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 불가능한 희귀난치병 환자가 현행 법제도가 조력존엄사를 허용하지 않아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사)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이하 착한법)은 한국존엄사협회(협회장 최다혜)와 함께 척수염 환자 이명식 씨를 대리하여 작년 12월 28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청구인 이명식 씨는 2020년 척수염 진단을 받은 뒤 하반신이 마비되었으며, 두 다리에 고문하는 듯한 압통과 근육 경직이 24시간 지속되는 증상을 겪고 있다. 발가락 괴사로 일부를 절단한 상태이며, 마약성 진통제로도 통제되지 않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스스로 배변 활동이나 이동이 불가능해 타인의 도움 없이는 생활할 수 없다.
이 씨는 고통을 끝내기 위해 2022년 스위스의 조력존엄사 단체인 '디그니타스(Dignitas)'의 정식 회원으로 등록하고 요건을 충족했으나, 실제 출국은 하지 못하고 있다. 거동이 불가능한 이 씨가 스위스로 이동하려면 간병을 전담해 온 딸의 동행이 필수적인데, 현행법상 이는 범죄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형법 제252조 제2항은 타인의 자살을 방조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착한법 측은 "이 씨가 조력존엄사를 목적으로 딸의 도움을 받아 출국하는 순간, 딸은 자살방조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게 되어 출국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리인단은 이번 청구의 핵심 이유로 '부진정입법부작위'를 꼽았다. 입법자가 법률에 조력존엄사를 허용하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불완전한 입법 상태라는 주장이다.
착한법 측은 청구 이유서를 통해 "현대의학으로 회복 불가능하고, 수용 불가능한 고통을 종결시키는 유일한 방법이 죽음뿐인 예외적인 경우에는 존엄하게 삶을 마감할 자기결정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 제도는 환자의 자기결정권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죽음을 맞이하는 자기결정권 문제에 대해 "생명권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와 직결되므로 사회적 합의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청구인 측은 "수년간 국민 법의식 연구 등을 통해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선행되었고, 해외 입법례도 다수 존재한다"며 "이제는 입법자가 헌법 합치적으로 신중하게 해석하여 입법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헌법소원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 당사자가 직접 제기한 사건인 만큼, 향후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