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발 데브론 대학병원(Hospital Vall d'Hebron)이 세계 최초로 조력사망을 선택한 기증자의 얼굴 조직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수혜자인 카르메(Carmen, 60세) 씨는 지난 2024년 7월 카나리아 제도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곤충에 물려 화농성 연쇄상구균(Streptococcus pyogenes)에 감염됐다. 이로 인해 패혈증이 발생하며 안면 중앙부 조직이 괴사했고, 시각과 후각 손상은 물론 음식 섭취와 발성조차 어려운 상태에 놓였다. 극심한 안면 변형으로 심리적 고립을 겪던 그는 발 데브론 대학병원 의료진을 통해 이식 수술을 제안받았다.
기증자는 안락사를 선택한 중년 여성이었다. 그는 생전 투병 과정에서 자신의 장기뿐만 아니라 안면 조직까지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수술을 집도한 조안 페레 바레트(Joan Pere Barret) 교수는 기증자가 수술 3주 전 면담에서 자신의 얼굴이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미소를 지으며 기뻐했다고 전했다.
이번 수술은 조력사망이라는 특수한 상황 덕분에 기증자와 수혜자 간의 정밀한 정합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특징이 있다. 안면 이식은 성별과 혈액형뿐만 아니라 얼굴의 크기와 골격 구조가 일치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의료진은 안락사 일정이 확정된 후 CT 촬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3D 모델링과 실리콘 마스크를 제작해 수술을 설계했다. 이를 통해 골격의 절제 부위와 신경 연결 지점을 밀리미터 단위로 맞추는 정교한 계획을 수립할 수 있었다.
수술에는 정신과 전문의를 포함한 10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했으며 약 15시간 동안 진행됐다. 심정지 후 기증 방식으로 이루어진 이번 수술은 피부와 지방 조직, 안면 근육, 말초 신경 및 뼈를 포함하는 복합 조직 이식 방식으로 시행됐다.
수술 후 4개월이 지난 현재, 카르메 씨는 일상적인 대화와 음식 섭취가 가능할 정도로 회복 중이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이 예전의 자신과 닮아가고 있다며, 기증자의 용기 덕분에 다시 웃을 수 있게 된 것에 감사를 전했다.
스페인은 2021년 조력사망법 시행 이후 조력사망 환자의 장기 기증을 제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스페인 장기이식관리기구(ONT) 통계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총 226명의 안락사 선택자가 장기를 기증했으며 이를 통해 643명이 새 삶을 얻었다.















