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은둔 및 고독 문제가 전 세대에 걸쳐 심화되며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가운데, 현행 대응 정책이 부처별·연령별로 분절되어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NARS)는 2025년 10월 1일 발간한 「“고립·은둔·고독의 대한민국”, 사회적 연결 회복을 위한 입법·정책 과제」 보고서(저자: 정용제 입법조사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고독사 사망자의 약 75%를 차지하는 중장년층이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진단하며,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통합적 법제 마련과 부처 간 협력 체계 구축을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 청년은 '취업난', 중장년은 '복합위기'
보고서에 따르면, 고립·은둔 및 고독은 생애주기별로 다른 원인에 기인한다.
청소년층은 '대인관계 어려움'(65.5%)과 '학업 문제'(48.1%)가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청년층은 '취업난'(35.0%)과 같은 사회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으며, 입시 실패, 가족 불화 등 부정적 생애 사건이 누적되며 고독사 위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중장년층은 특히 심각하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고독사 사망자(2023년 3,661명)의 74.8%가 40대에서 60대에 집중됐다. 50~60대 남성 비중이 53.9%에 달했다.
중장년층의 은둔은 '직업 관련 어려움'(23.6%), '가족·대인관계'(각 21.8%), '정신적 어려움'(20.9%) 등 경제, 관계, 건강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024년 서울시 개인파산신청자의 62.3%가 50~60대였으며, 이는 고독사 위험과 직결된다.
노인층 역시 경제적 빈곤, 만성질환 등 건강 악화, 사별로 인한 사회적 지지체계 부재가 고독사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 중장년층 공백과 부처 간 '칸막이'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큰 문제는 정책의 편중이다.
중앙부처의 고립·고독 개선사업 총 32개 중 청소년·청년 대상이 23개(71.9%)인 반면, 중장년 대상 사업은 5개(15.6%)였다. 고독사 사망자의 74.8%가 중장년층임에도 정책 지원에서 소외된 것이다. 2021년 서울시 주거취약지역 50대 이상 1인 가구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9.8%가 고독사 위험군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보고서는 이어서 부처별 분절로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립·은둔 청년 지원은 보건복지부(청년미래센터, 19~34세)와 여성가족부(원스톱 패키지, 9~18세)로 이원화되어 운영된다. 이로 인해 18세에서 19세가 되는 연령 전환기에 서비스가 단절될 위험이 존재하며, 전문인력 1인당 담당 인원(복지부 20~30명, 여가부 8명)도 달라 서비스 질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의 취업지원사업 역시 청년층에 집중되어 있으며, 중장년 대상 재취업 지원사업은 통계 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다.
◆ 시스템 연계 부재와 불투명한 평가
- 위기 징후를 감지하는 시스템이 현장 지원과 연계되지 않는 문제도 나타났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는 자립준비청년의 시설 퇴소, 통신비·건보료 체납, 주거·고용 위기 등 복합적 위기징후가 위기발굴시스템에 등록되었음에도, 자립지원체계와 연계되지 않아 방치된 사례가 지적됐다. 2020년부터 2024년 5월까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자립준비청년 10명 중 다수는 사망 전 이미 시스템에 위기징후가 등록돼 있었다.
- '고독사 예방 시범사업'은 지자체별로 성과의 격차가 컸다.
1차 사업에서 부산은 '사적 지지' 개선이 뚜렷했으나 대구는 '공적 지지(사람/기관)' 개선 효과가 컸다. 2차 사업에서는 울산, 전북 등은 개선 효과를 보인 반면, 충북은 일부 지표가 오히려 감소하기도 했다. 이는 지자체별 전략과 중점 분야가 달라 정책 효과에 편차가 발생함을 시사한다.
또한 국가와 지자체가 시행하는 고립·은둔 실태조사는 조사 주기, 대상 연령, 방법이 제각각이라 일관된 데이터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고서는 해외 주요국의 대응 사례로 일본과 영국을 제시했다.
일본의 경우 2024년 4월 「고독·고립 대책 추진법」을 시행하고, 2021년 내각관방(한국의 국무조정실 해당) 산하에 '고독·고립 대응 담당실'을 신설해 중앙 차원에서 정책을 총괄한다. '이바쇼(居場所, 안심 공간)' 조성, NPO(비영리단체) 연계 강화 등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엔 2018년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했으며, '외로움 연례보고서'를 발간한다. 별도 법률 대신 기존 'Care Act 2014'를 활용하며, 모든 정책 수립 시 '관계' 요소를 반영하고 증거 기반 정책을 강조한다.
양국 모두 ▲생애주기별 맞춤형 접근 ▲다부처 협력 ▲데이터 기반 정책 수립을 공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보고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다음의 입법·정책 과제를 제안했다.
△ 전 생애주기 통합적 근거법 마련
현재 「위기아동·청년 지원법」, 「학교밖 청소년 지원법」, 「고독사예방법」 등으로 분절된 법체계를,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전 생애주기를 포괄하는 '고립·은둔 및 고독 개선 통합법안'(가칭) 제정이 필요하다.
△ 부처·시스템 연계 강화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가 '공동운영지침'(가칭)을 제정하여 대상자 관리 및 서비스 연계 기준을 통일해야 한다. 특히 18세에서 19세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지원이 끊기지 않도록 원스톱 대상자 이관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통합관리시스템'(가칭)을 구축해 위기발굴시스템과 자동 연계하고, 퇴소 후 5년간 지속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 중장년층 맞춤형 지원 집중
정책 사각지대인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정기적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고독사 위기대응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경제적 기반 강화, 맞춤형 일자리, 돌봄, 건강관리 서비스를 통합 제공해야 한다.
△ 지자체 격차 해소 및 민관협력 표준화
지자체별 격차 해소를 위해 7개 효과측정 지표(사적/공적 지지 등)에 기반한 '성과 관리 시스템'과 '표준 운영 매뉴얼'을 도입해야 한다. 민관 협력 역시 '조기발굴 표준모델'을 전국에 도입하고, 복지관·종교기관 등과의 협약을 확대해야 한다.
△ 성과 기반 평가 및 예산 지원
국가와 지자체의 실태조사 주기를 통일(예: 2년)하고 대상을 전 생애주기로 확대하는 '표준지침'을 제정하고,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데이터를 일원화해야 한다. 또한 국고보조금 배분 시, 조기발굴 성공률 등 정책 성과와 고독사 사망 현황(가중치)을 연동시켜, 예산이 필요한 곳에 효과적으로 투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고립·은둔·고독 문제는 '칸막이 행정'을 넘어선 범부처 통합 개선체계와 컨트롤타워가 필수적이며, 단기적 지원을 넘어 '관계의 인프라'를 재구성하는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