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호주의 데이비드 구달 박사가 스위스에서 의사 조력 자살을 택하고, 최근 알랭 들롱이 안락사를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존엄한 죽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향후 대한민국의 사망자가 2025년 35만 명, 2050년 70만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국민 4명 중 3명은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 입법화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안락사 논의 이전에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광의(廣義)의 웰다잉’ 체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 국민 76.3% 찬성… 5년 새 1.5배 증가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팀은 2021년 3월부터 4월까지 19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에 대한 태도 조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6.3%가 입법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윤 교수팀이 지난 2008년과 2016년 실시한 조사에서 찬성률이 약 50%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1.5배 상승한 수치다.
찬성 이유로는 ▲남은 삶의 무의미(30.8%)가 가장 높았으며, ▲좋은(존엄한) 죽음에 대한 권리(26.0%) ▲고통의 경감(20.6%) ▲가족 고통과 부담(14.8%) ▲의료비 및 돌봄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4.6%)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반대 이유로는 ▲생명존중(44.4%)이 압도적이었으며, ▲자기결정권 침해(15.6%) ▲악용과 남용의 위험(13.1%) 등이 꼽혔다.
■ 안락사 요구의 이면… 고통 해소가 우선
연구팀은 안락사 도입 논의에 앞서 환자들이 왜 안락사를 원하게 되는지 그 배경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락사를 원하는 상황은 크게 ▲신체적 고통 ▲정신적 우울감 ▲사회·경제적 부담 ▲남아있는 삶의 무의미함으로 분류된다.
이는 역설적으로 안락사 입법화 이전에 환자의 통증을 줄여주는 의학적 조치, 의료비 지원, 그리고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사회적 노력이 선행된다면 안락사에 대한 요구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광의의 웰다잉’에 대한 높은 지지율이다. 광의의 웰다잉이란 기존의 호스피스 및 연명의료 결정(협의의 웰다잉)을 넘어, 독거노인 공동 부양, 성년 후견인, 장기 기증, 유산 기부, 인생노트 작성 등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포괄적 서비스를 의미한다.
조사 결과, 광의의 웰다잉을 위한 체계와 전문성 법제화에 대해 약 85.9%가 찬성했으며, 이러한 시스템이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약 85.3%가 동의했다.
윤영호 교수는 현재 한국의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윤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호스피스 및 사회복지 제도가 미비할 뿐만 아니라 광의의 웰다잉마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라며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광의의 웰다잉이 제도적으로 선행되지 못한다면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에 대한 요구가 자연스러운 흐름 없이 급격하게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교수는 “진정한 생명 존중의 의미로 안락사가 논의되려면 환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경제적, 존재적 고통의 해소’라는 선행조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 웰다잉 문화 조성 및 제도화를 위한 기금과 재단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국제 환경연구 보건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최근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