 시대가 되었지만, 정작 사후에 남겨질 계정이나 데이터를 정리하는 '디지털 종활(終活)'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일본 일반사단법인 종활협의회·오모이코퍼레이션그룹이 종활가이드 자격 2급·3급 취득자 9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식조사에서, 디지털 유산 정리에 대한 불안감은 높지만 실제 준비에 착수한 이는 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알고는 있지만 준비는 뒷전…'인지와 실천'의 괴리
'디지털 종활'이라는 용어를 인지하고 있는 응답자는 약 40% 수준이었다. '알고 있다'가 12.7%, '들어본 적 있다'가 27.7%로 나타난 반면, '모른다'는 응답이 46.5%로 가장 많았다. '2026년에 처음 알았다'는 응답도 13.0%에 달해, 종활 자격을 가진 이들 사이에서도 디지털 종활의 대중적 인지도는 아직 높지 않은 편이다.
준비 상태는 인지도보다 더 뒤처져 있었다. 사후 디지털 계정 정리에 대해 '특별히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이 61.2%로 과반을 차지했다. '맡기고 싶지만 아직 정하지 않았다'가 25.9%, '가족에게 부탁했다'는 9.1%였다.
최대 불안은 '잠긴 비밀번호', 가장 감추고 싶은 건 '메시지'
디지털 종활에서 가장 불안하게 느끼는 점으로는 '비밀번호를 몰라 가족이 곤란해하는 것'이 38.0%로 1위를 기록했다. '구독 및 인터넷 계약이 해지되지 않고 유지되는 것'(17.0%), 'SNS나 AI 이용 이력 등 보이고 싶지 않은 정보의 노출'(16.7%)이 뒤를 이었다.
사후에 타인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정보로는 '개인적인 메시지 이력'이 39.0%로 가장 많았고, 'SNS 게시물이나 부계정'이 17.1%로 나타났다. 디지털 공간이 단순한 정보 저장소를 넘어, 가장 사적인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정리 1순위는 '스마트폰'…관리 방법은 여전히 아날로그
사후 정리가 가장 필요한 디지털 자산으로는 '스마트폰 본체'가 39.1%로 가장 많았고, '인터넷 은행·증권·암호화폐'(27.9%)가 뒤를 이었다. 스마트폰 한 대에 금융·통신·SNS·사진 등 삶의 핵심 정보가 집약되어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현재 디지털 정보 관리 방법을 보면, '특별히 관리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5.3%로 가장 높았다. '비밀번호 관리 앱을 사용한다'가 33.5%로 늘고는 있지만, '종이나 노트에 기록한다'(15.1%)는 아날로그 방식을 유지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디지털 종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언젠가 필요하다'가 49.5%로 가장 많았고, '수년 내 필요하다'(15.4%), '지금 당장 필요하다'(10.2%) 순이었다.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실행은 미루고 있는 현실이 드러난다.
유언장에 재산 목록을 적던 시대에서, 스마트폰 비밀번호를 남겨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번 조사는 디지털 자산이 급증하는 속도에 비해 사후 정리에 대한 인식과 준비가 뒤처져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한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가 300만 명을 돌파하며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온라인 공간의 디지털 흔적까지 관리하는 이는 여전히 드문 실정이다.
현대 사회에서 ‘존엄한 마무리’란 단순히 육체적 생의 마감을 넘어, 한 개인이 남긴 디지털 삶의 궤적까지 책임감 있게 갈무리하는 일로 그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